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참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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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참 의미는?
  •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
  • 승인 2021.09.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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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칼럼]_ 논설고문 칼럼

8월 17일 발표된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는 일반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이 일반대학 136개교, 전문대학 97개교로, 총 233개교(진단 대상 대학의 약 73%)로 나타났다. 전국 285개 평가 대상 대학 중 52개 학교(일반대학 25개, 전문대학 27개)가 일반재정지원 대학에서 탈락했다. 이들 대학은 내년부터 3년간 약 150억 원에 달하는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현재 한국 대학이 처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번에 국가 지원에서 제외된 대학들은 앞으로 전개될 대학의 미래를 담보하기 힘들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정원미달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정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대학들은 교육부 평가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하대, 군산대. 성신여대 등이 이의를 제기하며 평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었다.

이의 신청을 한 대부분의 대학은 공통적으로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요소가 반영되는 ‘정성 평가’에 문제를 제기했다. 객관성을 담보해야 할 평가가 주관적 평가가 절반 이상이라 그 평가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평가 항목들을 살펴보면 교육비 환원율, 강사보수, 학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등을 대상으로 한 정량 평가가 35점, 발전계획의 성과,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 등을 대상으로 한 정량적 정성 평가가 46점, 전임 확보율, 법인 책무성 등의 정량/정량적 정성 평가가 19점으로 배분되어 있다. 이는 객관적인 평가라고 볼 수 있는 정량평가 점수는 사실 35점이고, 그 외는 주관성이 어느 정도 개입될 수 있는 정성평가 혹은 정량평가가 결합된 정성평가라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할 만하다.

교육부는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성 평가의 경우에도 심사위원들이 평가 기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충분히 분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대학과 90분간 면담해 결과를 도출했다는 것이다. 또한 정성 평가도 지표별로 15명의 심사위원이 점수를 매긴 뒤 최고점과 최하점을 제외한 나머지 13명의 점수의 평균치를 냈기에 평가의 공정성이나 절차의 문제는 없다고 보고 있다.

이달 20일까지 이의신청을 받은 교육부는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이의신청처리소위원회, 진단관리위원회, 대학구조개혁위원회 등의 심사를 거쳐 이달 말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의 신청 과정에서 몇 개의 대학이 다시 회생할지는 미지수지만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어떤 평가라도 평가 결과가 나오면 불리한 평가를 받은 주체들은 언제나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은 있다. 특히 평가지표가 객관적이고 정량적이지 않을 때는 이러한 문제 제기는 상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대학 기본역량진단의 궁극적 목적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점이다. 3년마다 전국 대학들이 목을 매고 대학 기본역량진단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것이 대학의 미래를 담보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인가? 이런 진단을 통해 대학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실적인 이유는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른 대학 정원의 조정이다. 이번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를 보면, 교육부가 학생 충원율 관련 배점을 20점으로 종전 평가 배점 10점보다 두 배 높였다는 사실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로 2023년 대학 초과정원이 16만명(2013년도 대비)에 이를 것으로 예상 되자 2014년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수립해 2016∼2024학년도를 3주기로 나눠 정원감축을 추진해 오고 있는 중이다. 지난 1주기엔 정부 주도에 따라 2013학년도 대비 5만9163명 정원을 감축했다. 하지만 2주기(2018~2020년)부터 일정 점수 이상의 다수 대학이 자율개선대학으로 분류되어 정원 감축 의무에서 벗어났다. 즉, 2주기에 대학 자체적으로 정원 감축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올해부터 적용되는 3주기(2021~2023년)다. 애초에 교육부는 1주기 4만명, 2주기 5만명, 3주기 9만명으로 목표를 설정했는데, 2주기엔 실제 정원감축 인원은 1만4287명에 불과, 1주기에 비해 43.2%에 그쳤다. 그러므로 3주기엔 초과정원을 해결하려면 더 많은 정원 감소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자율로 전환된 이후부터는 대학 구조상 재정난을 겪고 있는 만큼, 정원 감축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교육부도 이번 지원 해당 대학들은 2022년 3월까지 여건 및 역량, 발전전략 등을 고려하여 적정 규모화를 포함한 자율혁신계획을 수립‧추진해야 하고, 적정 규모화 우수대학에 대해서는 일반재정지원 시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일반재정지원 대학에 대해 유지충원율을 점검(2022년 하반기)해서 미충족 규모에 따라 정원 감축을 차등 권고하고, 미이행 시 일반재정지원 중단 등의 조치가 이루어진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진단으로 이루어지는 대학 정원의 감축이 대학의 발전과 지역의 균형발전에 어느 정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특히 대학이 그 지역의 발전을 선도해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균형 발전과 대학의 정원 감축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미 2014년 대학 구조개혁을 시작할 때 수도권과 지역 대학 간의 격차는 그 거리를 메우기 힘들 정도로 교육여건에 차이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대학을 점수로 평가하면 그 결과는 지역 대학들이 항상 불리할 수밖에 없다. 대학의 현황을 평가해서 대학 정원을 조정해 나간다면 결국 지역 대학들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 권역별 평가제도를 통해 이런 문제를 넘어 서려고 하지만, 결국은 수도권 중심의 대학만 살아남는 기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나라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과감하게 줄이는 방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현실적이고도 합리적인 대학 정원 조정을 위한 집단 지성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로 부산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분에 「윤동주 시에 나타난 자기의 문제」로 당선, 평단에 나왔다. 평론집 『전환기의 삶과 비평』, 『다원적 세상보기』, 『생명과 정신의 시학』, 『대화적 비평론의 모색』, 『비평의 자리 만들기』, 『이것저것 그리고 군더더기』 등이 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9 부산시 문화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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