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개와 고양이가 코로나19를 옮길 위험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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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개와 고양이가 코로나19를 옮길 위험이 있을까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1.04.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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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S(기초과학연구원)_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2] Vol. 10_ 우리 집 개와 고양이가 코로나19를 옮길 위험이 있을까

◆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지난해에 이어 사스코로바이러스-2(SARS-CoV-2)의 과학적 이해와 극복 방안 모색을 위한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2’를 연재하고 있다. 이번 연재에서는 최근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이러스 변이와 백신‧치료제 개발 관련 연구동향과 쟁점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지난 3월 17일 발간된 [코로나19 과학 리포트2]_vol. 10을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승인 하에 전재한다. (https://www.ibs.re.kr/kor.do)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반려동물의 바이러스 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의하면 작년 11월 20일 기준 세계 19개국에서 456건의 동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지난 1월 국내에서도 첫 동물 감염 사례가 나왔다. 생활공간을 함께 하는 동물들과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할까. 동물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에 대한 연구들을 정리해봤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의해 유발되는 사람의 질환을 코로나19(COVID-19)라고 한다. 즉, 코로나19는 사람의 질환 명에 해당되기 때문에 동물의 질환을 표현하는데 사용할 수 없다. 동물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이라고 표현해야 한다.

반려동물은 원래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반려동물들은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고 있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아닌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다. 개에서 소화기계 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CCoV‧canine coronavirus)와 호흡기계 질환을 일으키는 개 호흡기 코로나바이러스(CRCoV‧canine respiratory coronavirus)는 지금도 유행하고 있다.

고양이의 경우 경미한 소화기계 질병을 유발하는 고양이 장 코로나바이러스(FECV‧feline enteric coronavirus)와 치명적인 면역복합체 게재성 혈관염을 유발하는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 바이러스(FIVP‧feline infectious peritonitis) 등 2가지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돼지에게 심각한 설사를 일으키는 돼지 전염성 위장염 바이러스(TGEV‧transmissible gastroenteritis), 겨울철 소에서 심각한 설사와 호흡기 질병을 일으키는 소 코로나바이러스(Bovine CoV‧bovine coronavirus)도 코로나바이러스다. 이 외에도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여러 종류의 동물에 감염되어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의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바이러스 스파이크단백질과 숙주세포 ACE2 수용체의 결합으로 감염이 시작된다. 코로나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스파이크단백질 구조에 차이가 존재한다. 종간 ACE2 수용체의 염기서열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이(異)종 간에 ACE2 수용체 염기서열의 차이가 나타났다. 이는 기존 밝혀진 동물 코로나바이러스가 이종에게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개가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고, 사람이 개의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도 않는다. 앞서 언급한 FECV, FIVP 등 일부 동물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이미 백신이 개발되었으며 접종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들 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 유전적 차이가 있어서 해당 백신이 동물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을 막을 수는 없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에 취약한 동물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215종의 동물을 대상으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 위험성을 평가하는 대규모 모델링 실험을 진행했다(Lam et al., 2020). 연구진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스파이크단백질과 각 종별 ACE2 수용체의 결합 안정성을 토대로 감염 위험을 평가했다. 215종 동물의 평균 결합 에너지 변화(ΔΔG)는 3.88이고, 이보다 작으면 감염 위험이 있다고 보는 방식이다. 이후 연구진은 사람과 접촉 가능성이 높은 동물들을 중심으로 28종의 고위험군을 선발했다. 그 결과는 아래 그림과 같다.

▲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 동물들. [Lam et al., 2020]

