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학의 계보학…‘한국 사회학의 지성사’를 성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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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학의 계보학…‘한국 사회학의 지성사’를 성찰하다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3.06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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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 사회학자 정수복이 10년 걸쳐 정리한 ‘한국 사회학’
- 이상백·김경동·이효재·김진균 등 11명 평전 형식으로 소개
- 우리 학문의 ‘족보’ 만들기와 ‘이정표’ 세우기

◆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 1-4』 (정수복 지음, 푸른역사, 2022.01.19, 각 412~504쪽)

 

이 책 시리즈는 한국 사회학의 역사를 지성사적으로 성찰하면서 한국 사회학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저작이다. 

한국 사회학은 1940년대 시작됐다. 70~80년대를 거쳐 90년대까지 활발한 지적 활동을 전개했지만, 2000년대 들어 ‘사회학의 위기’가 대두됐다. 한국 사회학계는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 맞는 '우리 사회학'을 하자는 목소리가 크게 줄었다. 학자들이 교수로 임용되고 실적을 내기 위해 영어 논문을 쓰는 데 매달린 결과다.

저자 정수복 박사는 “한국 사회학의 공식적 역사가 70년이 넘었지만 학계 구성원이 공유하는 지적 자산은 빈약하다”며 “한국의 사회학도라면 누구나 읽어야 하는 한국 사회학자가 쓴 ‘고전’이나 ‘필독서’가 없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전통은 세월이 흐른다고 저절로 형성되지 않으며, 어느 시점에서 주체적으로 '발명'돼야 한다"며 "우리다운 문제의식에 기초한 사회학 이론과 방법을 구성하기 위해 한국 사회학 역사를 돌아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서울대 출신, 미국 유학파, 일류대학 소속” 등의 주류적 흐름과는 “적정한 거리”가 있는 자신의 ‘이방인’ 정체성(비서울대 출신, 프랑스 유학파, 독립적인 사회학자·작가)도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짚었다.

저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구 사회학과 인도, 남미 등 비서구 사회학의 역사를 정리하고 그런 정지 작업을 배경으로 하여 한국 사회학의 역사라는 탑을 쌓아 올린다. 접근 방법은 평전 형식의 전기적 접근이며 한국 사회학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대표급 학자들의 저서와 논문, 인터뷰를 비롯한 전기적 자료들이 기초 ‘사료’로 동원된다.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 시리즈는 세계 사회학과 한국 사회학의 전체적 흐름을 짚은 1권, 가치중립성과 실증주의를 중시하는 아카데믹 사회학을 다룬 2권, 한국 사회의 현실 문제 해결에 개입하는 비판사회학을 담은 3권, 한국 사회의 역사적 경험과 특성을 재구성하는 역사사회학을 정리한 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저자는 ‘대중과 소통하며 응답하는 사회학’(3권 부록)에서 한국 사회학의 대중화 방안을 논의하며, 책의 맨 끝에 나오는 ‘한국 사회학의 사회학’(4권 4부)에서는 책에서 다룬 11명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한국사회학 학술장의 구조와 변동을 분석하고 한국사회학계가 나아갈 이정표를 세운다.

 

■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 1: 한국 사회학과 세계 사회학』

1권은 20세기 초 사회학이 한반도에 상륙한 이후 식민지 시대를 거쳐 해방 직후 대학 내에 하나의 공식 학문으로 제도화되고 현대사의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양적·질적 발전을 이루는 과정을 통사로 정리한다.

먼저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를 시작하며」를 통해 한국 사회학의 역사를 바라보는 저자의 문제의식과 관점을 제시한다. 이어서 1부 「세계 사회학의 역사와 지형도」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사회학계의 중심이 된 미국 주류 사회학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서술한다. 그에 이어 영국, 독일, 프랑스 사회학이 각기 미국 사회학의 영향을 받으면서 독자적인 사회학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서술한다. 그리고 주변부 사회학에 초점을 맞추어 세계 각국 사회학의 역사를 비교할 수 있는 분석틀을 제시한다.

2부 「한국 사회학 100년의 계보학」에서는 우선 2권에서 4권으로 이어질 이 연구의 접근방법을 제시한다. 이어서 한국 사회학 100년의 역사를 서술하기 위해 시대를 구분하고 각 시대의 특징을 짚어본다. 뒤이어 사회학 이론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학계의 다양한 연구 현장을 하나의 지형도로 그려본다.

지적 자원이나 학문 전통 등이 부족했던 한국 사회학은 출발부터 미국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그 결과 1970~80년대 들어서야 나름의 사회학을 추구하는 흐름이 본격화했다는 게 저자의 관점이다. 저자는 크게 세 가지 계보를 제시한다. 미국 엘리트 대학 유학을 통해 한국 사회학계의 주류로 정착한 과학주의 사회학은 ‘아카데믹 사회학’이라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우리다운 사회학을 하자는 비판이 두 갈래 흐름을 낳았다. 한국적 현실을 천착하여 사회를 개혁하는 지식을 생산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비판사회학’이 그 하나라면, 현실 참여를 자제하고 한국의 고유한 역사적 맥락을 강조한 ‘역사사회학’이 또 다른 하나라는 것이다. 


