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은 인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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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은 인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재료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9.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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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예술가들이 사랑한 컬러의 역사 (CHROMATOPIA) | 데이비드 콜즈 지음 | 김재경 옮김 | 영진닷컴 | 240쪽

색은 인간이 존재한 이래로 우리 주변 세상을 묘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대지에서 생성된 천연 안료가 초기 문명에 도입돼 최초의 채색 물감이 나왔을 때부터 색은 인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재료였다.

유명한 브랜드를 떠올려보면 특정한 색상과 늘 따라온다. 빨강 하면 맥도날드, 리바이스, 캐논, 코카콜라. 어도비, 블랙은 샤넬과 구찌, 블루는 삼성, 인텔, 페이스북, GAP, 오렌지는 던킨 도너츠, 환타, 보라색은 홀마크, 녹색은 스타벅스가 떠오른다. 이렇게 브랜드 컬러를 활용하면, 그 브랜드만의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면서도 타깃 고객층에게 선명한 인상을 남겨줄 수 있다.

이런 컬러마케팅은 기업을 넘어 개인들에게도 적극 활용되고 있는데. 하물며 예술가라고 하면 그들만의 컬러가 있지 않겠는가. 빈센트 반 고흐 하면 가장 먼저 노란색이, 마티스는 강렬한 주황과 블루. 로스코는 캔버스를 가득 채운 검 붉은색이 떠오른다. 세상의 모든 색상을 캔버스에 담아낼 수 있는 예술가들도 특정 컬러의 매력에 빠져들었는데, 이런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컬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색은 예술가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는 정말 다양한 색으로 둘러싸여 있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빨갛고 파랗고 노랗고 때론 희고 검고 회색빛이다. 그 빨갛고 파란 정도도 다 다르고 같은 색도 볼 때마다 다르게 느껴진다. 과연 이 많은 색들은 어디서 나왔을까? 아니, 누가 만들었을까?
이 책은 현직 물감 제조업자가 들려주는 색에 대한 이야기로 컬러가 어떻게 탄생하여 각광받고 또 어째서 쇠퇴하게 됐는지를 알려주며, 고대부터 현재까지 주요했던 안료 60여 개를 소개한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색과 물감, 미술에 둘러싸여 자란 저자는 자연스럽게 미술을 전공하고 화방에서 일하면서 색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현재는 물감제조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관련 용어에 대한 해설과 1차 기본색인 파랑, 빨강, 노랑과 1차색 두 가지를 혼합하면 나오는 2차 기본색 자주, 초록, 주황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초록이라는 이름의 유래, 초록이 상징하는 것들, 초록색을 표현하는 안료들, 동양과 서양 문화에서 초록의 의미 등을 설명하면서 색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색은 한 가지 색상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다른 물감과 섞여 전혀 다른 색을 만든다. 기본적으로 빨강, 파랑, 노랑만 있으면 모든 색을 만들 수 있다. 과거에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안료의 색채가 약해 혼합할수록 색의 선명함이 떨어졌지만, 지금은 기술의 발달로, 색을 혼합해도 선명한 컬러는 생산할 수 있다.

저자는 최초의 색으로 시작해, 색의 과거와 역사. 색의 의미와 생산과정에 대해 알려준다. 그렇다면 인간이 사용한 최초의 색은 무엇이었을까? 모두가 짐작하듯이 동굴에 그린 그림이 떠오른다. 동굴 그림의 주재료인 황토는 그 안에 들어있는 철 성분에 따라 빨강, 갈색, 노랑 등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듯 백색, 검은색이 뒤따른다. 까맣게 탄 나무나 하얀 뼛가루는 황토와는 또 다른 색을 만들어냈다.

초기 인류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안료가 매우 적어 공업기술에 눈을 돌렸고 그때 만들어진 첫 번째 합성 안료가 ‘이집션 블루 egyptian blue’다. 다시 말해 문명이 발달하면서 자연에서 주어진 색을 이용하던 인류는 처음으로 필요한 색을 합성해서 사용하게 된다. 이집트 벽화와 상형문자를 떠올릴 때 등장하는 색, 이집션 블루가 바로 최초로 합성한 색이다. 단순한 물감처럼 보이지만 이 파랑의 탄생은 예술을 넘어 기술과 문화의 상호작용의 결과였다.

초창기의 안료는 매우 귀하고 비싼 소재였기에, 색은 특정 계층의 힘을 상징하기도 했다. 자주색은 성직자와 왕족들이 사용했다. 실제로 청금석이 원료인 울트라마린은 황금보다도 비싸서 부와 명예를 상징하기도 했다. 자연에서 멋진 색을 찾아내는 인간의 창의력은 장엄한 중세의 필사본과 르네상스 예술 그리고 20세기 현대 미술도 탄생시켰다.

책은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색부터 고대, 중세를 거쳐 폭발적으로 색이 증가한 현재까지 시대마다 유행하고 많이 사용한 색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의미가 있으며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준다. 마지막에는 물감을 만드는 방법, 안료 제조법, 색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한 예술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일부 색을 소개하면,
* 오커, 황토(Ochers) - 인류가 사용한 최초의 안료: 250,000년 전에도 사용한 흔적이 있는 최초의 색. 인도와 호주의 초기 문화부터 프랑스의 유명한 라스코 동굴 벽화까지 세계 곳곳에 오커로 만든 고대 예술품이 남아 있다.

* 램프 블랙, 유연(Lamp Black) - 선사 시대부터 사용된 안료: 사천 년 전 고대 이집트인이 무덤과 벽화를 만들 때 썼던 푸른빛이 나는 불투명한 검은색. 인류 역사에서 램프 블랙은 글쓰기와 드로잉을 위한 잉크의 안료로 쓰였다.

* 라피스 라줄리, 청금색(Lapis Lazuli) - 금보다 비싼 파란색: 르네상스 화가들이 사랑했던 우아한 울트라마린은 자연적으로 생긴 푸른색의 돌 라피스 라줄리에서 추출한 것이다. 금보다 비싼 고가인 탓에 성모 마리아처럼 그림에서 중요한 인물이나 대상에만 사용됐다.

* 사프란(Saffron) - 중세 필사본 채색가에게 가장 중요했던 노란색: 사프란에서 나오는 순수한 노랑은 강하고 반투명해서 금박으로 사용했다. 고대 이집트인은 미라의 붕대를 염색하는 데 썼고, 로마 황제는 목욕할 때 향수로 썼다.

* 플루오레센스, 형광(Fluorescence) - 형광은 에너지다!: 1940년, 미국의 Switzer 형제가 햇빛에도 빛나는 형광 안료를 발명했다. 2차 세계 대전 때 눈에 잘 띄는 흔적을 만들거나 신호를 보내는 데 사용했다. 1960년대에는 환각적인 그림들에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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