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보상: 왜 MZ세대는 보상에 분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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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보상: 왜 MZ세대는 보상에 분개하는가?
  • 신재용 서울대학교·회계학
  • 승인 2022.01.3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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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_ 『공정한 보상』 (신재용 지음, 홍문사, 325쪽, 2021.12)

 

우리 회사 성과급 이번에 얼마지?

올해 1월 말도 기업 성과급에 관한 언론 기사가 넘쳐난다. SK 하이닉스는 기본급의 1,000프로,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부문은 연봉의 50%에 추가 기본급 300% 지급, LG에너지 솔루션은 작년의 2배가 넘는 기본급 450% 지급. 코로나 19 상황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반도체와 배터리 업종 회사 직원들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후한 성과급을 받았다. 하지만 성과급 시즌이면 불거지는 삼성전자 vs 삼성후자 논쟁, 엄청난 규모의 공정위 과징금으로 작년 영업적자를 기록, 이번에 성과급을 한푼도 못 받게 된 삼성웰스토리 직원들의 트럭시위, LG에너지 솔루션의 IPO 흥행 속에서 박탈감을 느낀 LG화학 직원들의 경영진에 대한 집단반발, CEO에게 영업이익과 성과급 규모간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게시판에 질의한 삼성디스플레이의 4년차 직원 ‘삼다르크’에 관한 기사도 실린다. 쉬쉬하던 기업의 성과급 문제가 이제는 대중의 뜨거운 관심사가 되는 이 생경한 풍경의 시작은 정확히 1년 전인 작년 1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MZ세대가 선봉에 서서 불을 댕긴 성과급 논란의 도화선이 된 SK 하이닉스 성과급 사태다. 

SK 하이닉스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은 작년 1월 28일 발표된 연봉 20% 수준의 성과급 지급에 대하여 직원들이 집단으로 반발하고 급기야 한 4년차 직원이 29,000명에 이르는 하이닉스 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공개적으로 성과급 지급규모와 불투명한 보상기준에 대하여 불만을 토로하면서 촉발되었다. 단 2주도 안 되는 시간동안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하이닉스 연봉반납 선언과 이석희 사장의 해명문 및 개선방안 발표, 노조와의 전격적인 합의를 통하여 영업이익 10%를 기반으로 한 성과급 산정방식으로의 변경으로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비단 하이닉스뿐만이 아니다. 작년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카카오, 현대중공업, 올해도 LG화학, 기아자동차 등에서 상대적으로 고임금인 대기업의 화이트칼라 MZ세대가 성과급 등 보상결정에 있어 본격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례를 종합해 보면 화이트칼라 MZ세대는 1) 투명성과 공정성을 중시하며 2)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면 참지 않고 거침없이 표현하고 3) 블라인드, 잡플래닛과 같은 익명의 직장인 플랫폼을 통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뭉쳐서 집단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MZ세대는 왜 공정한 보상에 더 민감할까?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국내 시총 2위 기업의 4년차 젊은 직원으로 하여금 29,000명의 전 임직원을 상대로 성과급 규모에 대하여 불만을 가득 담은 메일을 ‘쏘게’ 했던 그 분노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얼마 전 다른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젊은 직원이 오너 사장에게 보낸 임금체계 개편안 동의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메일도 블라인드에서 회자된다. 기성세대는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누구나 불투명하게 평가받고 불공정하게 보상받는 것을 싫어하지만 MZ세대에게는 기성세대에 비하여 공정이라는 가치가 다른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중요하고, ‘이 정도면 우리 회사는 공정해’라고 느끼는 기성세대에 비하여 MZ세대는 조직을 참을 수 없이 ‘불공정’하다고 느낀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불공정한 성과보상이다. 필자가 최근 출간한 MZ세대와 공정, 그리고 보상이슈를 분석한 책 ‘공정한 보상’은 바로 586과 X세대 선배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젊은 직원들의 심리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의 산물이다. 

MZ세대가 구성원의 절반 이상에 육박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MZ세대와 일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열심이다. 조직 내 세대갈등은 점점 커지고 있고 MZ세대를 담아낼 수 있는 조직문화의 정립은 대부분의 기업에게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상과제가 되었다. 특히 기획, 연구개발, 영업, 마케팅, 경영관리, 경영지원 등 사무연구직에 종사하는 우리나라 ‘화이트칼라’ MZ세대 직장인의 공정에 대한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기업들이 MZ세대가 좀 더 납득하고 수긍할 수 있는 성과평가와 보상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되었다.

