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 2019년으로 회귀가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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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 2019년으로 회귀가 최선입니까?
  • 김상균 강원대·인지과학
  • 승인 2020.12.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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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_ 김상균 칼럼

필자는 최근 몇 년간 여러 대학에서 교수법 강연을 꾸준히 해왔다. 한해에 어림잡아 40회 정도는 교수법 강연을 했다. 올해는 온라인, 비대면 수업환경에서의 교수법을 주제로 한 강연 요청이 많았다. 올해 코로나로 인해 전체 대학의 2/3 정도가 전면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지만, 플랫폼과 교수법 측면에서 온라인 수업을 미리 잘 준비해온 대학은 극소수였기에 이런 요청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 교육부는 총 학점의 20% 이내로 제한했던 일반 대학의 원격수업 비율을 폐지한다고 선언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 교육의 전환 방향을 대학 스스로 찾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제약을 폐지한 셈이다.

그러나 필자가 4분기에 만났던 여러 대학 관계자들의 반응, 계획은 이런 흐름과 반대였다. 대부분 대학은 코로나가 종식되면 모든 수업 방식을 2019년으로 돌려놓겠다는 계획이었다. 정확히는 계획이 없다는 표현이 맞다. 준비 안 된 상태에서 2020년에 울며 겨자 먹기로 원격수업을 진행했으나, 코로나만 종식되면 별 고민 없이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생각이다. 2019년으로 회귀해도 괜찮을지 대학교육이 직면한 상황을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째, 대학 외부의 학습 플랫폼, 교육 프로그램의 지속적 팽창을 눈여겨봐야 한다. 대학 외부의 대표적 학습 플랫폼인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보자. 2019년, MOOC를 통해 제공된 학위는 50종류, 마이크로 디그리는 820종류, 개설된 코스는 13,500개, 참여한 학생은 1억2천만 명이었다. 2013년 이래 MOOC는 매년 30~40% 수준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 왔다. MOOC 이외에도 대학 교육을 대체, 보완하겠다고 나서는 사설 교육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국내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만든 플랫폼에서는 대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공통교과목들을 과외 형태의 콘텐츠로 판매한다. 필자가 외부 강연에서 마주친 일부 학생들은 소속 대학 교수의 수업을 이해하기 어려워서, 미리 받아둔 사교육 업체의 영상을 수업 중에 몰래 본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중고등학교 수업 내용을 사교육 일타강사들이 콘텐츠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둘째, 대학 진학률 감소를 생각해야 한다. 국내에서 고졸자의 대학 진학률은 2000년대 후반까지 상승했으나, 2010년을 기준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2010년 78.9%에서 2018년 69.7%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고졸자 인구와 대학 진학률이 동시에 줄어들고 있다.

원인에 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겠으나 결과만 놓고 보면, 대학을 찾는 학생은 꾸준히 줄고 있고, 더 급격하게 줄어들 전망이다. 어쩔 수 없는 외적 요인이 등을 떠밀었기 때문이지만, 2020년 우리 대학들은 온라인과 비대면을 중심으로 새로운 학습 프로그램 운영에 도전했다. 그런데 그 모든 도전의 경험을 버린 채 2019년으로 완전히 회귀한다면, 우리는 2020년의 도전에서 무엇을 배운 걸까?

필자는 앞으로도 국내 대학들이 2020년처럼 수업의 대부분을 온라인, 비대면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온라인 환경의 이점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오프라인 수업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고민의 과정, 새로운 시도를 아예 생략하는 현실이 몹시 안타깝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수업방식은 19세기 초반 근대 대학이 설립되면서부터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다. 오래된 방식이기에 무조건 바꿔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 교육 방식이 인터넷, 스마트폰을 넘어서 메타버스(metaverse, 현실 공간을 초월해서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진 가상 세계)로 진화하는 인류의 생활환경, 여러 기업과 기관이 목 놓아 외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상에 부합하는가를 진지하게 돌아보면 좋겠다. 오래 유지해온 시스템, 방식을 구성원 모두가 진지하게 돌아보기 위해서는 큰 전환점이 필요하다. 2020년 우리가 겪어낸 코로나는 바로 그 전환점이다. 이렇게 큰 전환점을 거치면서도 진지한 성찰이 없다면, 우리 대학들은 대체 언제 그런 전환점을 맞이할까?


김상균 강원대·인지과학

로보틱스(학사), 산업공학(석사), 인지과학(박사), 교육공학(교환교수 시절)을 공부했다. 학부 3학년 시절 게임 개발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스타트업을 두 번 창업했고, 투자 기관의 자문역으로 일하다가 2007년부터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재미를 활용한 동기부여 기법과 게이미피케이션을 교육, 기업경영, 마케팅 등에 활용하는 방법, 그리고 메타버스 안에서 사용자들을 어떻게 몰입시키고, 움직이게 할 것인가를 연구한다. 강원대 교육상과 최우수 수업상, 한국공학교육학회 우수 강의교수상 등을 받았다. <Gamification in Learning & Education>, <가르치지 말고 플레이하라>, <기억거래소>, <메타버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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