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팬덤 그리고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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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팬덤 그리고 가짜뉴스
  • 김성수 한양대·정치학
  • 승인 2020.12.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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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치인에 대한 팬덤과 가짜뉴스 현상은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누구나 자기만족을 위하여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좋아할 수 있다. 그런데 공적 영역의 행위자인 정치인에 대한 팬덤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대화 과정에서 시민의 권리와 자유는 자유주의, 시장경제, 합리성, 평등, 세속주의 등의 보편적 가치를 통해 발전되어왔다. 보편적 가치는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며, 인류를 대상으로 한 계몽주의의 이상적 가치였다. 보편적 가치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를 구조화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후기 근대화론자인 마르쿠제의 비판처럼 누군가에 의해 구조화된 사회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잊고 순응하면서 살아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물결 속에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현대인의 마음속에서 보편적 가치는 다른 세계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상주의는 보수나 진보 여부와는 상관없이 엘리트들의 산물이기에 배타주의가 내재되어 있다. 결국 대다수 사회구성원들은 감수성, 자신들의 취향, 가치관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실수와 책임회피까지 자신들과 비슷한 정치인을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처럼 우상화하는 팬덤을 만들게 된다. 확실한 물질적 대가는 없지만 나와 비슷한 모습의 정체성이 누군가에 의해 선택되는 순간 큰 기쁨을 느끼게 된다.

미국 법률학자 에이미 추아는 정치적 부족주의는 소속과 배제를 공유하는 부족 본능이라 주장한다. 삶에 지쳐있는 현대인에게 보편적 가치의 공유보다 상대적 박탈감 속에서 차별의식이 강화되면서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모습에 마음이 끌리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잘해서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지하기 때문에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그들을 매개로 ‘자신은 정의롭다’는 자기의식을 지속적으로 자기 증명함으로써 자존감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의 팬덤은 사적 공간에서 자기 욕망을 해소할 뿐이다. 그러나 정치적 팬덤은 공적 공간을 변형시켜 사적 욕망을 충족한다. 동시에 정치인들은 진보건 보수건 다르지 않게 편 가르기를 해대고 있다. 반대 의견은 무시되고 반대파는 거대 악이 되고 만다. 이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확장되며 팬덤이 강화되면서 민주주의가 무너진다.

왜 가짜뉴스에 빠져들까? 사회적 격차가 가중되는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불투명한 미래가 주는 불안감 때문이다.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부터 탈출해 생존하기 위한 반응이 심리적 기제가 된다. 양 진영에서 만들어내는 가짜뉴스로 사회 분열과 불신이 팽배해졌다. 여론재판과 마녀사냥이 곳곳에서 벌어지며 법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가짜뉴스는 정치지도자들의 선택된 지표와 지원사격으로 왜곡되고, 강화된다. 언론 매체와 더불어 유튜브, 팟캐스트, SNS 등을 통해 빛의 속도로 확산된다. 그리고 다시 정치적 분열로 돌아온다. 불확실하고 답답한 현실에서 명확한 답을 찾고 싶은 마음은 출처나 근원은 따지지도 않고 일단 분노부터 하고 지친 마음을 가짜뉴스로 해소한다. 넘쳐나는 정보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삭제한다. 남 탓을 하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투사로 변신하며 특정세력을 대변하는 팬덤 세력으로 확대 강화되며 여론몰이를 한다.

우리는 예수님이 어떻게 순교했는지 잘 알고 있다. 소크라테스 역시 젊은이들을 선동시켰다는 민심 위반죄로 독살되었다. 법치가 기본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동시에 민주적 규범의 핵심은 상호 존중과 권력의 절제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혼자 가는 것 보다 함께 가야 멀리 간다'라는 말이 있다.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다가오는 2021년은 상생의 공동체를 꿈꿔 본다.


김성수 한양대·정치학

American University에서 정치학 학사, Marymount University에서 인문학 석사,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USC)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유럽-아프리카 연구소 소장과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씨앗사업인 탄자니아 다르에살렘 대학교(University of Dar Es Salaam) 한국학연구센터 책임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다. 저서로 『현대 아프리카의 이해』(역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비교정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상생의 정치경제학을 위하여』, 『세계 속의 아프리카』(역서), 『아프리카 기본정보체계 및 파트너쉽 구축』, 『The Role of the Middle Class in Korea Democratization』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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