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모두를 위한 대학을 꿈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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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모두를 위한 대학을 꿈꿔보자
  • 김정헌 극동대학교·작업치료학
  • 승인 2021.08.30 0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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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

2020년 3월 대학들은 급기야 입학과 개강을 연기한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수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2021년 8월, 학교에 출근을 해서 친한 교수님과 오랜만에 점심 먹으러 읍내로 나왔다. 자주 가는 오래된 중국 음식점에 문을 열고 들어가 낯익은 사장님과 눈인사를 나누고 빈자리에 앉았다. 물과 컵을 내어 주시는 사장님은 인사 대신 대뜸 '교수님, 2학기 때는 애들 오는 거지요? 아주 손꼽아 기다립니다.' 아직 코로나가 확산 중이라 잘 모르겠다고 둘러대고는 서둘러 주문을 했다. 

8월 17일 3주기 대학평가에서 많은 소규모 지방대학들이 ‘탈락’ 결과를 받았다. 언론에서는 이번 평가가 살생부라도 되는 양 자극적인 언어로 대학 이름들을 나열하고 있다. 흡사 기사만 보면 탈락 대학은 무슨 대단한 잘못이라도 한 듯하다. 교육부의 평가 기준에 모든 대학을 줄 세우고 그 기준에 0.1점이 모자라면 가차 없이 ‘탈락’이다. 그러다 보니 평가 보고서를 잘 ‘꾸미기’ 위해 컨설팅 업체들에게 몇억씩 지출을 감수하는 대학들도 많다. 일종에 ‘투자’다. 결국 대학의 다양성을 지원한다는 당초의 계획과는 다르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모든 대학들의 운영이 획일화되는 기이한 현상도 나타난다. 이런 현상에 계속되는 등록금 동결로 예산이 빠듯한 지방 대학은 더욱 힘들다. 마치 시간이라는 기준을 정해 놓은 카레이싱에서 비싼 최신식 엔진을 가진 선수가 우승할 수밖에 없는 이유처럼 지방대학은 그저 부럽기만 하다. 

교육은 모든 학생들을 최고 빠른 레이싱카 선수를 만들어 내는 것과는 다르다. 모든 대학들이 최고의 레이싱카 선수를 ‘양성’해내는 것이 아니다. 농업을 위한 트렉터 운전사도 필요하고, 중장비 같은 전문 장비 기사를 배출해야 하고, 때론 새로운 분야의 ‘날 것’에 대한 조종사도 필요하다. 이처럼 다양한 사회 구성원을 배출하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대학은 최고의 레이싱 엘리트를 배출하기보다 사회기반이 되는 인재를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한다. 사회기반이 되는 인재들에게는 좋은 대학교육을 제공해 줄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 안 되는 것일까? 수도권의 명문대만큼도 따라오지 못했으니 ‘탈락입니다.’ 하면 끝인가?

우리나라 26-35세 국민의 고등 교육 이수율은 69.8%로 OECD 44개 국가 중 70%인 아일랜드에 이어 2위다. 세계 최고인 샘이다. 학령인구가 줄어든 현시점에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마음만 먹으면 대학에 갈 수 있다. 대학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으면 안 되는 곳인가? 꼭 정원을 감축해서, 대학 문을 좁혀서, 경쟁을 통해서 대학에 가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생각은 산업화 시대의 고정관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교육정책을 만드는 당국자들이 ‘4당 5락(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의 경쟁 낭만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 4차 산업 혁명과 급변하는 초연결 시대에 창의 융합 인재가 더욱 필요한 시점 우리는 저출산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니 모든 대학에서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골고루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 안 되는 것인가? 그래서 지방대학들도 평가보다는 지역에서의 역할과 특성화를 발굴하고 지역인재들도 다시 지역에서 삶을 추구하는 지역균형발전에 힘쓰도록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1년간 휴학을 하고 배낭여행을 떠난다는 학생에게 재학생 충원율 때문에 여행은 무슨 여행이냐며 학교에 잡아두라고 강조하는 교육부의 평가 기준이 급변하는 이 시대의 교육인지 묻고 싶다. 부디 대학 정책을 ‘대학교’ 제한을 위한 정책이 아닌 대한민국 모든 청년을 위한 정책이 되었으면 한다.


김정헌 극동대학교·작업치료학

극동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 극동대 기획처장으로 3주기 대학역량진단평가 위원장직을 수행했으며 현재 인재교육혁신원장으로 있다. 연세대 졸업. University of Sydney 석사. 연세대에서 박사를 수료했다. 『보조공학사를위한 영역별 보조기기 활용』(공저), 『작업치료 임상기록』(공역) 등 다수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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