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전환의 마디에서 변화와 개혁을 읽다…다섯 시대, 다섯 번의 권력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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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전환의 마디에서 변화와 개혁을 읽다…다섯 시대, 다섯 번의 권력 이동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11.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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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 이동으로 보는 한국사: 삼국통일전쟁에서 여말선초까지 | 이정철 지음 | 역사비평사 | 618쪽

 

이 책은 삼국통일전쟁기에서 여말선초까지 한국사 전환기에 나타났던 변화와 개혁을 다룬다. 가장 큰 변화는 정치·사회적 집단들 간의 권력 이동으로 빚어졌다. 시대마다 일단 변화가 시작되면, 그 변화는 당대를 구성하는 요소들 사이에 조성된 불균형이 해소되어 새로운 균형점에 도달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어떤 원인이 사회적 불균형 혹은 불안정을 초래했는지, 새로운 균형점에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도달했는지, 그리고 그런 변화를 거치며 국가권력의 형태와 사회질서, 사람들의 생각이나 당시의 지배적 종교인 불교에 대한 신앙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았다. 새롭게 사회 주도 세력의 지위에 오른 집단 성원의 특성에 대해서도 이해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현재의 대한민국이 경험하고 있는 것들의 관점에서 보고자 한 점이 눈에 띈다.

1. 642~676년
고구려·백제가 지도에서 사라지고 신라가 당나라까지 몰아내며 통일을 이루는 과정이다. 이른바 삼국항쟁기다. 이 시기 한반도 내 힘의 불균형을 초래한 근본적인 이유는 초강대국 당나라의 등장이었다. 이 외부 영향이 삼국 각각에 어떻게 내부화되었는지, 삼국 간 전쟁에서 승패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642년은 고구려와 백제에서 커다란 정치적 사건들이 일어난 중요한 해다. 신라도 이해에 백제의 군사 공격을 받고 영토의 1/3에 가까운 수십 개 성을 잃는 국가적 위기를 맞았다. 그로부터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676년까지 숨 가쁘게 진행되는 삼국의 국내·국제 상황을 들여다본다.

2. 8세기 말~원종과 애노의 난(889)
통일 후 신라는 유례없는 번영을 누렸지만 점차 사회 내부 갈등이 고조되었다. 사회를 해체하는 힘인 골품제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골품제는 신라가 성장하고 팽창하는 과정에서 성립되었는데, 그것이 처음 마련될 때만 해도 전쟁 없이 사회를 통합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가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배제와 갈등의 원리가 되어버렸다. 진골 귀족의 배타성은 합리적 국정 윤영과 개혁을 위해 필요했던 6두품과의 협력을 어렵게 했고, 지방 세력을 배제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중앙은 차츰 지방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고, 지방은 조각조각 파편화되었다. 이때 새로운 지배층 호족이 등장했다.

3. 원종과 애노의 난~고려 광종(949~975)
후삼국시대에서 고려 건국으로 가는 과정은 국가의 정치적 중심과 지배층의 성격이 완전히 바뀐다. 한반도의 동남부에 위치한, 천년의 고도 경주는 이미 국가의 정치 중심에서 쇠락하고, 진골 중심의 지배층도 약해지면서 지방 호족들이 큰 세력으로 성장했다. 이 시대는 후삼국시대와 고려 초(광종)의 두 시기로 나뉜다. 후삼국시대는 전국에 산재한 호족들이 새로운 사회적 힘의 균형점으로 수렴되는 과정이었다. 광종은 호족의 시대를 종식시켰다. 그가 이 위험한 일을 추진한 과정을 살폈다.

4. 1259~1356년까지 원간섭기
원나라는 고려의 정치·사회 지형을 재구성하고 새 지배 세력을 낳았다. 시간이 흐르자 세계 제국 원나라가 구축한 질서에서 고려의 위치와 정체성을 놓고 고려 지배층 내부에서 의견이 나뉘었다. 원간섭기 권력을 장악하고 농단한 부원배(附元輩)는 원나라를 등에 업고 전횡을 일삼았지만, 단순히 부패의 뿌리라고만 규정할 수만 없다. 이것은 선악의 문제로 환원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였다. 이 시기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지, 개혁의 양상은 어떠했는지 살폈다.

5. 1356(공민왕 5)~1392년
원간섭기부터 조선의 건국까지 약 130년은 개혁의 관점에서 3단계를 거쳤다. 1단계는 공민왕 5년 이전으로 원나라가 허락하고 요구한 개혁이 추진되었다. 2단계는 원나라 지배를 벗어나 진행되었다. 공민왕 5년부터 위화도 회군(1388) 전까지의 개혁이다. 3단계는 고려왕조를 벗어나기 시작한 개혁이다. 14세기 고려의 두 가지 국가 개혁 과제는 원나라 지배를 벗어나는 것과 전민 개혁을 통한 민생 개선이었다. 이 두 과제가 추진되면서 고려에서 조선 건국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폈다.

한국사 변화의 마디마디에서 보면 개혁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개혁을 주도한 이는 대체로 역사에 기록으로 남은 최고 통치자 국왕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영웅이라 명명해도 손색없는 시대의 주인공인 인물도 있고,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려는 사상가와 학자도 있고, 관료 행정가도 있다. 역사의 큰 변화는 이들 주인공이 나서서 이뤄낸 것 같지만, 그 변화를 추동하고 역사를 움직인 힘은 공동체 성원이 합의하고 요구하는 윤리적 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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