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지도자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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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지도자 만들기
  • 민경찬 논설고문/연세대 명예교수, 과실연 명예대표
  • 승인 2020.11.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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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찬 칼럼]

요즈음 우리는 지도자에 따라 한 국가는 물론 지구촌 생태계가 크게 흔들거리고, 특히 많은 생명들이 희생당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동안 미국 정부의 파리 기후변화 협약 탈퇴를 비롯한 자국 중심의 국정 운영과 코로나 대응보다는 경제 회복을 우선시하는 모습에서 지도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하게 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하루 20만 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나오고, 누적 확진자 수 1,200만 명, 사망자 수 25만 명을 넘기며, 크나큰 상처를 받고 있다.

1938년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한 나라가 단지 민주주의적 형태의 정부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강하고 위대하다고 쉽게 가정할 순 없다.”, 그리고 그는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게 하려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긍정적인 힘이 돼야 하며, 민주주의가 모든 개인의 안녕을 진정 소중히 여긴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다. 국민, 즉 ‘한 생명’과 그 ‘삶’의 소중함을 강조한 것이다. 

오늘과 같은 4차산업혁명, 팬데믹에 따른 대전환의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은 지도자’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요즈음 젊은 정치인을 세우자는 분위기가 커지는데,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대적 환경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과 같은 위기적 상황에서는 패기보다는 경험과 경륜이 중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그런데 좋은 지도자와 나이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요즈음 정치, 기업, 언론 등의 영역을 보면 30~40대와 70대 지도자의 전성시대다. 정치인만 보더라도, 유럽 48개국 중 23개국 정상이 30⋅40세대인데,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 쿠르츠 총리는 34세,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39세, 영국 캐머런 전 총리, 캐나다 트뤼도 총리는 43세,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은 47세의 나이에 취임했다. 한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74세, 바이든은 78세, 일본 스가 총리는 72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도 곧 70대가 된다.

그런데 우리는 국가 정상들이 30~40대라도 정치 경력이 최소 20년 안팎인 '준비된 리더'들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대개 10~20대부터 정당에 가입해 밑바닥에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지방의원, 시장, 장관, 당 대표 등의 경력을 쌓으며, 자기 스스로 '깃발'을 들고 능력을 검증받은 뒤 최고 지도자로 등장했다. 예외적으로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부동산 재벌 출신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가 있기는 하다.

대한민국의 정치 생태계는 어떠한가? 대개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후 정당에 영입되거나, 또는 종종 ‘줄 대기‘ 방식으로 ’어쩌다‘ 정치인 되기도 하는 상황이다. 정치가 경제, 사회, 국방은 물론 교육과 과학에까지 크게 영향을 주는 상황이기에 진정성, 경륜, 전문성, 신뢰, 도덕성 등 정치인의 자질이 큰 이슈가 되기도 한다. 좋은 지도자가 되려면 우리도 청년 때부터 단계별 교육⋅훈련을 거치며 최소 20년 정도의 경력을 쌓아야 하는데, 언제나 가능할까? 

그런데 20년간 훈련받으며 체계적으로 경력을 쌓게 한다고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일까? 이는 필요조건이다. 경험을 쌓고 선택된 지도자라고 모두가 성공적이거나 존경받는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경우 개인 및 집단의 권력에 집착하거나, 무능 또는 비윤리적인 행태로 인해 국가나 세계에 불안, 갈등, 경제적 피폐를 가져와 국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면 이 시대에 적합한 ‘좋은 지도자’란 어떤 사람인가? 지도자는 결국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므로, 좋은 지도자는 먼저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희생, 겸손, 정직, 신뢰, 존경 등의 덕목도 여기에서 나온다. 더 나아가 과학의 이해와 함께 과학적 사고력을 갖춰야 한다. AI를 비롯한 디지털 전환 시대, 팬데믹 시대를 깊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지도자는 태어나지 않고 길러진다’는 말이 있다. 그러므로 20대 초반의 젊은이를 기본적 지식과 역량, 자질을 갖춘 인재로 양성하여 사회에 배출하는 대학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대학은 일부 학생에게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꿈을 키우게 하고, 요구되는 덕목과 경험과 체험을 쌓도록 격려해야 한다. 생명, 자유, 평등, 안전, 행복 등의 전 인류적 가치를 이해하며, 자신이 어떤 일을 하든지 늘 우리 사회와 인류에 어떠한 가치와 영향을 가져다 줄 지를 고심하는 성찰적 태도를 갖게 해야 한다. 

요즈음 대학이 취업, 반값 등록금, 평가, 비대면 교육 등의 현안에 경황이 없지만, 긴 안목에서의 인재 및 지도자 양성에 대한 책무성을 더욱 크게 가져야 한다. 우리 모두의 미래 생존이 달린 과제다. 우리 앞에는 일자리, 양극화, 기후변화, 팬데믹 등 개별 국가는 물론 지구촌 차원에서 협업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가 많이 놓여있다. 겸손하고 솔직하며 반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모든 사람과 함께 걸어가는 ‘좋은 지도자’를 우리 대학과 사회가 많이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 


민경찬 논설고문/연세대 명예교수, 과실연 명예대표

연세대 수학과 명예교수로 대한수학회 회장,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자문위원장,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과학기술분과 의장, 국무총리 소속 인사혁신추진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국가인재경영연구원 이사장,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자문위원회(SAB) 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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