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와 지역대학 개혁의 방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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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와 지역대학 개혁의 방향성
  •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
  • 승인 2020.12.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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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칼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어려운 코로나 상황 가운데서 끝났다. 이번 수능 응모자는 49만 명 수준이었다. 이는 지난해 수능 응모자 54만 명에 비하면 10% 정도 감소한 수치이다. 이러한 학령인구의 감소는 대학의 운영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현재 대학과 전문대학의 입학 정원이 55만 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부실한 대학들의 소멸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수도권 이외의 지역대학은 몇 년 전부터 입학 충원율이 점점 떨어져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2021학년도 이후엔 그 상태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대학 정원에도 못 미치는 고등학교 졸업생 수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학의 현실적 환경은 대학 자체의 개혁을 필연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방대학이라 불리는, 지역에 산재한 대학들은 어떤 출구를 모색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골몰하고 있다.

이를 예상한 교육부는 그동안 대학 구조개혁평가(대학 기본역량진단)를 통해 대학 입학정원을 감축하기 위한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만으로는 근본적 개혁이 되지 못한다. 대학 입학정원만 줄인다고 대학이 새로워지는 것이 아니다. 물이 새는 둑에 임시방편의 땜질만 계속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그러면 어떤 개혁이 수반되어야 할까?

지역대학 자체의 내발적이고도 자발적인 개혁이 우선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의 개혁은 어쩌면 외발적이고 타율적인 개혁이다. 어떤 개혁이든 그 개혁의 성공은 자발적이고 내발적일 때만 온전한 개혁이 가능하다. 교육부가 주도하는 대학 기본역량진단을 통해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는 대학교육의 전반과 운영을 개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타율적인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대학개혁의 동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대학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현실을 직시하고 그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 상황 속에서는 이 대안 마련이 대학 자체의 협의만으로는 개혁의 추동력이 약하다. 지금 세계는 지역분권을 통한 지역의 블록화가 전반적인 추세이다. 그런데 한국은 전 국민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해서 살고 있다. 놀랍고도 기이한 현상이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은 분권을 통해 정상화시켜야 한다. 지역 블록화를 통한 실질적인 분권을 이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겪고 있는 중앙 집중으로 인한 많은 부조리는 여전할 수밖에 없다. 대학의 수도권 집중 현상 역시 공고한 성이 된 지 오래다. 이를 극복하고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대학들이 제대로 생존하고 지역을 새롭게 세워나가기 위해서는 유례가 없는 개혁이 필요하다. 지역대학들이 새로운 대학개혁을 통해 지역분권을 선도하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

그 출발점은 그 지역 시민들과 함께 협의체를 만들어 대학의 미래를 함께 새롭게 구상해 나가는 것이다. 이 협의체 구성은 지역의 교육기관인 초·중·고·대학이 함께 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산업체와 지방자치 정부가 참여하는 형태로 지역의 모든 역량을 총합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이 협의체를 통해 각 지역에서 자라나는 미래세대 대부분의 학생들이 지역대학에서 교육받고, 그 지역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이 미래의 지역발전과 진흥을 주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지역에 소재한 대학들은 교육력을 강화해 그 교육내용과 방향이 각 지역의 정체성에 기반을 두면서도 특성화된 강소대학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산발적으로 논의된 지방대학 발전 정책을 통합적으로 체계화해 소위 <지방대학 육성 지원법>을 현실화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지역대학들은 적당하게 기존 전공학과의 이름표만 바꾸어 다는 선을 넘어서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지역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살 수 있다는 생각을 지역 시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고, 학부모들에게는 기존의 지방대학에 대한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는 변화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그리하여 지역대학은 명실상부 그 대학이 소재한 지역과 운명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이제 지역에 있는 대학들은 각개전투만으로 현실을 타개하려 할 것이 아니라, 연합전선을 공고하게 형성해야 한다. 나아가 가능하다면 지역대학 통합을 주도적으로 추진하여 대학의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예를 들면, 부산에 소재한 4개의 국립대학을 통합하여 부산지역의 미래를 제대로 선도할 수 있는 하나의 대학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부산지역의 4개 국립대학이 하나로 통합된다면, 한국에서는 최대 규모의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나 규모만으로는 의미가 크지 않다. 양질 전환이 되어야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학과들을 미래지향적으로 조정하고 융합시켜 나간다면, 세계적인 대학의 반열에 설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학의 위상과 수준이 그렇게 된다면 동남권에 있는 고등학생들이 굳이 서울 소재 대학에 목을 맬 필요도 없게 된다. 이것이 지역대학이 사는 길이고, 이를 통해 지역분권의 토대를 제대로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권역별로 존재하는 <지역거점 대학>이 이름만 달고 상존한다면, 지역대학의 발전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지역대학을 통합하고 연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일들을 도모해야 하는 이유이다.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로 부산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분에 「윤동주 시에 나타난 자기의 문제」로 당선, 평단에 나왔다. 평론집 『전환기의 삶과 비평』, 『다원적 세상보기』, 『생명과 정신의 시학』, 『대화적 비평론의 모색』, 『비평의 자리 만들기』, 『이것저것 그리고 군더더기』 등이 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9 부산시 문화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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