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된 세계의 반복되는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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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된 세계의 반복되는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4.11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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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나비효과: 작은 충격이 어떻게 시스템 전체를 위험에 빠지게 하는가? | 이언 골딘·마이크 마리아타산 지음 | 이은경 옮김 | 바다출판사 | 412쪽

이 책은 21세기 세계가 너무나 긴밀하게 상호연결되고 복잡하게 상호의존하는 나머지 빚어내는 불가피하고 예측불가능한 위험, 즉 ‘위험한 나비효과’에 관한 책이다. 마치 무해한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몰고 오듯이, 서로 독립적이고 무관한 행위들이 유발하는 이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외부효과를 저자는 카오스 이론의 ‘나비효과’에서 따와 ‘위험한 나비효과(butterfly defect)’라고 부른다.

21세기 세계는 정보기술 혁신과 정치·경제적 개방성의 증가로 연결성과 시스템 통합의 측면에서 비약적인 진보를 이룩했으며, 모든 나라의 소득과 교육, 생활수준이 향상되는 커다란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코로나 상황과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서 보듯, 고도로 상호연결된 세계는 그만큼 구조적 위험에 더 취약해지고 불안정해졌다. 이제 국지적 사건의 여파는 국경을 넘어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지고 지구촌 모든 이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연결성과 복잡성이 고도로 증가된 현재의 세계는 ‘복잡계’와 같아졌으며 ‘체계적 위험(systemic risk)’이 불가피해졌다고 진단한다. 일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직접적인 인과의 결과로 그 부분만 붕괴하는 것이 일반적인 위험이라면, 체계적 위험은 한 노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연결된 모든 노드에 그 충격의 간접적인 영향이 파급됨으로써(공유 충격) 전체 시스템이 붕괴할 수도 있는 위험을 말한다.

전통적 위험관리(risk management) 이론에서 ‘위험’은 정량화 가능하고 예상 가능한 의사결정 상황으로 분류되지만, 글로벌 연결성과 복잡성이 증가한 21세기 세계에서 발생하는 체계적 위험은 한동안 잠복해 있다가 갑자기 맹렬히 나타나고(불확실성), 빈도가 낮은 대신 영향력은 막대하며, 인과관계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기가 쉽지 않다. 한 개인이 마스크를 사재기하고, 항생제를 남용하고, 물고기를 남획하는 행위가 공중보건을 위태롭게 하고 항생제 내성을 키우고 어업 생태계를 파괴하듯, 우리의 개별적인 사소한 행위들이 글로벌 복잡계에서 직간접으로 연결된 수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위험이 사회의 모든 차원에 미칠 수 있다.

이 책은 최근의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 변화, 금융위기 등 전 세계가 맞닥뜨린 여러 위험을 살펴보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러한 위험들을 ‘체계적 위험(systemic risk)’으로 규정하고, 21세기 초연결 사회가 안고 있는 불가피한 특징이라고 주장한다. 경제학자인 저자들은 복잡계 경제학, 네트워크 이론, 위험관리 이론 등을 바탕으로 최신 학제 간 연구 성과를 집약하여 금융, 서플라이 체인, 사회인프라, 환경, 팬데믹, 불평등의 6가지 체계적 위험을 밝히고, 문제의 진단을 넘어 체계적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실천적 지침을 제공한다.

저자 이언 골딘

체계적 위험은 시스템의 구조적 특성에서 생겨나므로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해소할 수 없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고립된 세계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만큼 우리가 직면한 위험들의 체계적 성격을 이해하고 잘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저자들은 체계적 위험이 드러난 여러 사례를 통해 우리가 체계적 위험을 관리할 때 유념해야 할 구체적 교훈들을 제시한다.

먼저, 산업이 특정 지역에 집중될 때 발생하는 위험과 불안정을 인식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자연재해나 팬데믹, 테러에 취약한 한 장소에 공급업체들을 모으기보다는 세계 곳곳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불가피하게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아야 할 때도 완충재를 충분히 채우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여분의 달걀(완충재고)을 마련해두어야 한다.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이러한 조치가 단기 수익을 해칠지라도, 지속가능하고 예측가능한 성장을 보장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체계적 위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보다 훨씬 큼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효율성만을 고려하는 현행의 경영전략을 재고해야 한다. 마치 농업에서 단일 경작처럼, 효일성만을 중시하는 경영전략은 외부 충격에 취약할 뿐 아니라 체계적 위험을 키운다. 린 경영방식이 세계 표준이 됨에 따라 운전자금과 유휴 생산능력, 재고를 자산이 아니라 부채로 평가하는 경향이 일반화되었고, 그 결과 회복탄력성이 줄어들고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저자들은 금융위기 당시 경제적 합리성만을 고려해 규제 완화를 옹호했던 주류 경제학자들의 자기 성찰을 촉구하고, 협력과 지속가능성을 더 중시하며 실업과 불평등, 복잡성 같은 실세계 문제들과 씨름할 것을 당부한다.

원서

셋째, 체계적 위험은 개개인에게 합리적일 수 있는 행동이 모여 전체에게 재앙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생물다양성의 감소, 기후 변화, 항생제 내성 등 인구와 소득이 증가할수록 개인의 행동이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커진다. 체계적 위험은 어느 누가 의식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닌, 현대판 ‘공유지의 비극’이다. 복잡계 안에서 수많은 합리적 개인들이 각자 효율성을 추구한 결과 의도하지 않게 나타난 총체적 외부효과다. 그렇게 원래는 각각 고립되어 있던 통상적 위험들을 통합하여 인과관계를 알기 어렵고 대단히 복잡한 체계적 위험을 만들어낸 것이다. 따라서 국경을 초월하여 영향을 미치는 체계적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일차원적이고 선형적인 사고를 벗어난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21세기의 새로운 체계적 위험에 대처할 수 있도록 글로벌 거버넌스를 개혁해야 한다. 현재 가장 큰 체계적 위험은 [금융, 공급망, 보건 같은] 개별 체계 중 어느 하나의 붕괴가 아니라 이런 체계들 사이에서 증가하는 복잡성과 상호의존성을 관리하는 역량의 부족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생겨난 현재의 국제기관들은 체계적 위험을 효과적으로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다. 세계화를 회복탄력성 있고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복잡계를 이해하고 체계적 위험을 탐지 및 감시하는 기제가 있어야 하고, 상황 변화에 맞는 정책을 빠르게 고안하고 시행할 수 있는 합법적 권한을 지닌 기관이 있어야 한다. 체계적 위험에는 체계적 대응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연결성과 복잡성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기관이 필요하다. 

팬데믹과 금융위기, 불평등의 심화와 정치적 분열,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 사회인프라와 공급망의 붕괴 등 이 책에서 살펴보는 체계적 위험들의 원인은 동일하다. 정치·경제 개방과 기술 혁신에 의해 가속되는 글로벌 연결과 통합, 인과관계와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만드는 복잡성의 증가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관리해야 할 국가적·국제적 거버넌스의 실패다.

이 책의 저자들은 세계화가 이제껏 알려진 가장 위대한 진보의 원천이므로 옹호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최근의 코로나 팬데믹과 금융위기는 세계화가 자체 위험을 안고 있으며 언제든 재앙과도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상호연결된 세계에서 갈수록 커지는 체계적 위험을 잘 관리하는 길만이 인류의 밝은 미래를 약속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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