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것을 전복하고 오늘을 만든 세계의 혁명과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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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것을 전복하고 오늘을 만든 세계의 혁명과 반란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8.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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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혁명의 세계 반란의 역사 | 배성인 지음 | 나름북스 | 480쪽

이 책은 고대 스파르타쿠스 반란부터 중세와 근대의 혁명을 거쳐 현대의 혁명까지 역사적 의미가 있는 혁명들을 골라 그 원인과 과정, 한계와 교훈을 살펴본다. ‘혁명’의 사전적 정의는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 국가 기초, 사회 제도, 경제 제도, 조직 따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이지만, 사건을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고대와 중세의 민중 저항은 그저 ‘반란’으로 인식되는 반면 근대 이후의 다양한 민중 행동은 쉽게 혁명의 지위를 얻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이들에겐 변화의 희망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혁명이 자유세계의 가치를 위협하는 일이 된다. 이처럼 혁명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으나 혁명이 사회구조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책에 따르면 정치 사회적인 근본적 변화가 뒤따르고 현존하는 지배계급을 전복시키며 대중이 참여해야만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고대와 중세의 혁명, 근대의 혁명, 현대의 혁명의 3부 22장으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 노예 출신으로 검투사가 되어 로마의 역사를 바꿀 뻔했던 스파르타쿠스는 “죽음이 노예에겐 유일한 자유”라 말하며 세계 최초의 국제적 반란을 일으켰다. 중국에서는 진시황의 폭정으로 도탄에 빠진 농민들이 “왕후장상의 씨가 어찌 따로 있겠는가”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반란을 터뜨렸다. 『삼국지』의 주인공들이 황건의 난을 계기로 도원결의를 맺었고, 이 때문에 황건이 도적떼로 비하됐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당나라 최대의 민중반란인 황소의 난과 고려시대 망이 망소이의 난, 노비 만적의 난, 중세 붕괴의 서막이 된 프랑스 마르셀 반란과 자크리의 난, 영국 와트 타일러의 난 등 왕조 중심의 지배층 역사서에서 찾아볼 수 없던 고대와 중세의 동서양 반란 이야기가 생생하게 서술된다.

2부인 근대의 혁명 이야기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결혼식이 열리는 베르사유 궁에서 시작돼 노예반란에 성공한 최초의 흑인공화국 아이티의 혁명, 자유를 열망한 민중들의 프랑스혁명을 거쳐 ‘낙원을 급습’한 노동자 국가 파리코뮌, 미국 노동자 투쟁과 메이데이, 동학농민혁명으로 이어진다. 근대에 들어 세계의 민중은 불평등을 자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시민의 권리,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찾으려 했다. 세계가 본격적인 제국주의 열강의 전쟁터가 되면서 외세에 대한 저항이 본격화되기도 했다. 고대와 중세의 반란에서 소수의 지도자가 뜻을 품고 봉기를 시작한 데 비해, 근대에 와서는 좀 더 많은 대중이 혁명의 뜻에 공감하고 집단적으로 저항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올랭프 드 구주와 여성 인권 선언에 주목해 세계 여성의 날의 유래와 의미를 설명하는 데에 한 장을 할애한 것은 3부에 등장한 여성 참정권혁명과 함께 여성 주체의 혁명을 주요하게 본 이 책의 차별점이다.

현대의 혁명을 다룬 3부에서는 러시아 볼셰비키혁명, 중국공산당의 대장정, 쿠바혁명, 68혁명, 칠레 선거혁명, 베트남혁명 등 오늘날에도 평가가 엇갈리는 혁명들을 주체의 관점에서 되짚어본다. 현대의 혁명들은 한 나라 안에서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다르지만 비슷한 처지의 세계 민중들과 그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혁의 전망을 제시했다. 각 혁명이 발생한 시대적 배경과 정치사회적 원인은 물론 주요 인물의 갈등과 과오에 대한 평가까지 두루 서술해 오늘에 이르는 해당 나라의 정치 상황과 세계정세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기본적으로 계급투쟁이라는 일관된 관점에서 혁명을 서술했고, 서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동양과 제3세계 국가의 혁명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각 장의 말미에는 해당 사건의 원인과 결과, 교훈을 간략하게 요약 정리했다.

지배층의 수탈, 불평등으로 인한 빈곤 등 경제적 이유는 혁명의 큰 원인이 된다. 그러나 정치 사회적 이유로 일어나는 혁명 또한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 저자는 혁명이 학습을 하고 무언가를 알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앎’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원천이고 그것이 혁명으로 외화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부단히 저항하고 투쟁한 인류의 역사를 읽는 것은 위기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의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던져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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