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국제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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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국제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 홍준현 중앙대·행정학
  • 승인 2021.10.1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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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

올해 우리나라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의 순수 학위과정 외국인 유학생 수는 120,018명으로 작년의 7.015명 대비 6.2%가 증가하였고,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의 100,215명과 비교해도 19.8%가 증가하였다. 이는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 유학시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유학생 수가 크게 감소한 것에 비해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의 국제화는 정부가 심각한 유학 적자를 줄이기 위해 2005년에 시작한 Study Korea 프로젝트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렸다. 2004년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유학 간 인구는 18만 명을 훌쩍 넘었던 반면,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유학생은 1만 7천 명에도 못 미쳤으니, 나간 인구가 들어온 인구의 10배가 넘는 막대한 외화유출이 발생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장학생 제도인 GKS(Global Korea Scholarship) 재원을 대폭 확대하고 한국유학박람회를 개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더하여 대학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사립대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매우 적극적인데, 이는 우리나라 4년제 사립대의 총수입 중 등록금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62.4%에 달하는 상황에서 등록금 동결은 사립대 재정에 큰 타격을 주었고, 부족한 재원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통한 추가적인 등록금 확보가 매우 효율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이로 인한 대학입학 자원의 급감이 현실화하여, 이제는 대학들이 생존을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발 벗고 나서게 된 것이다. 게다가, 국내외 각종 대학평가에서 학위과정 유학생 비율, 인바운드 및 아웃바운드 교환학생 비율을 포함한 것도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활동에 기폭제가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외국인 학생 수의 증가로 우리나라의 대학 국제화는 진일보하고 있는 것인가? 외국인 유학생의 양적 증가에 따라 발생한 가장 큰 문제점은 불법체류자가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학위과정 불법체류자는 2016년 1,034명에서 2019년 2,850명으로 2.8배 증가하였고, 어학연수과정 불법체류자는 2016년 4,618명에서 2019년에는 18,627명으로 무려 4배나 증가하였다. 학부과정에서 불법체류의 문제는 유학생의 어학능력과도 관계가 있다. 정부는 유학생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학위과정에 들어오는 데 필요한 유학생의 한국어 능력을 TOPIK(한국어능력시험) 4급 이상에서 3급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였다. 이에 따라 실제 수업 현장에서는 학술적인 한국어 능력에 못 미치는 학생들이 강의를 제대로 따라오지 못해서 낮은 학업성취도를 보이고 학사경고 등으로 중도탈락하는 비율이 서서히 증가해왔으며, 이들은 불법체류로 이어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외국인 유학생의 증가는 대학 구성원 모두를 무언가 힘들게 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외국인 학생들이 있으면 뭔가 불편하고 손해 보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고, 교수들도 외국인 학생들로 인해 강의하기 더 힘들다고 생각하고, 외국인 학생들 또한 적응하기 힘들고 무언가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대학 국제화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할 시점이다. 즉, 대학의 국제화는 외국인 유학생의 유치·관리가 중심이 아니라 우리 학생들의 국제화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국제화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안전지대를 조금씩 벗어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단순히 영어 능력을 잘 갖추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으로서 가져왔던 사고방식과 익숙한 문화 이외에 세상에 다양한 사고와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다름에서 오는 불편함도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국제화 역량일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다양한 유형의 외국인 학생이 늘어나는 것은 대학 국제화에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그러나 국제화 역량은 외국인 학생이 주변에 많다고 저절로 길러지지 않는다. 지금처럼 캠퍼스 내에서, 기숙사에서, 강의실에서, 동아리방에서, 그들 따로 우리 따로가 계속된다면, 외국인 학생들은 그들만의 어울림으로, 우리 학생들은 여전히 아무 변화 없음으로 지내게 될 것이다.

이제 시급한 과제는 우리 캠퍼스가 다양한 국적, 인종, 문화의 학생들로 구성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대학 구성원 모두의 의식 전환이다. 그리고 강의실에서부터 국제화가 시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입학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국제화 마인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교양과정에서 국제화 역량을 체계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교수학습센터에서도 교수들이 강의실에서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의식한 강의,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학생들의 학습효과를 극대화하고 국제화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교수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국제처는 외국인 학생만을 위한 부서가 아니고 내외국인 모두를 위한 곳이어야 한다. 정부에서도 단순히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에만 초점을 맞춘 국제화역량인증제가 아니라 국제화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인증제로의 전환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홍준현 중앙대·행정학

서울대에서 문학사와 행정학석사를, University of Pittsburgh에서 행정학박사를 취득하였다. 현재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고, 국제처장과 국제교육원장, 국가정책연구소장을 역임하였다. 대외적으로는 한국대학국제교육협의회 회장과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 회장, QS 아태지역 국제학술자문위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교육부 교육국제화역량인증위원과 대교협 대학교육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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