실제로 사스코로나바이스-2에 대한 동물 감염 시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감염이 보고된 동물의 종류는 개, 고양이, 호랑이, 사자, 퓨마, 밍크 등 총 6종이다. 그렇다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감염된 동물들에게는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반려동물 최초로 ‘확진 판정’을 받은 동물은 홍콩의 반려견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반려인과 함께 사는 2마리의 반려견을 검사한 결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항원 양성이 확인됐다. 하지만 발열, 폐 질환 등 별다른 임상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하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감염된 반려동물은 대부분 어떠한 질병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증상이 나타나도 집에서 돌볼 수 있는 가벼운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으로 반려동물이 죽은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미국에서는 온 가족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집에서 거주하는 반려견이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다. 흥미롭게도 이 집에는 두 마리의 반려견이 살고 있었는데, 그중 한 마리만 양성 반응과 함께 경미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 증상을 보였다. 다른 한 마리는 음성이었다.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감염된 개가 다른 개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진행된 동물실험 결과에서도 개에서 개로 전파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고양이는 개보다 감염에 취약하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감수성이 개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첫 고양이 감염 사례는 벨기에에서 일어났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반려인과 같이 살던 고양이가 구토, 설사, 호흡기 증상 등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과 같은 임상증상을 보였고, 검사 결과도 양성이었다. 이후 연구진이 고양이에서 분리한 바이러스와 반려인에서 분리한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에서는 다른 지역에 사는 고양이들이 각각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항원 양성반응과 미약한 임상증상을 보였다. 그런데 한 마리의 반려인은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다른 고양이의 반려인은 항원 음성반응을 보였다.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로부터 감염되었거나, 코로나19에 걸린 다른 사람과 접촉하며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CDC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반려동물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이 있으므로, 함께 살지 않는 사람들의 반려동물 접촉을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박쥐로부터 중간숙주로 알려진 천산갑을 거쳐 사람에게 그리고 사람으로부터 주변 동물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까지 감염이 확인된 동물들은 총 6종이다. [Sreenivasan et al., 2020]

고양이와 같은 과(family)인 호랑이와 사자에서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항원 양성반응 사례가 보고됐다. 미국 뉴욕의 브롱스 동물원(Bronx Zoo)에 있는 4마리의 호랑이와 2마리의 사자가 호흡기 증상을 보였고, 검사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수년간 이 동물원에 새로운 동물의 유입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육사로부터 감염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밍크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례는 적지만,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요주의 동물’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 등 세계 곳곳의 밍크 농장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집단 감염 및 변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밍크 농장 주변에 살고 있던 고양이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감염되어(7마리 중 1마리는 양성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6마리는 항체면역반응만을 보였다) 동물에서 동물로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반려인들을 위한 CDC의 권고사항(출처: CDC)

반려동물, 코로나19 감염 중간숙주 될까

앞서 언급한 사례 속 동물들은 대부분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사람이 동물에게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전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홍콩 연구진은 코로나19 감염 반려인과 살고 있는 고양이 17마리와 개 15마리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고양이 1마리와 개 2마리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이라고 볼 수 있는 항체면역반응을 확인했다.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825명 반려인들의 반려동물들을 조사했는데, 반려동물의 21~53%가 항체면역반응을 보였다. 또한 코로나19에 감염된 반려인의 반려동물이 그렇지 않은 반려동물에 비해 항체면역반응이 월등히 높았다. 일련의 연구들은 사람에서 반려동물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이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을까?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이 발생한 네덜란드의 밍크 농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사례를 보자. 이 연구에서 68%의 농장 관계자들이 항원양성반응 혹은 항체면역반응을 보였다. 또한, 밍크와 사람에서 분리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해본 결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밍크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어쩌면 밍크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중간숙주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밍크 이외의 동물이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유의미한 증거는 없다.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지난 1월 24일 한국에서도 첫 반려동물 확진 소식이 들렸다. 코로나19 확진자 가족이 기르던 고양이였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있으면 각 시‧도 동물위생시험소에서 진단 검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양성일 경우 사람과 마찬가지로 2주간 격리 조치에 들어간다. 미국 CDC는 반려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반려동물도 사람과 똑같이 격리하고, 소독과 방역과 철저히 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여러 사례와 연구결과들을 종합해보면,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반려인의 부주의한 행동이 반려동물을 감염시킬 수는 있다. 전대미문의 팬데믹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소중한 식구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과 같은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것이다. 이 점을 잘 숙지할 것을 반려인들에게 당부한다.

 

글 | 엄재구 전북대 수의과대학 교수(수의전염병학)

편집 | IBS 커뮤니케이션팀

발행일 | 2021년 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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