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 지성인들이 나서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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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협, 지성인들이 나서야할 때다
  • 박휘락 국민대·국제관계
  • 승인 2021.01.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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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류의 이상과 미래를 지향하는 ‘학문’을 연구하기 때문에 지성인들은 가급적이면 현실 문제는 관심을 갖지 않고자 한다. “내일 세계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스피노자의 말을 중요시하고, 현재보다는 고대와 고전을 탐구하려 한다. 그러나 우리의 조상들은 그렇지 않았다. 수신제가(修身齊家) 후에는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선시대 이율곡과 이퇴계는 가장 존경받는 학자임과 동시에 정치가였다. 임진왜란 전에도 서원(書院)에 모인 선비들은 일본의 침략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논의했고, 실제로 침략하자 의병을 조직하여 맞서 싸웠다. 최근에도 민주주의가 위협받자 학생과 교수들은 분연히 일어났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게 된 상태이다. 북한이 50~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다양한 첨단미사일을 개발하여 남한을 공격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한때 약속했던 “완전한 비핵화”는 미국의 군사적 옵션을 회피하면서 핵전력 증강 시간을 획득하기 위한 기만책임이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2021년 1월 노동당 대회를 개최하여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해 조선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 내용을 노동당 규약에 포함시켰고, 이 조항은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앞당기기 위한 당의 입장”이라고 설명하였다. 지난해 10월과 금년 1월의 열병식을 통하여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과시함으로써 필요시 미 본토의 도시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미국의 한국 지원을 차단하겠다고 나섰다. 태영호 국회의원을 비롯한 탈북자들과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당대회에서 북한은 핵 무력을 통한 적화통일 목표를 노골화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은 정부가 담당하고 있다. 헌법 제66조 2항에서는 대통령의 책무로 “대한민국 독립과 영토의 보전”을 명시하고 있고, 그래서 국군통수권자로서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무기 폐기에 매달린 채 북핵 위협의 억제와 방어에는 별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 북핵은 미국과 북한이 처리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여 바이든(Joe Biden)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파악과 대북 대화 주선에만 분주한 모습이다. 이전 정부에서 노력해왔던 ‘3축 체계(3K)’ 즉 북한의 핵 공격 징후가 보이면 선제타격하고(Kill Chain), 그래도 발사되면 공중에서 요격하며(KAMD), 재래식이지만 가용한 모든 전력을 총동원하여 응징 보복하겠다(KMPR)는 억제 및 방어책은 토론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어겼음에도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하지 않고, 이 와중에서도 한국군을 한미연합사령관으로 교체함으로써 한반도 방어에 대한 주한미군의 책임을 면제해주려 하고 있다.

일부 국민들도 생업이 바쁜 나머지 북핵 위협을 모른 체하고 있다. 아무리 북한 정권이 비합리적이라도 동일민족인 남한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도발하면 미국이 대규모 응징보복을 하여 한국을 방어해줄 것이며, 북한도 그것을 알기에 도발할 수 없다고 단정함으로써 안심하고자 한다. 그러나 북한은 1950년에도 동족인 남한을 기습 침공하여 수많은 사망자, 실종자, 이산가족을 만들었고, 미국은 1970년대에 동맹이었던 남베트남의 공산화를 방치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맥매스터(H. R. McMaster)는 “Battlegrounds: The Fight to Defend the Free World”라는 회고록에 북한이 미 본토 공격으로 위협할 경우 미국은 한국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북핵 위협이 이처럼 심각함에도 정부와 국민 모두가 안일에 빠져 있다면, 지성인이 나서야 한다. 지성인들부터 북핵 위협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정확하게 평가한 후, 그 결과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정부의 대응 태세를 점검해본 후 미흡한 부분을 강화하도록 압박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국민들의 총력 안보의식도 일깨워야 한다. 소련혁명을 주도한 트로츠키(Leon Trotsky)는 말했다. “당신은 전쟁에 관심 없어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 있다”라고. 북핵 위협 상황에서 치국평천하의 의무는 기피한 채 사과나무만 심는 것은 올바른 지성인의 태도가 아니다.


박휘락 국민대·국제관계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National War College에서 석사,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비핵화협상 위험한 실험』, 『북핵상식 Q&A』, 『북핵 억제와 방어』, 『북핵위협과 안보』, 『북핵위협시대 국방의 조건』, 『평화와 국방』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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