 

유례없는 저성장시대, 노동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 다락같이 오르는 부동산 가격 속에서 MZ세대는 불안하고 미래에 대해서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커져가는 불안감과 불확실성, 미래에 대한 비관 속에서 MZ세대에게는 ‘예측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이들은 노력 대비 보상을 좀 더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는 시험기반 능력주의를 선호하고 부당한 부모찬스를 혐오하며 현 정부의 사회통합을 위한 약자에 대한 배려 정책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조직에 대한 충성보다는 경제적인 자유가 가장 중요해졌고 개미 5년으로 세후 55억 원을 번 의사, 코인으로 50억 원을 벌고 학교를 때려치운 대학교수 같은 파이어족이 쓴 재테크 책에 열광한다.

이런 MZ세대가 원하는 공정은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MZ세대의 공정은 철학적인 차원이라기보다는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매우 실용적인 차원에 가깝다. MZ세대는 ‘교환’이라는 틀로 세상을 본다. 공정함을 간절히 원하는 속내에는 ‘나는 당신들 세대 누구보다도 많이 노력했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결국 MZ세대에게 직장에서의 보상이란 본인이 제공한 노동(시간, 노력, 기회비용)에 상응하는 대가이며, 그들은 이 교환관계를 공정하게 가져가고자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이다. 아담스(Adams)의 공정성 이론 (Equity Theory), 즉 조직구성원들은 그들이 기여한 것과 그들이 받은 보상의 비율을 판단하고 이를 조직 내 다른 구성원의 것과 비교함으로써 보상의 공정성 정도를 가늠한다는 이론과 일맥상통한다. 

필자는 MZ세대들의 평가와 보상에 있어서의 공정에 대한 요구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성장과정의 단계마다 겪어온 일련의 혹독한 평가과정과 격심한 토너먼트 경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쟁은 치열했지만 ‘시험 한방’으로 대학에 입학했던 기성세대에 비하여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경쟁과 지속적이며 강도 높은 평가 속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MZ세대들은 공정성의 중요성을 이른 나이에 느꼈을 것이다. 대학입학시험 훨씬 이전부터 이들은 ‘일상이 평가’가 된 교내에서 그리고 교외에서 학업, 봉사활동, 경시대회 등 각종 스펙을 쌓기 위해 불철주야 달려왔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겪어본 적도 없는 국제중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 특목고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 그리고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경쟁 등 수많은 경쟁을 경험해 온 세대다. 격심한 토너먼트 경쟁을 경험해온 MZ세대들은 자신이 투입한 시간과 노력을 올바르게 평가받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시스템의 공정성’을 중요시 여기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지속적이고 치열한 경쟁이 공정성에 대한 본능적 민감함을 길러줬다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이들의 공정성 인식을 더욱 용이하게 했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MZ세대는 취업 사이트와 직장인 커뮤니티를 통해서 자신의 노력과 성취에 대해서 회사가 다른 회사에 비해 공정한 평가나 대우를 해주고 있는지 스마트폰만 몇 번 누르다 보면 알리고 알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고 이들은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집단으로 연대해서 참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개인성과를 측정해서 보상에 반영해야 

 ‘불평등은 참아도 불공정은 못 참는’ MZ세대 직원들이 진정한 능력주의라는 철학적 기반에서 ‘투입물과 산출물의 공정한 교환’이라는 틀로 보상을 바라본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를 감안할 때 한국기업들이 일본기업을 벤치마킹하면서 오랫동안 신봉해온 내부승진과 연공서열 기반의 보상제도는 대폭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MZ세대의 욕구를 보상제도에 반영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직무와 역량에 기반하여 설정한 기본급 및 능력급에 과감하게 성과에 기반한 보상을 더하는 것이다. 작년 말 공개된 삼성전자와 CJ그룹 등 인사제도 개편안의 방향도 이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연공서열을 벗어나 직급을 통합하고 젊고 유능한 경영자를 조기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며 성과에 따른 보상을 강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신재용 서울대학교·회계학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위스컨신-매디슨 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 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미국회계학회(AAA)에서 발간하는 관리회계분과 학술지 《Journal of Management Accounting Research》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기업의 성과평가와 보상, 지배구조를 주제로 세계적인 경영학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회계학회-삼일회계법인 연구분야 저명교수를 역임했다. 최근 MZ세대와 보상공정성에 대한 저서 《공정한 보상》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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