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감염병의 위기, 해법은 사전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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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감염병의 위기, 해법은 사전 예방
  • 장철훈 부산대학교 의과대학·진단검사의학
  • 승인 2020.12.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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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요즘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장처럼 언론에 종종 등장하는 미국의 과학자가 있다. 미국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의 소장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이다. 파우치 박사는 1984년 소장이 된 직후 미국 하원의원들에게 아프리카대륙에 빨간 점이 하나 찍힌 세계 지도를 보여준다. 그 점은 그때 새롭게 퍼지기 시작한 바이러스의 발생을 표시한 것이었다. 그 후 해마다 같은 지도에 새로 생긴 감염병을 추가하는 점을 찍어 왔는데, 올해 8월에 나온 그림에는 COVID-19를 포함해서 모두 70개의 점이 찍혀 있다. 그 점들의 반 정도는 파란색이었다. 콜레라나 흑사병과 같이 과거에도 있었지만 새롭게 번지고 있는 전염병이다. 그러나 나머지 반 정도는 빨간색으로, 완전히 새로운 병원체가 적지 않게 등장해서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중 단연 압권은 COVID-19이다.

21세기 들어서 매년 평균 2~4개의 신종 감염병이 생기고 있다. 금세기에 인류에게 닥친 가장 큰 건강 문제인 기후변화에서 그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가 전 세계인의 건강 위협 10대 요인을 발표하면서 첫 번째로 든 것이 바로 기후변화이다. 기후변화는 병원체의 생태계에 영향을 미쳐서 새로운 질병이 생기게 한다. 특히 지구 온난화로 인한 모기 서식지의 확대는 모기 매개 감염증의 유행 범위를 크게 확대시킬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후가 아열대화하면서 우리나라에 지금은 없는 모기 매개 감염병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모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동물이며, 현재도 매년 7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모기가 옮기는 질병은 말라리아, 일본뇌염, 지카 바이러스, 뎅기열, 황열병 등 무수히 많다. 기후변화 말고도 새로운 질병을 일으킬 요인들이 있다. 예를 들면, 인구 증가와 인위적인 환경 파괴 같은 것이다. 이로 인해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감염병 발생 위협이 증가되고 있다. 신종 감염병의 60% 이상이 동물에서 기원하고, 그중 75%가 야생동물에서 온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신종 감염병인 사스, 메르스, COVID-19가 모두 동물에서 기원한 것이다.

앞으로도 기후변화나 환경 파괴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변화와 함께 등장하는 신종 감염병에 대해 잘 대비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COVID-19는 질병이 생기고 전파되기 시작하면 이미 늦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의 중재를 좀 더 앞 단계로 이동시켜야 한다. 환자 발생 후의 대응이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환경과 동물, 특히 야생동물을 잘 관찰하면서 신종 감염병의 발생과 전파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원헬스(one health)라고 부른다. 다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한 원헬스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새로운 질병이 풍토병이 된 예를 살펴보면 그 중요성이 잘 이해될 것이다.

1999년 6월 초 미국 뉴욕에서 까마귀 수백 마리가 집단 폐사하였다. 그로부터 두 달 반 후에 아주 이례적으로 뉴욕시 인근에서 59명의 뇌수막염 환자가 발생하였다. 원인 규명이 늦어지면서 까마귀가 죽은 사건이 이렇게 인간에게 심각한 영향을 주는 질병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환자가 발생한 것은 물론이고 야생동물들에게도 질병이 전파되면서 바이러스가 토착화되었다. 질병의 원인을 알게 된 때는 이미 늦었다. 조치가 지연된 핵심 원인은 까마귀 폐사를 조사하던 뉴욕 환경보존부의 진단 능력이 부족했고, 인간과 동물을 다루는 부서 사이에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본래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는 1937년 우간다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모기로 전파되고 주로 새들을 감염시키지만, 아프리카 외의 지역에는 없었다. 그런데 1999년 뉴욕에서 발견된 다음부터는 뉴욕을 중심으로 북미 대륙 동해안에 걸쳐서 매년 여름 천여 명의 환자와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풍토병이 되고 말았다.

이제 바야흐로 감염병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 인류는 옛날부터 수많은 역병을 잘 극복해 왔기 때문에, 지금의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앞으로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원헬스 접근으로 좀 더 앞 단계에서 문제를 해결하여 그 위기 발생의 빈도를 줄여야 한다. 인간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동물과 환경의 건강도 함께 유지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철훈 부산대학교 의과대학·진단검사의학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로, 부산대학교를 졸업한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신기술개발단장을 역임했다. 현재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 근무하고 있으며, 대한임상미생물학회 이사장 및 의학한림원 정회원이다. 역서로 <세상을 바꾼 12가지 질병>, <원헬스: 사람, 동물, 환경>(공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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