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제 전임교원, 정상의 비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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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제 전임교원, 정상의 비정상화!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 승인 2020.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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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사색]

대한민국 교육을 망치는 것이 다름 아닌 교육부라는 말이 있듯이, 교육부가 대학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정상적인 것도 비정상적인 것으로 뒤바꿔 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중 하나가 계약제 전임교원(비정년계열 전임교원) 제도를 허가한 것이다.

2003년 연세대학교에서 계약제 전임교원제도가 처음 시행된 이후 이제는 거의 모든 대학이 계약제 전임교원을 임용하고 있다. 2018년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행한 『비정년계열 전임교원 운영 현황』에 따르면 오늘날 전체 전임교원 중 약 18%가 계약제 전임교원이며, 2015년 이후부터는 신임 전임교원의 절반 이상이 계약제 전임교원으로 임용되고 있다.

그럼 계약제 전임교원에 대한 처우는 어떨까? 이 역시 『비정년계열 전임교원 운영 현황』에 따르면 계약제 전임교원의 평균임금은 3,400만 원이다. 이는 정년제 전임교원의 평균임금인 7,400만 원의 절반 이하이며, 도시 근로자 연평균 급여액인 3,647만 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열악한 대우에도 불구하고 계약제 전임교원이 급증하는 이유는 적은 비용으로 전임교원을 확보하려는 개별 대학들의 꼼수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교육부에 있다.

교육부는 현재 72.9%에 불과한 전임교원확보율을 법정 수준까지 높이기 위해 이를 대학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법정 전임교원확보율을 충족하고 있는 대학이 고작 4개 대학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볼 때 당연한 조치이다. 그런데 문제는 교육부가 계약제 전임교원 역시 전임교원확보율에 산입시킨다는 데 있다. 계약제 전임교원제도를 허가한 장본인인 교육부가 이제는 계약제 교수를 충원해서라도 전임교원확보율을 높이라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교육부는 계약제 전임교원의 처우 개선은커녕, 오히려 역행하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교육부는 2018 대학기본역량진단 지표에서 전임교원 보수수준의 하한값을 제시하여 계약제 전임교원의 처우 개선을 유도하였지만, 교육부가 책정한 하한선은 일반대학의 경우 3,099만 원에 불과했다. 이런 식의 정책은 계약제 전임교원의 임금 수준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열악한 임금 수준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할 뿐이다.

교육부는 왜 계약제 전임교원 제도를 허가했고, 또 왜 싼값으로 계약제 전임교원을 임용해서라도 전임교원을 확보하라는 것일까?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과 연구 수준을 높혀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음하라고? 석사, 박사 다 마친 고급 인력에 연봉 3,099만 원 지급하면서 과연 훌륭한 교육과 연구를 기대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2003년 계약제 전임교원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 우리나라 대학에는 정년제 전임교원만 있었을 뿐 계약제 전임교원이라는 명칭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가 한국의 대학을 발전시켰을까? 아니면 정상을 비정상으로 뒤바꾼 것에 불과할까?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고등교육법> 등에서는 대학 전임교원을 교수, 부교수, 조교수 등 직급에 따라 구분할 뿐 정년제냐 계약제냐는 구분 자체가 없다. 그리고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은 교원의 보수를 특별히 우대할 것을 명령하고 있으며, 사립학교 교원인 경우 국공립 교원의 보수 수준을 유지하도록 되어 있다. 더구나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모든 법률은 정년제나 계약제를 구별하지 않기 때문에 의당 모든 전임교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학 전임교원을 정년제와 계약제로 구분하고 재임용, 승진, 연봉, 기타 학내 권리 등에서 차등을 두는 것은 단지 개별 대학의 내부 규정에 의한 것이다. 과연 개별 대학이 내부 규정을 자의적으로 만들어 헌법을 비롯한 이 모든 상위법 적용에서 계약제 전임교원을 배제시킬 수 있는 것일까? 교육부가 이 모든 법률의 취지와 목적을 앞에 두고 계약제 전임교원제도를 허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 철학과에서 악셀 호네트 교수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여대 기초교육원 현대철학 담당 교수로 재직 중이며, 『베스텐트 한국판』 책임편집자, 철학연구회 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미셸 푸코의 비판적 존재론』, 『인정의 시대』, 공저로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 『포스트모던의 테제들』, 『현대정치철학의 테제들』, 『현대페미니즘의 테제들』이 있고, 역서로는 『사회주의 재발명』, 공역서로는 『정의의 타자』 『인정투쟁』 『분배냐, 인정이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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