문학지리학의 이론과 해석: 문학공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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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지리학의 이론과 해석: 문학공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할 것인가?
  • 권혁래 용인대·한국고전문학
  • 승인 2022.04.0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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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책, 나의 테제_ 『문학지리학의 이론과 해석: 문학공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할 것인가?』 (권혁래 지음, 서강대학교출판부, 620쪽, 2022. 01)

 

문학지리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에서 공간은 작가가 습득했던 삶의 인식과 감수성이 발현되는 주요 소재이다. 문학지리학은 문학작품에 그려진 공간 또는 장소가 실제 지리와 어떠한 연관을 맺고 있는가를 질문하고 탐구하는 학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문학지리학의 개념과 범주, 학문적 정체성과 연구방법론은 엄밀하게 논의되지 않았다. 문학 속의 공간과 장소는 문학과 지리학의 교집합에 자리잡고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지리학연구자와 문학연구자는 각각 사회과학자와 인문학자의 정체성을 지니고 상이한 시각으로 문학공간을 해석하고 활용하며, 서로 다른 용어와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필자는 문학지리학에서 파악되는 상이한 관점과 연구방법론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정립하기 위해 『문학지리학의 이론과 해석』(서강대 출판부, 2022)을 쓰게 되었다.

필자가 문학작품에 그려진 공간에 주목하게 된 것은 조선후기 역사소설을 연구하면서부터이다. 필자는 2008년을 전후한 때부터 <임진록>, <임경업전>, <최척전>, <김영철전> 등 역사소설의 배경공간이 된 국내외 도시를 답사하면서 문학의 공간이 실제 지리와 어떻게 연관을 맺고 있는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문학작품에 그려진 공간 및 도시, 노정은 작가나 주인공이 경험한 장소를 실제적으로 반영한 것도 있고, 작가의 독서와 상상에 의해 묘사된 경우도 있다. 

필자는 문학작품의 공간이 묘사되는 방식, 공간과 서사가 결합되는 방식을 연구하면서 문학지리학이라는 개념을 지리학연구자 이은숙 교수의 논문을 통해 접하고, 지리학자들이 문학공간을 연구하는 방식, 개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은숙은 「문학지리학 서설-문학과 지리학과의 만남」(1992)에서 문학지리학의 개념을, “경관에 대한 해설서로서의 문학작품이나 지리학적 현상으로서의 문학작품을 연구하는 관점”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리고 문학작품 연구를 통해 장소에 대한 개인과 인간집단의 미적 체험을 이해할 수 있으며, 장소 및 지역에 관한 사실적 지리정보를 얻고, 장소 및 지역의 이미지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는다고 하였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이은숙 교수는 문학공간의 실용성, 상품적 가치에 주목한 연구주제를 제시하였고, 21세기 들어 몇몇 지리학자들은 문학공간의 장소 마케팅 활용, 문학지리의 DB작업 및 GIS 활용, 디지털 콘텐츠 제작 등의 주제로 문학지리학 연구를 수행하였다. 

국문학계에서 문학연구방법론으로서 문학지리학을 의식하고 연구를 진행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로 파악된다. 서울대 국문학과의 조동일 교수는 『지방문학사 연구의 방향과 과제』(2004)에서 ‘지방문학사’ 개념으로, 동국대 국문학과 김태준 교수는 『문학지리·한국인의 심상공간』(2005)에서 ‘지역문학연구’의 개념으로 문학지리학 연구를 시도하였다. 국문학계에서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지역문학사, 기행문학의 여행체험, 사행록에 그려진 문학공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2010년을 전후한 시기부터는 심상지리, 도시 및 장소의 표상, 문학공간의 스토리텔링과 콘텐츠 활용 등으로 주제를 넓혀 오고 있다. 2015년을 기점으로 해 문화콘텐츠, 호텔경영, 문화관광, 관광경영, 관광개발, 지역문화(개발) 등의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이 문학공간 연구에 합류하면서 문학공간을 활용한 관광콘텐츠 개발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다.


『문학지리학의 이론과 해석』의 구성과 내용

필자는 이 책에서 첫째, 지리학과 문학 분야에서 문학공간을 연구·분석해온 성과와 연구방법론을 검토하고, 2010년대 이후 관광경영학 및 문화콘텐츠학, 지역문화학 등의 학문 범주에서 시도하고 있는 문학공간의 활용방식에 대해 기술하였다. 둘째, 한국고전문학에서 국내 및 해외 문학공간의 형상화 양상, 문학공간 분석을 활용한 서사연구, 문학공간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방안에 대해 논하였다.

이 책은 모두 5부 1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문학지리학의 관점과 전망”에서는 문학지리학의 개념과 범주, 학문적 정체성과 연구방법론에 관해 논하였다. 문학, 지리학, 관광경영, 지역문화개발 등의 분야에서 이뤄진 문학지리학의 방법론과 연구성과는 무엇인가? 현재 문학지리학연구의 쟁점과 전망은 무엇일까? 한국문학에 그려진 문학공간은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을까? 1부에서는 이러한 질문들에 여러 논자들이 전개한 생각들을 분석·기술하였다. 

2부 “고전문학 속의 도시경관과 장소성”에서는 한국고전문학에 형상화된 주요 도시경관과 장소성, 그 공간 위에서 활동하는 인물들에 대해 고찰하였다. 1장에서는 고려말‧조선초 및 조선중기 해로사행록에 그려진 중국 산동반도 등주의 경관 및 장소성, 사신으로 활동한 권근·정몽주·홍익한·정두원 등의 형상과 내면을 살폈다. 2장에서는 13세기 초 이규보의 시에서부터 조선 초기의 소설, 후기의 한시와 야담, 20세기 초 자료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학작품에 그려진 상업도시 개성의 경관과 장소성, 개성상인 형상에 대해 살폈다. 3장에서는 19세기 말 실기문학 <영고탑북정지>, <강북일기>에 그려진 간도(間島) 경관과 유민 형상에 대해 살폈다. 4장에서는 근대 인문지리지 『조선환여승람』 『영암군편』의 편집·출판과정에서 영암의 충신·효자·열녀, 연주현씨 가문을 비롯해 향촌인물이 군지에 대거수록된 점, 현준호의 영향력, 왕인 박사 유적지 조성사업 등을 고찰하며 영암군의 로컬리티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살폈다.