■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 2: 아카데믹 사회학의 계보학』

2권은 가치중립성과 실증주의를 중시하는 아카데믹 사회학을 이상백, 배용광, 이만갑, 이해영, 김경동 등 다섯 학자를 통해 살핀다. 1부 「이상백과 한국 사회학의 제도화」에서는 한국 사회학을 제도화한 이상백, 2부 「배용광과 대구·경북의 사회학」에서는 대구·경북 지역 아카데믹 사회학의 제도화에 기여한 배용광, 3부 「이만갑과 아카데믹 사회학의 형성」에서는 미국 사회학의 조사방법을 도입하고 농촌사회를 연구한 이만갑, 4부 「이해영과 아카데믹 사회학계의 형성」에서는 인류학에서 시작하여 인구학의 기초를 마련한 이해영, 5부 「김경동과 아카데믹 사회학의 주류화」에서는 이론과 조사방법 양면에서 아카데믹 사회학을 체계화한 김경동의 삶과 학문적 업적을 다룬다.


■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 3: 비판사회학의 계보학』

3권은 이효재, 한완상, 김진균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현실 문제 해결에 개입하는 비주류 비판사회학의 계보를 살핀다. 1부 「이효재의 분단시대의 여성사회학」에서는 가족사회학에서 시작하여 여성학과 분단시대의 사회학을 전개한 이효재, 2부 「한완상의 민중사회학」에서는 민중사회학으로 널리 알려진 한완상, 3부 「김진균의 민족?민중사회학」에서는 민족·민중사회학의 흐름을 대표한 김진균의 삶과 학문적 업적을 다룬다. 뒤이어 부록 「대중과 소통하며 ‘응답하는 사회학’」에서는 한국 사회학의 대중화 방안을 논의한다.

 


■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 4: 역사사회학의 계보학』

4권은 최재석, 신용하, 박영신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역사적 경험과 특성을 재구성하는 비주류 역사사회학의 계보를 살핀다. 1부 「최재석의 가족·농촌사회학과 사회사 연구」에서는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 사회사와 농촌사회학 연구에 기여한 최재석, 2부 「신용하의 사회사와 민족주의 사회학」에서는 한국 근대사회사 연구에서 방대한 연구업적을 쌓은 신용하, 3부 「박영신의 성찰적 역사사회학」에서는 사회학 이론을 강조하면서 이론적 관점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비판적으로 성찰한 박영신의 삶과 학문적 업적을 다룬다. 끝으로 4부 「한국 사회학의 사회학―학술장의 역사와 구조변동」에서는 한국 사회학 학술장의 주요 행위자들과 학술장 내부의 작동 기제 등을 고찰하면서 한국 사회학의 미래를 진단한다.


▶ 결론적으로 한국 사회학은 미국 사회학의 영향에 대해 주체적 학문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긴장 관계 아래에서 전개되어 왔지만, 그 어느 한쪽을 배제하거나 배격할 수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것이 바로 ‘종합’을 말하는 저자의 강조점이다. 

따라서 한국 사회학의 과제는 “아카데믹 사회학을 통해 학문적 분석 능력을 높이고 역사사회학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의 역사적 경과에 대한 분석을 심화시키면서 비판사회학의 입장에서 더욱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 개인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기여하는 것이다.”고 저자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저자는 주류 사회학계는 물론 이에 대항한 비판사회학계도 한국 사회학 이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외국 이론을 한국에 적용해 옴으로써 한국 사회 고유의 이론을 만드는 것은 “미완의 여정에 그치고” 있지만, 그러나 지난 100년의 역사에서 11명의 학자들이 보여줬듯 주류든 비주류든 “한국 사회학은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다”고 지은이는 평가한다. 

그는 토착 사회학 이론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다른 인문학·사회과학 분야와 공동연구를 늘리고, 고전사회학과 현대사회학 이론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어 "경험 연구 없는 추상적 이론체계는 공허하다"며 "이론적 성찰을 하는 학자와 경험적 연구를 하는 학자가 서로의 연구에 관심을 두고 긴밀하게 논의할 때 우리의 이론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한다.

저자 정수복 박사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과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크리스찬아카데미 기획연구실장, 사회운동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 ‘의미세계와 사회운동’ ‘녹색 대안을 찾는 생태학적 상상력’ 등이 있다. ‘현대 프랑스 사회학’ ‘현대성 비판’ 등을 번역했고 현재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책나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자: 정수복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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