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거점대 존폐 위기...합격자는 '입학 포기', 재학생은 '자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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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거점대 존폐 위기...합격자는 '입학 포기', 재학생은 '자퇴'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10.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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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최근 5년간 3000명 자퇴
부산대, 올해 합격자의 75% 입학 포기
"지거국 존립 위협…재정적 지원확대 필요"
경북대학교 전경
경북대학교 전경

지방대 존폐 위기가 국립대까지 확대되면서 자퇴하는 지방 국립대 학생 수가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방 주요 9개 국립대 자퇴생은 2017년 3,981명, 2018년 4,438명, 2019년 4,793명을 기록했고, 지난해 전체 학생 가운데 2.4%가 자퇴를 선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이 경북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자퇴생은 2,973명으로 2020년 입학정원(4,961명)의 60%에 달했다. 매년 입학정원의 12%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제 발로 학교를 떠나는 셈이다.

김 의원은 "경북대 자퇴생의 95%는 타 학교 진학을 위한 것"이라며 "이는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방대학의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부산대와 충남대, 전남대 등의 거점 국립대도 한 해 평균 500여명의 자퇴생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경북대의 경우, 2014년 387명에서 지난해 795명으로 2배가 급증해 타 국립대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대학도 20~40%의 자퇴생 증가가 있었지만 2배가 증가한 것은 경북대가 유일하다.

김 의원은 “이미 입학한 학생들이 자퇴를 하면 다시 충원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이대로라면 지방거점국립대의 존립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해 재수나 반수를 택하고 있는 만큼, 학교 차원의 경쟁력 강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국가 차원에서도 지방거점국립대에 대한 재정적 지원 확대와 연구 환경 조성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경북대는 "자퇴 방지를 위한 교육수요자 중심의 다양한 학사 제도를 통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부산대의 경우 올해 합격생의 70% 이상이 입학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욱 의원이 부산대로부터 제출받은 ’2020학년도 모집 인원 및 합격포기 인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학년도 모집인원(4,509명) 대비 합격 포기 인원(3,397명)이 75.3%에 달했다. 합격했던 수험생 10명 중 7명이 다른 학교로 입학하기 위해서 부산대 입학을 포기한 것이다.

단과대별로 살펴보면, 사범대학의 합격 포기율이 116.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생명자원과학대학이 114.3%, 치의학전문대학원이 95%, 공과대학이 77.6%, 인문대학 74.5%, 경제통상대학 68.3%, 생활환경대학 62.1%, 간호대학 60.7%, 나노과학기술대학 60.2%, 정보의생명공학대학 59.2%, 한의학전문대학원 52%, 의과대학 42.4%, 예술대학 29.7%, 스포츠과학부 22.6% 순이었다.

합격 포기 비율이 가장 높은 학과는 국어교육과와 영어교육과로, 합격포기율이 각각 210.3%, 200%로 모집인원의 2배 이상이 합격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선호 현상으로 인해 부산대를 비롯한 지역거점국립대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며 ”지방거점국립대가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국가차원에서 예산 지원을 확대하고 더 나아가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지방 국립대 관계자는 "국립대 간 학점 교류제를 통한 연구 중심 대학의 확대와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대학 서열화 및 수도권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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