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팬데믹과 과학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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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팬데믹과 과학의 한계
  •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2.02.2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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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타스]

 

최근의 COVID-19 대확산은 과학계와 정부의 통제 차원을 벗어나 생존을 위해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신학기부터 각급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은 주 2회 자가 진단해야 하고, 모든 학교가 자체적으로 방역을 시행해야 한다는 교육부 지침을 따른다면 정상적인 학사 운영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 문제는 과학계, 교육 및 보건 당국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2019년 가을 이전에는 COVID‑19의 존재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COVID‑19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전혀 없었다. SARS-CoV-2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되어 COVID-19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최근의 일이다. COVID-19는 2020년 3월 기준으로 170여 나라로 확산하였으며, 750,000명 이상이 감염되었고 현시점에서는 감염자 수를 헤아릴 수 없으며 현대 과학사에서 연구 주제의 가장 큰 방향 전환을 촉발하였다. 전 세계의 수많은 과학자가 이전에 어떤 주제를 가지고 연구하였든지 COVID-19 팬데믹 연구에 달려들어 단지 몇 달 만에 과학계는 전적으로 코비드화(COVID-ized) 되었다. 현재까지 미국 국립 의학도서관에서 운영하는 PubMed에 COVID-19와 관련된 논문이 수 세기 동안 인류를 괴롭혔던 소아마비와 콜레라 같은 전염병에 대한 논문보다 2배 이상 많은 227,180건이 실렸다. 2021년 9월까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30,000여 편의 COVID-19 관련 논문이 투고되었는데, 이 숫자는 2019년에 투고된 모든 분야 16,000여 편의 2배 정도이다. 

선진국 과학자들에게 SARS-CoV-2는 에볼라와 같이 먼 지역의 위협이 아니라, 당장 자신의 폐를 손상시키는 위협 요인이자 명예와 부를 축적할 기회이다. 미국, 캐나다와 유럽의 연구자 2,500명에 대한 조사에서 32%가 그들의 연구 주제를 SARS-CoV-2로 전환하였으며, 국내에서도 바이러스 연구가 가능한 ‘생물안전 3등급’ 실험실이 갖춰진 기관의 많은 연구자가 연구 주제를 SARS-CoV-2로 바꾸었다. COVID-19 팬데믹에 대한 연구자와 연구자원의 집중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그 예로 진단 키트는 몇 분 만에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게 되었으며, 다수의 백신과 치료약이 등장했다. SARS-CoV-2 게놈과 COVID-19 사례에 대한 다량의 공개 자료로 질병 진화에 대처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숙주로 여겨지는 박쥐에서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와 SARS-CoV-2에 관한 비교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인간으로의 감염경로, SARS-CoV-2의 증상을 생성해내는 면역계의 과잉 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밝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과학은 제로-섬 게임으로, 한 연구 주제가 관심과 자원을 독점하면 다른 분야는 손해 보기 마련이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연구비의 재조정 등은 COVID-19와 상관없는 분야의 연구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했다. 철새의 이동과 기후변화의 모니터링 같은 장기간의 야외 연구 분야의 연구 중단은 필수적인 자료의 수집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에서는 수십조 달러의 비-COVID-19 임상 연구의 약 80%가 지체되거나 중단되었다. 에볼라와 메르스를 연구했던 조지타운대학의 라스무센(Angela Rasmussen)은 “팬데믹 이전에 내가 수행했던 모든 비-COVID-19 연구 자료는 이제 서류함에 놓여 먼지가 쌓이고 있다”라고 말한다. 

 

20세기 중반까지 감염성 질병은 인류의 주된 사망 원인이었다. 역사적으로 감염성 질병의 팬데믹은 정치, 경제 그리고 군사적 재앙보다 훨씬 심각하였다. 14세기 중반의 흑사병에 의해 유럽 인구의 1/3이 사망하였으며, 1918년의 독감 팬데믹은 약 5,000만 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세계 1차대전의 종전을 촉진하기도 했다. 팬데믹을 통제하는 전략은 병독원을 신속하게 분리하고 진단 시약을 개발하며, 백신과 치료약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전염병을 통제하는 데는 의학적 수단뿐만 아니라 감염자의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같은 전통적인 위생 수칙이 존재한다. 이러한 비의학적 시도는 백신 또는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고, 궁극적으로 전염병을 억제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팬데믹에 노출되었을 때 각국은 서로 다른 대응 전략을 취해왔는데, 이것은 의학적 시도가 전염병 차단의 유일한 요소가 아님을 보여준다. WHO는 최근의 발표를 통해 ‘보건 위기의 문제는 질병의 차단, 건강 증진과 삶의 질을 포함하는 건강과 웰빙이 모든 차원에서 연관성을 갖고 있다’라고 하였다. COVID-19 팬데믹 위기는 광범위한 행동 변화를 요구하고 개인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가하기 때문에, 사회과학 및 행동과학적 통찰이 역학자와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권고와 함께 인간 행동을 조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COVID-19 팬데믹에 대한 인간의 가장 큰 감정반응은 공포다. 인간은 환경 위협에 대항하는 방어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위협으로부터 발생하는 부정적인 감정은 전염성이 있으며, 공포는 위협을 더욱 절박하게 만든다. 

COVID-19 팬데믹을 통제하려는 연구를 통해 엄청난 양의 지식이 축적되었고 기록적인 시간 내에 백신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백신을 가졌다 하더라도 이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행동에 많은 부분을 의지해야 한다. 의학적 접근만으로는 이런 대재앙을 감당할 수 없으며 사회과학과 행동과학의 도움이 필요하다.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부실장인 넬슨(Alondra Nelson)은 “팬데믹이 인간 사회에 거울을 비춰 인간이 부적절하게 석회화한 면들을 되돌아보게 했다”라고 지적했다. 넬슨은 ‘과학은 사회적 현상’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과학이 상호작용하는 사회 안에서 통찰력을 가져야 하며, 사회적 영향과 중요성을 담아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행동과학과 사회과학은 과학 자체의 편협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인간의 행동은 지식의 축적에 따라 진화해 왔으며, 역사는 현재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안내자이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물학 오디세이』,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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