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특성이 민주 시민을 배신하고 있다!…‘지식의 민주주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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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특성이 민주 시민을 배신하고 있다!…‘지식의 민주주의’로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1.02.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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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게 믿는 자들의 민주주의 | 제랄드 브로네르 지음 | 김수진 옮김 | 책세상 | 400쪽

왜 우리는 과학자의 말을 불신하는가? 어째서 음모론적 신화에 끌리는가? 어떻게 인터넷 검색이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가? 자유로운 정보 순환과 높은 교육 수준으로 집단 지성을 향하리라 믿었던 민주주의의 꿈이 이루어지는 대신 상상과 날조, 명백한 거짓말이 대중의 지지를 얻으며 정치적 결정을 바꾸는 현실이 도래했다. 

이 책은 민주주의의 특성이 도리어 시민을 ‘잘 속는 사람’으로 만들고, ‘믿는 것’과 ‘아는 것’이 뒤엉켜 진실을 가리는 현실을 분석하고 있다. 생생한 실험 사례와 다양한 이론으로 현대 민주주의 내부에 도사린 비합리성을 드러내는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방대한 정보 속에서 작동하는 우리의 편향을 제대로 의식하고 극복함으로써 ‘쉽게 믿는 사람들의 민주주의’가 진정한 ‘지식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함을 역설한다. 

민주주의가 지켜내기 위해 오랫동안 투쟁해온 3대 요체는 모든 시민의 ‘알 권리, 말할 권리, 결정할 권리’였다. 정치 과정이 투명해지고, 직업 정치인이 시민의 뜻을 경청하고, 나아가 시민 자신이 정치의 주체가 되는 민주주의! 인터넷이 고도로 발달한 이 시대라면, 그러한 참여 민주주의가 한껏 꽃을 피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 민주주의가 오늘날 다소 엉뚱하고 심지어는 위협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바로잡기도, 제어하기도 어려운 가짜 뉴스와 음모론이 기술적 편의성을 양분 삼아 세계 곳곳에서, 바로 시민 자신들의 의지로 한창 무성하게 자라난 것이다.
 
인지 시장에서 진실 또는 정통 지식이 소수자(minority)가 되고 마는 이 경향에 관해 저자는 19세기의 찰스 포트가 발명한 흥미로운 정보 취합 방식에서 역사적 기원을 찾는다. 논거를 되는대로 끌어 모아 ‘밀푀유 케이크’처럼 켜켜이 쌓으면, 각각은 형편없는 근거라도 ‘이 많은 게 다 거짓일 수는 없다’는 느낌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그럴듯한 진실로 여겨지게 되는 마술이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정보의 양과 영향력은 인터넷 덕분에 예전과는 비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2020년 현재는 세계의 유력 인사들이 앞장서서 자신에게 유리한 ‘밀푀유식’ 거짓 정보를 활용, 나아가 생산하고 있다. 인지 시장 혁명과 민주주의적 요구의 보편화가 불러온 이 어두운 면을 저자는 ‘쉽게 믿는 자들의 민주주의’라고 이름 붙였다. 

원서 & 저자 제랄드 브로네르

과학과 지식이 끊임없이 진보를 거듭하는 세상에서 대체 왜 잘못된 신념이 여전히 신뢰받고 근절되지 않을까? 심리학자 웨이슨이 고안한 흥미로운 카드 실험 결과가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처럼, 사람들은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합리적이고 꼭 들어맞는 답을 찾을 수 있어도 그만큼의 비용(‘생각하는 시간’)을 들이기가 귀찮아, 즉 ‘인지적 구두쇠’가 발동해서 대부분이 적당히 그럴싸한 오답을 찾는 데 그치고 만다. 한편 우리의 민주적 사회가 긍정하는 비판적 사고가 ‘체계성 없이’ 발휘되었을 때도 그것이 쉽사리 맹신으로 이어지곤 한다. 

인지 편향은 소위 좌파 성향이든 우파 성향이든 피해가기 어렵다. 역사적으로는 과학을 발전시키고 사회를 민주적으로 이끄는 데 공헌한 ‘의심과 비판’에 대한 신념이 때로는 진실을 공격해버리는 역효과를 낳는 것이다. 흔히 교육을 통해 이 비합리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저자는 이의를 제기한다. 도리어 대학 교육을 받은 고학력자가 그 이하의 학력을 가진 이들에 비해 음모론에 빠져드는 경향이 높다는 대목에는 주의를 기울일 만하다. 제대로 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람이 잘못된 정보와 거짓을 쉽사리 믿고 마는 현상의 원인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이로부터 벗어날 길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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