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신입생 미충원이 유독 올해 심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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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신입생 미충원이 유독 올해 심한 이유는?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2.08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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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입학정원보다 적은 학령인구…대학 미충원, 앞으로가 더 문제다
- 학령인구 감소 직격탄 맞은 지방대…‘벚꽃 피는 순서로 폐교’ 위기
- 시장 논리에 맡긴 교육정책, 미충원 문제의 도화선 돼

만 18세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대학 신입생 미충원 현상이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현재 입학정원을 유지할 경우 지방대는 3년 뒤 3곳 중 1곳이 충원율 70% 이하가 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올해 전국 일반대학의 2021학년도 정시 원서 마감 결과 지방 소재 대학의 정시 경쟁률이 2.7대1로 나타나 미충원 대란을 예고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2019년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와 2021학년도 대학 입학정원을 분석한 ‘대학 신입생 미충원이 유독 올해 심한 이유’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대학 수시와 정시 모집에서 지원자 수가 급감한 이유로 만 18세 학령인구의 감소가 꼽힌다.

보고서는 특히 “대학 입학자 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은 1990년대부터 제기됐다”며 “교육정책을 ‘시장’ 논리에 맡긴 후과가 ‘지방대 미충원’과 ‘교육‧재정 여건이 부실한 대학 양산’으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 만 18세 학령인구, 1년 만에 8만 명 감소

통계청이 발표하는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대학 입학 인원을 예측할 수 있는 만 18세 학령인구는 1990년 92만 명을 기점으로 1990~2000년 10년간 9만 3천 명, 2000~2010년 10년간 13만 2천 명이 각각 감소했다.

문제는 학령인구가 최근에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1년 사이 8만 3천 명이 감소해 1년 감소 인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1년에도 3만 5천명 줄어 47만 6천 명까지 줄었다. 올해 대학 수시와 정시 모집에서 지원자 수가 ‘급감’한 이유는 이처럼 2020~2021년 만 18세 학령인구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 만 18세 학령인구, 대입 정원 보다 적어 미충원 불가피

만 18세 학령인구 수가 감소하더라도, 대학 입학정원보다 많다면 미충원이 문제되지 않는다. 지난해까지 미충원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만 18세 학령인구는 47만 6천 명 정도로 대학 입학정원(49만 2천 명)보다 적다.

취업자, 재수 준비생, 군입대자 등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인원까지 고려하면 만 18세 학령인구 중에서 실제 대학에 입학하는 인원은 더 줄어든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추계한 2021학년도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은 41만 4천명으로 대학 입학정원(49만 2천 명)과 비교해 7만 8천명 부족하다. 올해 대학 미충원이 예년보다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문제는 미충원 상당수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대 몫이라는 점이다. 지난 11일 끝난 2021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서울에 위치한 4년제 대학 경쟁률은 5.6대 1에서 5.1대 1로 경쟁률 하락폭이 크지 않은 반면, 지방은 3.9대 1에서 2.7대 1로 하락폭이 컸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지방권 전체 124개 대학 중 절반 이상(57.3%)이 경쟁률 3대 1에 못 미쳤다. 실질적으로 정시에서 3개 대학까지 복수지원을 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방대 미달’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대의 위기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전국에서 17개 대학은 경쟁률 1대 1도 달성하지 못했다. 서울장신대, 한려대, 광주대, 광신대, 루터대, 호남대, 동양대(경북), 중원대, 영산대(양산), 김천대, 신라대, 금강대, 아세아연합신학대, 경주대, 호남신학대, 대구예술대, 감리교신학대 등이다. 작년 정시에서는 7개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특히 영‧호남 지역을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올해 지방권 소재 대학 중 경쟁률 3대 1 미만 대학은 71곳인데, 이 가운데 50개 대학이 영‧호남에 위치해 있다.

▶ 대학 미충원 문제, ‘교육’을 시장논리에 맡긴 후과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1990년대부터 예상됐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1994년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는 2000년 이후 18세 인구가 급감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그럼에도 대학 설립 요건을 최소화하는 ‘대학설립 준칙주의’와 교육여건과 연동해 정원을 확대할 수 있는 ‘정원자율화’ 정책을 도입했다. 대학을 많이 설립하고, 서로 경쟁하게 만들어 도태되는 대학은 문을 닫게 만들겠다는 ‘시장’ 논리를 적용한 것이다.

이 두 정책은 대학 양적규모를 키워 오늘날 미충원 문제의 불씨가 됐다. 학령인구 감소가 현실화되자 준칙주의가 폐지됐고, 정원자율화 정책도 유명무실화 됐다. 하지만 교육정책을 ‘시장’ 논리에 맡긴 후과는 ‘지방대 미충원’과 ‘교육·재정 여건이 부실한 대학 양산’으로 남았다.

▶ 대학 미충원, 앞으로가 더 문제

20년 뒤에는 만 18세 학령인구는 올해의 절반 가까이 줄어 상황이 더 심각하다. 통계청의 '2019년 장래인구특별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전망(2017~2040년)'에 따르면, 2024년 43만명, 2035년 37만명, 2040년엔 28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문제는 해결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만 18세 학령인구는 오는 2024년 43만 명, 2040년에는 현재의 절반인 28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전망은 2019년 3월에 발표한 추계 인구로, 출생 인구가 예상 인원보다 줄어든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정부는 3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가동을 시작했다. 3기 인구TF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해 한계에 부딪히는 대학이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해 대학 경쟁력 강화를 통한 학력인구 감소 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역할 분담을 추진하고 한계사학 종합관리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추계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입학정원을 유지할 경우 지방대는 2024년 3곳 중 1곳이 ‘충원율 70%’ 이하가 되고, 2037년에는 84%가 ‘충원율 70%’ 이하가 된다. 학생 등록금 수입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구조에서 지방대학이 수도권대학과 경쟁하면서 생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전망은 굳이 통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정부나 모든 언론이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나 언론의 주된 관심은 어느 대학이, 어떻게 문을 닫게 하느냐에만 쏠려 있다. 많은 언론의 표현대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으면’ 결국은 수도권 대학만 남게 된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방 대학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교육당국은 대학들을 시장 논리에만 맡길 것이 아니고 하루속히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지역사립 대학을 방치했다간, 수도권 대학 중심과 지방대학 공동화가 맞물려 대학 서열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전체 고등교육 육성 전망과 계획을 가지고 해야 한다"며 "대학 퇴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대 육성 비율을 어떻게 할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사립대학 재정 부족을 어떻게 해결할지 등을 담은 종합적인 그림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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