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서관과 도서정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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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서관과 도서정가제
  • 백원근 서평위원/책과사회연구소 대표·출판평론가
  • 승인 2021.03.28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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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타스]
출처=KBS NEWS(2021.03.08)

코로나19 상황에서 또다시 온라인으로 새 학기를 맞이한 3월 대학가에서 때아닌 도서정가제 논란이 뜨거웠다. 수업은 비대면으로 이루어지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 도서관은 개방하는 가운데, 현재 국회에서 개정 논의 중인 도서정가제로 인해 “대학도서관이 할인 폭이 축소된 가격으로 책을 구입할 수밖에 없으므로 등록금이 낭비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기존 도서정가제는 도서관의 경우도 개인 구매자와 마찬가지로 정가의 최대 10% 이내 할인과 5% 마일리지 적용(총 15%의 경제상의 이익)을 받아 책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도서관마다 5% 마일리지 적용 여부가 달랐고,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그 용도가 제각각이어서 혼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서 경제상의 이익 제공(정가의 15% 이내, 직접 할인은 10%로 제한)이 판매자의 선택 사항이기에, 공공 또는 기관 구매자인 도서관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경제상의 이익 제공을 일률적인 필수 요건으로 하거나 아니면 제공하지 않도록 하는 등 분명한 법규 적용을 요청했다. 

작년에 법이 정한 3년 주기의 도서정가제 재검토 시점을 맞아 여러 논란을 거치며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 방향 중에는 도서관의 경우 10%의 가격 할인 이외의 추가적인 경제상의 이익(5% 마일리지) 제공을 제한한다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이를 감안하여 도종환 의원이 대표발의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법률안(2020.11.5.)에서는 공공도서관만을 그 제한 대상으로 지정하였는데, 법안 논의 과정에서 대학도서관과 학교도서관도 도서관이므로 그 제한 범위에 모두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과 추가시켜서는 안 된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갈린 것이다. 대표적으로 교육부와 대학도서관들은 5% 마일리지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장기간의 등록금 동결로 대학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존대로 추가적인 5% 마일리지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학도서관계는 2014년 도서정가제 강화 시점에서도 공공도서관계와 달리 정가제 강화를 반대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도서정가제 강화 취지에 따라 공공도서관뿐만 아니라 대학도서관과 학교도서관까지 경제상 이익 제한 대상에 포함된 법안이 3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변이 없는 한 개정이 확실시된다. 이를 두고 대학과 대학도서관, 대학생 입장에서는 다시 불만이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대학도서관을 둘러싼 환경부터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주장처럼 도서관에 대한 5% 마일리지 축소가 등록금 낭비라거나 장서 구입 감소로 이어진다고 하기에는 해외 전자저널 구입비의 비중이 과도하게 큰 현실부터 바꿔야 한다. 현재 대학도서관 자료구입비 지출액은 대학의 총 평균 지출액의 약 0.9%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해외 전자저널과 학술DB를 주축으로 한 전자자료 구입비가 전체 자료구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70% 이상으로 과도한 상태다. 실질적으로 국내 도서를 구입할 수 있는 절대적 재원 자체가 과도하게 부족한 상황에서, 5% 마일리지 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매우 지엽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공공도서관들이 출판시장 축소로 어려움에 빠진 출판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대승적 결단 차원에서 출판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5% 마일리지 포기 결정을 한 마당에 대학과 교육부가 나서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부실한 대학도서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 재정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그간 대학의 심장인 대학도서관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기만 했던 교육정책 당국과 대학들이 소소한 제도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학 예산의 1%도 도서관에 투입하지 않는 것이 정상적인가. 

학생들은 이참에 도서정가제 변화로 등록금이 낭비된다는 빗나간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 독일 대학들처럼 교재를 한 학기 동안 대출해주는 제도를 대학도서관에서 시행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학생들이 볼 만한 최신 장서들을 갖추라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위한 교육복지 정책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매 학기마다 부담이 되는 교재 구입을 대학이 일부 해결해주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경제적 도움은 물론이고 수업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 출판사와 저자 등에게도 출판 활성화를 통한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15% 할인 허용을 통해 그만큼의 거품가격을 구조화시켰다. 또한 유통 경로별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이처럼 왜곡된 가격제도 아래서 기관구매자인 대학도서관의 5% 마일리지를 놓고 벌이는 논쟁은 가격제도만이 아니라 대학도서관 문제를 포함시켜 제대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선진국의 사례처럼 국내 대학들이 학생들을 위한 지식정보 서비스 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학생들의 학문 탐구와 독서 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 얼마나 예산을 쓰고 있는지 비교 연구를 해본다면 그 실체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백원근 서평위원/책과사회연구소 대표·출판평론가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로 한국출판학회 출판정책연구회장, 일본출판학회 정회원이다. 대학에서 출판문화론 등을 강의한다.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문화체육관광부 규제개혁위원, 서울도서관 네트워크 위원장, 경기도 지역서점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한국출판산업사』를 썼고, 옮긴 책으로 『서점은 죽지 않는다』, 『우리 시대의 책』, 『책의 소리를 들어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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