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저하의 위기를 기초학력 보장의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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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저하의 위기를 기초학력 보장의 기회로
  • 이용상 인하대·교육학
  • 승인 2021.09.2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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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초·중·고등학교에서 온라인 비대면 교육이 시작된 지도 이제 1년 반이 넘었다. 전대미문의 전염병 확산이 우리 사회 전반에 충격과 고통을 주고 있으며, 교육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온라인 비대면 교육의 장기화에 따른 학습 결손과 정서적 결손의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결손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개인 생애 소득이 평균 3%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하는 OECD 연구보고서(Hanushek & Woessmann, 2020)도 있다. 실제로 매년 중3과 고2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기초학력 미달’의 비율이 모든 과목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학력 저하의 심각성과 위기를 인지한 정부도 가칭 ‘교육회복 종합방안’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교육부, 2021.6.1.)하는 등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학습과 정서적 결손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모양새이다.

그러나 사실 학력 저하의 문제가 비단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비대면 교육으로 촉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오래전부터 교육 현장에서는 우리 학생들의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고, 그러한 징조는 여기저기서 포착되어왔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이미 모든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의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학력 저하의 문제를 체감하는 일선 학교 선생님의 목소리가 언론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었다. 학력 저하의 문제는 교육 당국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한 진실이었을 것이다. 학력 저하가 발생한다는 사실 자체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문제였겠지만 그동안 학생들의 학습 부담 경감과 사교육 억제를 목적으로 발표되었던 일련의 정책에 비추어 보았을 때 학력 저하의 문제는 이들 정책을 근간부터 흔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 당국의 복잡한 속내가 작용한 탓일까? 학생들의 학업 성취 수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지 못하니 적절한 처방은 더욱 요원한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학력 저하의 위기가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꾸준히 심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는 이러한 학력 저하의 위기를 기초학력 보장의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학력 저하가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되었는지에 대한 사실 여부를 떠나서 학력 저하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교육 당국이 우리 교육의 환부(患部)를 인지했으니 이제는 적절한 진단과 처방이 이루어질 때이며, 이를 위한 교육 전반의 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찾아낼 수 있는 진단 체계를 구축하고, ‘기초학력 미달’이 ‘주홍글씨’처럼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고 학생에게 적절한 교육적 지원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평가 결과 활용에 대한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 

위기는 언제든지 어떤 형태로 다가올 수 있다. 오늘 학력 저하의 문제가 교육 위기의 핵심이었다면, 내일은 다른 형태의 위기가 우리 교육 현장을 덮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교육 현장에 언제 어떤 위기가 발생하느냐가 아니라 이러한 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이다. 이런 측면에서 학력 저하의 위기에 대한 대처는 우리 교육이 한걸음 진일보하여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를 판가름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부디 오늘의 학력 저하 위기 문제를 기초학력 보장의 기회로 활용하는 교육 당국의 역량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 문헌>
* 교육부,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치도 평가 결과 및 학습 지원 강화를 이한 대응 전략 발표」, 교육부 보도자료, 2021. 6. 1.
* Hanushek, E. & Woessmann,  L., “The economic impacts of learning losses,” OECD Education Working Papers, No. 225, OECD Publishing, Paris, 2020.


이용상 인하대·교육학

인하대 교육학과 교수로 연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UC Berkeley에서 교육 측정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기획분석실장,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교육 현장의 현안을 직접 경험하고 관련 업무를 수행하였다. 현재는 한국교육평가학회 이사, 디지털교육혁신포럼 자문위원, 국회미래연구원 미래기고 고정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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