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팅, 자연의 따끔한 맛: 독침의 비밀을 파헤친 곤충학자 S의 헌신 | 저스틴 슈미트 지음 | 정현창 옮김 | 초사흘달 | 396쪽
‘곤충 침 통증 지수’에 관해 들어본 적 있는가? 곤충의 침에 쏘였을 때 아픈 정도를 수치화한 것으로, 만든 사람의 이름을 붙여 ‘슈미트 통증 지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침 쏘는 곤충의 방어 수단 및 행동을 연구하는 곤충학자인 저자는 연구 과정에서 곤충 침에 수도 없이 쏘였는데, 쏘인 느낌과 아픈 정도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곤충 침 통증 지수’를 만들었다.
저자가 ‘곤충 침 통증 지수’를 만든 까닭은 단순히 아픈 정도가 궁금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작은 친구들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어떤 곤충의 침은 까무러칠 듯 고통스럽지만, 고통이라는 말을 가져다 붙이기가 민망할 만큼 별 효과가 없는 침을 쏘는 곤충도 있다. 침을 쏘는 행위는 같은데 통증의 강도와 증상은 곤충마다 다르다. 그 까닭이 무엇일까? 강력한 독성을 띠도록 진화한 곤충은 어떤 연유로 그런 무기를 갖추어야만 했을까? 애초에 침이 있었는데 퇴화해 버린 곤충은 어째서 효율적인 방어 전략을 폐기했을까? 독특한 증상을 유발하는 침 독은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졌을까? 곤충의 독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요컨대 녀석들이 왜 쏘는지, 침의 성능을 진화시킴으로써 그들의 생활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지독하게 아픈 침을 쏘는 비결은 무엇인지, 곤충마다 침의 통증 정도가 다른 까닭은 무엇인지. 곤충 침 통증 지수는 이 같은 물음의 답을 찾아가는 하나의 과정이었다.
세간의 관심은 슈미트가 정리한 통증 지수 표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곤충, 그러니까 가장 고통스러운 침을 쏘는 곤충이 무엇인가에 쏠렸을 뿐, 그가 왜 통증 지수를 만들었는지, 통증 지수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알 수 있는지 등에 관해서는 대부분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동물이 그렇듯 침을 쏘는 곤충 역시 일상적인 생존 위협에 자주 맞닥뜨린다. 그럴 때 녀석들이 대처하는 다양한 해결 방법과 생존 방식은 인간에게도 놀라운 통찰을 보여 준다.
저자는 이 책에 곤충의 독침에 관한 화학적, 생물학적 지식을 풍성하게 담았다. 저자는 침에 쏘인 고통을 이야기할 때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또한, 사람들이 침 쏘는 곤충을 두려워하고 미워하는 이유를 설명한 뒤에는 그것이 무턱대고 미워할 일이 아니라며 곤충에 대한 인간의 오해를 풀어준다. 그래서 저자가 들려주는 곤충 이야기를 듣고 나면 한결 따스한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