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만든 생각’을 찾아가는 놀라운 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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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만든 생각’을 찾아가는 놀라운 탐사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7.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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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생각의 시대: 인류 문명을 만든 5가지 생각의 도구를 만나다 | 김용규 지음 | 김영사 | 508쪽

주변국들에 비해 한참 뒤처졌던 그리스가 단숨에 문화 격차를 따라잡고 서양문명의 원류로 떠오르게 만든 놀라운 사유의 혁명, ‘5가지 생각의 도구’를 소개한다. 이것들이 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지, 역사 속에서 어떻게 발전·적용되어 왔는지, 여전히 필요한 까닭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까지 알아본다. 철학, 고전학, 역사, 문학과 뇌신경과학, 인지과학, 심리학, 언어학, 교육학을 종횡무진하며 5가지 생각의 도구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의 시대, 폭증하는 지식과 격변하는 환경을 꿰뚫을 수 있는 거시적이고 합리적인 전망과 판단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지, 그에 합당한 새로운 사고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궁금한 독자라면, 바로 이 혁신적인 생각의 도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부에서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5가지 생각의 도구는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그리고 비중 있게 다뤄지는 것이 메타포라(은유)이다. 은유는 “우리의 사고와 언어, 그리고 학문과 예술을 구성하는 가장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도구”이다. 기원전 8세기 호메로스를 비롯한 그리스의 서정·서사시인들이 남긴 은유들과 오늘의 뇌신경과학, 인지과학의 이론들을 살펴보면서 은유가 “유사성을 통해 ‘보편성’을, 비유사성을 통해 ‘창의성’을 드러내는 천재적인 생각의 도구”임을 보여준다.

두 번째 도구인 아르케(원리)는 기원전 7세기 탈레스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탈레스는 자연의 뒤에서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변덕스러운 신이 아니라, 파악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는 자연적 원리라고 믿었다. 그리고 관찰과 실험 그리고 사고를 통해 그것을 찾으려 노력했다”(191쪽). 발견과 발명의 모태이자 문제를 예측하고 해결하는 도구인 ‘원리’가 탄생하는 ‘관찰-추론-검증’의 과정을 검토하고, 가추법, 가설연역법과 같은 추론법을 다룬다.

세 번째 도구인 로고스(문장)는 기원전 6세기 아낙시만드로스나 헤라클레이토스 같은 이를 통해 도입되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치며 서양의 사유 구조 속에 깊이 뿌리내리게 된다. 이 장의 논의를 통해 문장이 단순히 사고를 표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정신의 지도이자 비판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임이 드러난다. 네 번째, 아리스모스(수)는 우리가 마주하는 대상들을 합리적 패턴으로 드러나게 하여, 우리가 그것을 이해하고 조종할 수 있게 해준다. 즉, 수는 패턴의 과학이자 질서와 패턴을 만드는 도구인 셈이다. 이 장의 주인공은 기원전 6세기 피타고라스와 그 학파 사람들이다.

마지막 도구인 레토리케(수사)는 요즘 저평가되어 퍼져 있는 통념과 달리, 표현을 돋보이게 하는 미사여구에 그치지 않는다. 수사는 본디부터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도구로 마련되었는데, 호메로스 이후 수많은 시인들이 사용한 문예적 수사가 바로 이것이다. 기원전 5세기 이후엔 프로타고라스, 고르기아스를 비롯한 소피스트들이 수사에 논증을 결합한 ‘논증적 수사’를 만들어냄으로써 한층 강력한 설득의 도구이자 원활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 장에서는 수사의 발전사와 수사학과 논리학의 기법들, 예를 들어 예증법, 생략삼단논법, 대증식, 연쇄삼단논법 등 강력한 도구들이 소개된다.

이 책은 5가지 생각의 도구를 배우고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은유를 익히기 위한 방법으로 시 암송, 저자가 이름 붙여 제안한 ‘차라의 부대주머니 훈련법’ 등을 제안한다. ‘부대주머니 훈련법’이란 낱말 카드를 주머니 속에 넣어 섞은 뒤 무작위로 두 장을 꺼내 두 낱말을 이용해 ‘A는 B다’와 같은 문장을 만들게 하고 두 낱말이 지시하는 사물이나 사건 사이의 유사성과 비유사성을 찾아보게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은유 만들기의 심리적 부담을 덜면서도, 아리스토텔레스가 천재성의 요소로 꼽은 ‘서로 다른 사건이나 사물 간의 유사성과 비유사성을 재빨리 간파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원리’ 편에서 가장 유용한 논리적 추론의 도구로 제시된 가추법을 훈련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피아제의 ‘속담-설명 짝맞추기’ 실험을 약간 변형한 방식, 그리고 추리소설 읽기가 유용하다. ‘문장’ 훈련의 방법으로는 책을 읽어주는 것, 책을 베껴쓰는 것, 꽃게 문장도식 훈련 등을, ‘수’와 관련해서는 시각적 또는 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수학을 교육하는 것, 곧 피타고라스 따라 하기를 제안한다. 수사를 익히기 위한 방법으로는 명연설문을 낭송, 암송하기를 권하며, 수사학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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