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클레스와 아테네 시민사회에서 민주주의의 정수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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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클레스와 아테네 시민사회에서 민주주의의 정수를 배운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12.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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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페리클레스 | 도널드 케이건 지음 | 류현 옮김 | 지식향연 | 492쪽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 분열과 혐오의 정치가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정보기술의 발달과 팬데믹의 영향으로 민주주의가 설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도 들린다. 민주주의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도전받는 민주주의의 시대, 우리 사회가 가장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다.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가 우선되어야 민주주의의 어떤 부분이 공격받는지, 어떤 부분을 지켜야 할지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창조자들이 왜 민주주의를 만들었는지, 그들이 생각한 민주주의의 본령이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그 시작점은 마땅히 페리클레스다.

이 책은 페리클레스가 민주주의를 창조하고, 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채택한 첫 공동체인 아테네를 위해 했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민주주의가 꽃을 피워 시민이 스스로를 다스렸고, 자유로운 개인들이 탁월해지기 위해 노력하던 시대를 이끈 페리클레스의 리더십은 과연 어떤 점에서 탁월했던 것일까? 저자는 페리클레스의 역할과 정체성을 ‘귀족’ ‘민주주의자’ ‘제국주의자’ ‘전략가’ ‘영웅’ 등 14가지로 분류하여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굳건한 신념으로 민주주의의 주춧돌을 놓은 페리클레스, 그는 상층 계급이 부당하고 무능하고 저속한 통치 형태로 간주한 민주주의만이 오히려 모든 사람의 에너지가 완전히 발산할 수 있는 정치 체제임을 확신했다. 페리클레스가 정적들의 공격을 이겨내며 확대한 정치적 평등과 개인의 자유 덕분에 아테네의 예술과 철학은 위대한 성취를 거둘 수 있었다. 가장 보잘것없는 하층 계급에게도 시민의 덕목을 가르치고 요청한 민주 개혁가이자 교육가, 전쟁보다는 외교로 군사적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한 군인이었던 페리클레스의 리더십 아래, 아테네는 가장 완벽에 가까운 민주적인 정치 체제를 수립해갔다.

페리클레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아테네인들이 왜 민주주의를 만들었는지, 그들이 생각한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민주주의가 만든 자유로운 공동체에서 자유로운 개인들이 스스로를 다스리며 영원불멸의 가치를 지켜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또 개인의 탁월성이 어떻게 길러지고 지향되었는지,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싸웠는지, 민주주의가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민주주의가 만들어지고 확장되고 부침을 겪는 궤적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한 편의 웅혼한 서사시와도 같은 페리클레스의 독보적 인생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유력가문 출신의 귀족으로서 막강한 배경을 이용하거나, 정적을 몰아내면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낸 정치가로서의 면모, 클레이스테네스가 설립한 민주주의를 확장해 완전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확립한 민주주의자로서의 업적, 장군으로서 페르시아와의 전쟁, 펠로폰네소스전쟁에서 발휘한 지략, 전략적 방어로 전쟁을 억제하며 평화를 지켜낸 피스메이커, 시민들에게 민주주의를 교육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 교육자, 아스파시아와의 사랑이나 아들들과의 불화 등 사적인 삶까지 더해 다양한 모습을 되살려냈다. 또 평생 친구인 철학자 아낙사고라스, 프로타고라스, 문인 소포클레스, 조각가 페이디아스 등과의 일화나 당대에 당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탁월한 웅변가였던 면모가 잘 드러나는 위대한 연설도 곳곳에 인용해 페리클레스의 삶과 사상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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