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차사회와 지도자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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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사회와 지도자의 덕목
  • 송오식 전남대학교·법학 
  • 승인 2022.01.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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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호의 선장을 결정하는 날이 불과 50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매스컴에서는 연일 대통령 선거관련 뉴스를 쏟아내지만, 역대급 비호감 대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이제 어느 후보가 상대적으로 결함이 더 적은지에 쏠리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시작된 현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약속하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공의가 하수처럼 넘치는 사회상을 제시하였지만, 국민들의 눈높이만 높여놓고 평등, 공정, 정의라는 본질적인 가치의 창출이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12명의 대통령 중, 정상적으로 집권하여 임기를 채운 대통령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4명에 불과하고, 임기 후에 형사적으로 실형을 받고 수감되어 교도소 생활을 한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등 4명으로서 짧지 않은 공화국의 헌정사에서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었다. 현대사에서 주목하여야 할 점은 가장 완벽한 헌법인 바이마르헌법 하에서 가장 반인류적이고 반인권적인 나치정권이 탄생하였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법과 제도적 장치가 문제해결의 만능키라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법과 제도를 통하여 일거에 구조적 모순이나 불공정, 불공평을 해소할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그것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결국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의 문제이다. 특히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국가발전에 미치는 영향과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3년째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이 시대를 정확히 진단하고 읽어낼 수 있는 예지력과 통찰력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사회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격차사회’이다. 고도경제성장을 이루면서 경제와 문화면에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선 외형적 융성의 이면 곳곳에서 격차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본질적이고 심각한 격차는 소득의 격차이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는 계층 간 및 지역 간 소득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오늘날 기본소득제의 아젠다도 빈부격차에서 비롯된 것이다. 감염병 시대에 소득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지역 간의 격차도 있다. 우선 남한과 북한의 격차는 통일한국의 걸림돌이 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2020년 기준 북한의 GDP는 남한의 1.8%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남북한의 격차는 경제적 격차에 한정되지 않는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도시지역 농·어·산촌 지역의 격차도 이제 회복이 어려울 정도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을 내걸지만 실효성은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지역격차 문제는 지방의 교육과 의료 및 문화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기업격차도 발생한다. 대규모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과 그에 종속되는 중소기업 사이의 불공정은 공정거래법의 중요한 규율 대상이다. 또한 사용자와 노동자 간의 노사격차와 노동자 간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및 이주민 노동자 사이의 노노격차도 존재한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면서 발생한 문화격차도 있다. 다문화 가정과 그 자녀들을 포용하여 사회 구성원으로 삼아야 하는 사회통합의 과제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세대격차, 남북분단의 고착화에 따른 이념격차, 정보격차, 남녀격차, 부동산정책에 실패하면서 벼락거지를 양산해 낸 부동산격차 등도 있다. 

위와 같은 문제점들은 이미 전문가들의 진단에 의하여 노정된 것들이다. 그렇다면 격차사회에서 이러한 격차를 해소할 지도자의 덕목은 무엇일까. 로마제국을 통치한 현군이며 철학자였던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지혜(wisdom), 정의감(justice), 강인성(fortitude), 절제력(temperance)을 꼽기도 하고, 손자병법으로 유명한 손자는 지(智), 용(勇), 신(信), 엄(嚴), 인(仁)을 내세운다. 현대 대통령 리더십 덕목 연구들은 지도자의 덕목으로 시대정신 및 비전, 도덕성, 통합력, 추진력, 위기대응능력, 인사능력, 국민소통 및 국회와 협력을 들기도 한다. 

과거와 현대 지도자의 덕목으로 공통되는 것은 지혜, 도덕에 기반한 정의, 신뢰, 실천력 내지 추진력 등임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현재 국가 내에 존재하는 여러 집단들의 다양한 욕구들을 읽어내고 그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불공정과 불평등과 불균형을 시정할 수 있는 지혜와 실천력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시대정신이 공정과 평등임은 말할 나위 없다. 그렇다면 국가지도자의 비전은 오늘날 국가 내에 상존하는 다양하고 심각한 격차해소를 위한 비전이어야 할 것이고, 그 실천방안으로서 정책제시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명실공이 G10에 진입한 국가로서 국운융성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냐 격차사회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역소멸과 함께 대한민국호가 좌초할 것이냐는 주권자인 국민의 현명한 지도자 선택에 달려있고, 어쩌면 모든 국민들의 공통된 소망은 ‘우리도 존경하는 대통령을 갖고 싶다’가 아닐까 한다.  


송오식 전남대학교·법학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남대학교 종교문화연구소 소장과 소비자법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한국재산법학회 회장과 대한민사법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광주고등법원 시민사법위원장, 교육부 법학교육위원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민법, 소비자법, 사이버스페이스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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