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진실에 다가가는 디딤돌…고대 지중해 세계의 시간, 공간,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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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실에 다가가는 디딤돌…고대 지중해 세계의 시간, 공간, 인간
  • 차영길 경상대학교·서양고대사
  • 승인 2021.02.21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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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다

■ 저자가 말하다_ 『공존과 약탈의 역사: 고대 지중해 세계를 가다』 (차영길 지음, 경상대학교출판부, 486쪽, 2020.12)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공존과 갈등이란 역사 속의 흐름이 상호 교차하면서 만들어내는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는 고대의 지중해 세계이다. 

먼저 ‘공존과 갈등’이란 시각에서 역사를 보게 되면, 그 주제는 역사의 영원한 현상이고 현재에도 여전히 반복되는 분석틀이다. 우리는 역사를 왜 배우는가? 거기에 ‘공존과 약탈’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

“어리석은 사람은 경험에서 배우고 현명한 사람은 역사에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고대 지중해 세계는 역사의 실험실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표본의 하나이다. 일찍이 A. Toynbee가 그의 문명사관 모델을 헬레니즘 문명, 즉 고대 지중해 세계로 잡은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이왕 토인비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 책 소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가지 더 꺼내 보면, 펠로폰네소스 전쟁과 1차 세계대전의 ‘철학적 동시대성의 비교’란 토인비 특유의 역사 이해 방법은 아마 이 책에도 영향을 미쳤고 또 책의 한 곳에서 다루어진다. 

사실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 중심 세계와 근대 유럽의 민족국가 중심 세계는 그 단위에 양적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역사 속에서 그 모델들이 움직이는 질적인 부분들, 예컨대 공동체의 독립성과 폐쇄성 및 무한 경쟁의 추구, 그리고 그로 인한 공동의 몰락과정들은 매우 흡사하다. 토인비 말처럼 마치 문명의 반복처럼 보인다. 우리가 찾으려는 역사의 교훈은 여기에 있을지 모르고, ‘공존’을 통한 공동번영의 역사를 외면한 폴리스 국가들,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벌인 ‘경쟁 속에 함께 몰락한’ 역사의 교훈은 21세기 패권 경쟁의 시대를 직면하고 있는 우리 한반도 주변의 동북아 세계에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역사의 교훈이다. 이 책에서 ‘공존의 역사’를 다룬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흔히 우리는 로마 하면, 그 제국을 떠올리고 그들의 군대와 끊임없는 약탈전쟁을 떠올린다.

Max Weber가 로마 제국의 경제적 특징을 가리켜 ‘약탈자본주의’(Beutecapitalismus)라고 부르면서 자본주의 유형들 중, 가장 수익률이 높은 모델이라 부른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넘어 ‘우리는 역사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궁극적 물음에 부딪치면 사실 끔찍하다는 생각도 든다. 로마의 끊임없는 만성적 전쟁이 티베르 강변의 한 작은 도시국가를 지중해 세계를 제패한 거대 제국, 즉 I. Wallerstein이 역사 속의 유일한 ‘세계제국’이라 부른 놀라운 패권국가를 가져왔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2차 포에니 전쟁으로 잘 알려진 ‘한니발 전쟁’과 그 폐단에서 이어진 라티푼디움의 발달을 가져왔다. 

이것은 마치 1차 세계대전 후 복수의 강화조약인 베르사이유 조약이 2차 세계대전을 잉태하였듯이, 로마 역사에서도 또 다른 복수의 전쟁을 불러온 것이고, 또 우리가 역사책에서 흔히 보는 자영농민층의 몰락과 부의 양극화로 인한 로마 제국의 몰락이란 과정의 씨앗도 뿌려지게 된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약탈의 역사’의 현장은 바로 그 지점을 보려는 것이고, 거기서 우리 시대에 던져주는 역사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살펴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구성방식은 크게 3 부분, 즉 역사의 세 구성 요소인 시간·공간·인간에 따라 제1부 ‘시간의 흐름’. 제2부 ‘공간의 이해’, 제3부 ‘인간 삶의 비교’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그동안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주요 역사가나 사상가들의 역사해석을  소개하고 현재적 의미를 다시 되짚어보는 자리로 제4부 ‘문명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덧붙였다. 물론 이 책 속의 구체적 글의 전개나 각각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는 부족하지만 책을 통해 전달해야 한다는 아쉬움을 갖는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이런 소중한 기회를 주신 ‘대학지성 In&Out’과 편집진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그리고 부족한 책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독자 여러분들께도 아쉬운 글에 대한 죄송한 마음을 억누르면서 깊은 감사의 인사를 먼저 올린다. 


차영길 경상대학교·서양고대사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상대 역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박물관장을 맡고 있다. 독일 마인쯔아카데미 방문연구원, 케임브리지대학교 방문학자, 옥스퍼드대학교 선임연구원 겸 방문교수를 거쳤으며, 한국서양고대역사문화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Z세대를 위한 서양의 역사와 문화』, 『교양으로 읽는 유럽 역사 이야기』, 『사료로 보는 서양고대사』, 『문명이 낳은 철학, 철학이 바꾼 역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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