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불확실성의 AI 시대, 인류의 성공적인 진화를 모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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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불확실성의 AI 시대, 인류의 성공적인 진화를 모색하다.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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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2062 | 토비 월시 지음 | 정병선 옮김 | 영림카디널 | 344쪽

 

인류는 과학의 발전, 그리고 그 과학의 발전을 기반으로 생겨난 기술에 의해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다. 동시에  기술의 발달로부터 생겨난 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법을 만들고, 조합을 만드는 등 사회 개혁도 꾀했다. 이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우리는 기술 변화가 몰고 온 번영의 과실을 함께 누릴 수 있었다.

세상을 바꿔놓을 또 다른 기술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AI, 이 기술은 우리의 세상을 극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는 언어라는 강력한 도구를 매개로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학습 능력을 무한히 키워가며 다른 종(種)들을 제압하고 지구의 지배자로 군림해왔다. 이제 그 역할을 AI에게 넘겨주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놓이게 됐다. 또다시 전대미문의 기술 혁명 시대로 들어가고 있는 우리, 이 책은 급속도로 우리 삶을 바꾸게 만들어 줄 혁명의 시대에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고찰하도록 만든다.

이 책은 호주, 영국,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코틀랜드, 스웨덴 등 세계 곳곳에서 AI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AI 전문가 토비 월시가 쓴 책이다. 월시는 이 책에서 2062년 기준으로 잡는다. 2062년은 저자가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AI 전문가 300여 명을 비롯해 각계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기계가 인간 수준의 지능을 구현하는 시점으로 잡은 해이다. 월시는 이 책을 통해 전문가들의 이러한 예측을 바탕으로 앞으로 40여 년 동안 인간적 가치를 포함해 노동, 전쟁, 정치 등 인간 사회의 변화상을 전망한다. 또, '스마트한 기계' 등장으로 인류가 새로운 진화의 국면을 맞아 어떻게 변신해 나갈지에 대해 예측한다.

저자는 AI와 경쟁에서 살아남는 미래 인류의 후예들을 호모 디지털리스(Homo Digitalis)라고 부른다. 저자에 따르면, 호모 디지털리스는 우리 인간의 뇌를 클라우드에 업로드해서 컴퓨터처럼 코-러닝을 하며 전 세계의 모든 언어는 물론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고 지식 세계의 최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이들의 몸체는 생체일 수도 있고 AI들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물질일 수도 있다. 최상의 디지털 회로기판을 품고서 완벽한 디지털 존재로 변모한 우리를 떠올려 보라. 저자는 이 대목에서 기계들에 과연 인간의 의식과 자유의지 같은 것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의식이 생명체에 고유한 기능이라면 디지털 기계에 접목되는 호모 디지털리스는 진정한 인간이 아니라 좀비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래의 과학에서 ‘부정’이란 없다며 의식을 지닌 기계가 언젠가는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저자의 예측대로면, 호모 디지털리스는 삶의 고통이나 불확실성을 말끔히 제거하고 모든 것이 공정하고 정확한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디지털 세상에서 신과 같은 존재로 군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처럼 낙관적인 전망이 가능하려면 인간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디지털로 변모할 미래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우리이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는 여러 선택지가 놓여 있다. 디지털 세계를 공정하고 정의로우며 아름다운 세상으로 꾸밀 수도 있고, 현존하는 지구촌의 문제들을 묵인하고 불평등과 불의,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으로 방치할 수도 있다. 저자는 그 미래의 모습을 하나씩 그려나가며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제시한다.

오늘날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인간을 대체하는 AI' 등 우리가 마주할 문제들은 미래를 암울한 디스토피아로 만들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저자는 우리의 선택에 따라 미래는 얼마든지 파라다이스로 가꿔나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 선택의 도구는 다름 아닌 철학이다. 앞으로는 철학자들이 거대 기술 기업들의 윤리 담당 CEO로 활약하며 인간의 가치에서 이탈하는 AI를 통제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철학의 황금시대가 재현되어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활약했던 철학 만능의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AI가 제공하는 무궁무진한 생산성 덕분에 우리 인간이 철학과 함께 예술과 문화에 푹 빠져 창의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제2의 르네상스를 2062년에 맞게 된다면, 인류의 진화는 다시 성공의 궤도에 올라서는 셈이다.

기술에 따라 급변화하는 세상에서 인류는 다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두렵고도 신기한 미래를 이 책으로부터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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