3부 “전란서사와 동아시아 문학공간”에서는 조선후기 전란을 제재로 한 실기문학 및 소설에 그려진 동아시아 문학공간에 대해 살폈다. 1장에서는 임진왜란 때 일본에 잡혀갔다가 돌아온 진주 선비 조완벽의 체험담을 기록한 <조완벽전>을 분석하며 베트남 체험, 해양체험, 민간인포로로서의 삶 등을 고찰하였다. 2장에서는 신류의 『북정록』을 텍스트로 하여 1658년 제2차 흑룡강원정의 노정과 경관을 원전 텍스트, 사진과 지도, GPS좌표를 활용하며 고찰하였다. 3장에서는 신류의 『북정록』 및 이의 파생 텍스트를 대비하며 북해변 러시아군, 만주변방 부족민, 청의 북방산하에 대한 인식과 묘사내용을 살폈다. 4장에서는 조선후기 전쟁소설에 그려진 한반도 북부지방의 여러 표상과 인물‧주제와의 관계에 대해 고찰하였다.

4부 “조선후기 역사소설의 문학지리학적 해석”에서는 문학지리학의 관점에서 조선후기 역사소설의 서사와 문학공간을 해석하였다. 1장에서는 1619년 일어난 심하전투를 제재로 한 <김영철전>, <최척전>, <강로전> 등을 텍스트로 하여 각 작품마다 서사 및 문학공간 묘사의 양상을 대비하며 문학의 진실성 문제를 고찰하였다. 2장에서는 <김영철전>을 텍스트로 하여, 전쟁포로 김영철의 후금 건주 탈출노정과 등주 정착 및 혼인, 등주 탈출까지의 서사와 상상된 문학공간의 결합 방식을 살폈다. 3장에서는 심하전투 참전군인의 인생사를 서술한 <김영철전>의 글쓰기 기법을 분석하며, 노정서술 및 경관묘사에서 발견되는 빈틈의 의미를 살폈다. 4장에서는 <최척전>에서 전쟁으로 인한 이산-귀환서사, 이와 결합하는 국내 및 중국·일본·베트남 지역공간 및 바다의 이미지를 문학지리학적 시각에서 해석하고, 문학공간의 활용방안을 살폈다. 5장에서는 <최척전>의 망명서사, 소략하게 묘사된 중국 소흥·항주 공간의 문학지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공간과 시간, 서사와의 관계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표현하였다. 

5부 “문학공간을 활용한 콘텐츠전략”에서는 『북정록』, <최척전> 등에 그려진 문학공간을 활용한 콘텐츠 개발방안, 곧 작품의 서사와 공간적 특징을 활용해 디지털콘텐츠, 지역문화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안에 대해 고찰하였다. 


문학공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할 것인가?

문학공간의 연구·활용·표현이라는 면에서 문학, 지리학, 이에 더해 문화콘텐츠학, 인문정보학, 관광경영 연구자들은 각자의 주 특기를 바탕으로 토의와 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들 간에 협업이 가능하려면 각자 가진 것이 분명하고, 줄 것이 분명해야 한다. 장소성의 해석과 활용에 대해, 각 연구자들은 어떤 부분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지리학연구자들이 문학공간에 관한 지리적 분석 및 장소 마케팅 작업을 해왔다면, 문학연구자들은 문학작품에 재현된 공간[지리]의 형상에 대해 분석하고, 공간과 서사와의 관계에 대해 해석해왔다. 최근 문학지리학 연구의 활력은 문학작품을 활용한 장소성 해석, 이에 바탕한 스토리텔링 및 콘텐츠 활용 면에서 발견된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자기 고장의 작가, 작품, 문학유산을 활용하여 축제를 열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학자산을 활용하여 각 지역에서 주최하고 있는 축제, 문학관, 테마 파크는 어떤 것이 있으며, 스토리텔링의 방식은 어떠한가 하는 것은 흥미로운 연구 테마가 된다. 그중에서도 문학공간의 명소화사업과 문학관 건립은 문학공간 콘텐츠 개발의 핵심내용으로 파악된다. 지리학·문학연구자뿐 아니라, 문화콘텐츠, 인문정보학, 관광경영, 지역문화 연구자들이 이러한 사업에 합류해 지역문화·관광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문학공간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는 일은 문학지리학 연구의 또 다른 유망 분야이다. 지리학 연구자들은 장소의 역동성, 상품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장소 마케팅, Web GIS 등으로 활용하는 데 장점이 있다. 문학연구자와 지리학연구자는 협업을 통해 문학에 형상화된 장소를 발굴해 웹 공간에 재현하고, 문학의 공간 서사를 스토리텔링하여 콘텐츠를 만들며, 유튜브를 플랫폼으로 삼아 공유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들이 각 분과학문의 융합적 연구를 통해 실질적 성과가 나오도록 노력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권혁래 용인대·한국고전문학

용인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열상고전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고전소설 및 옛이야기, 아시아옛이야기, 문학지리와 콘텐츠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조선후기 역사소설의 탐구』, 『고전소설의 다시쓰기』, 『일제강점기 설화·동화집 연구』, 『필리핀 국민동화 바샹할머니 이야기』, 역서로는 『조선동화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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