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커지는 학교권력의 사유화를 막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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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처럼 커지는 학교권력의 사유화를 막아내야 한다
  • 황선주 서원대 중어과 교수/전국교수노동조합 충북지부장
  • 승인 2020.07.05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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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수노동조합 - 대학지성 in&out 기획 칼럼]_ 위기의 대학 ⑧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자율적 공동체인 대학은 교양교육을 통한 지적 자원의 공급원으로 그리고 학문적 진리를 추구하는 지성의 보루로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시장논리가 대학에 확산되면서 대학(교육)은 물질주의에 빠지고 반(反)지성주의를 양산하고 있다. 국가와 기업에 휘둘린 채 정체성과 자율성을 잃고 피폐해진 오늘의 한국 대학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대학이 나라의 미래를 만든다. 대학이 변해야 교육이 살며, 대학이 바뀌어야 나라가 바뀐다. 교수노조는 대학의 공공성, 민주화, 그리고 교권 확립을 위해 대학현장의 차별, 탄압, 비리 등 부정의(不正義) 사례를 고발하고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서원대는 지금 총장직무대행 체제이다. 전 총장이 교비 횡령으로 총장직을 계속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실세 총장이다.

8년 전 이사장은 서원대를 인수해 이전의 재단들과 달리 부채를 말끔히 청산하였고, 구성원들의 기대도 컸다. 그런데 이사장은 아들을 초대 총장으로 임명하였으며, 총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세 건의 교비 횡령을 하였다. 장모의 아파트 전세금으로 5억5천만 원, 아파트 관리비 4천8백만 원 그리고 아파트 실내장식비 3천9백만 원, 적지 않은 액수였다. 이것이 교내의 교수회에서 문제로 불거지자 총장은 돈을 갚았고, 실내장식에 쓴 집기류도 학교에 반납했다. 그런데 학교에 복직하지 못하고 있는 송 모 교수가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일이 복잡해졌다. 검찰은 4천팔백 부분만을 횡령으로 인정하여 벌금 5백만 원으로 약식 기소하였고, 판사는 이를 정식재판에 부쳐서 벌금 7백만 원을 선고하였다. 반면에 최근 2심의 재판부는 총장이 횡령인 줄 몰랐다는 점을 참작하여 벌금 백만 원을 선고하면서 무죄에 가까운 판결을 하였다. 여러 가지 점에서 재판부의 판단은 합리적이라고 여겨지지 않지만, 특히나 죄인 줄 몰랐으므로 죄가 안 된다는 식의 논리는 쉽사리 이해가 가질 않는다. 더욱이 2심 선고 이전에 이미 총장은 벌금이 삼백만 원 이하일 것이라고 말하였다 하니, 이후 재판부가 횡령인지 몰랐다는 증언을 받아들인 것은 좀 석연치 않다.

재정권뿐 아니라 인사권 행사를 둘러싼 일들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기본적으로 인사의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은 구체적인 예가 한둘이 아니다. 최근에는 비정년 교수를 정년으로 전환해주고, 전 총장은 그에게 어용 교수노조를 만들게 했다. 이는 교내의 공공연한 소문으로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다. 6년 정도 월급이 동결되었던 탓 등으로 작년에 대학 당국은 어쩔  없이 호봉제 교수들을 비롯한 교직원의 월급을 올려줘야 했고, 이에 따라 10억을 지출해야 했다. 올해에도 월급 협상이 있을 터인데, 전국교수노동조합과 협상을 하게 되면 또 호봉제 교수들의 월급을 올려줘야 하고 지출이 많아질 것이므로, 지레 비정년 중심의 교수노조를 만들어서 협상창구를 비정년으로 한정하고자 한 것이다. 돈에 인색한 총장이 호봉제 교수의 월급을 동결하면서 비정년들의 월급을 얼마나 올려줄지도 의문이지만, 비정년들의 교수노조는 앞으로 실세 총장의 전위부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익을 중심으로 한 그들의 고리는 강고하게 보인다.

현재 총장직무대행이 있지만, 보직자들은 실세 총장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즉 실세 총장은 여전히 인사권과 재정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자신의 권력을 구가하고 있다. 교비를 횡령한 것은, 교비를 자신의 쌈짓돈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문에 의하면 총장은 직원으로부터 횡령의 위험성을 고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마음대로 썼다. 인사권 역시 자의적으로 구사하면서 자신의 세를 불리기에 급급하다. 크게 보아 서원대는 지금 일반 기업과 다를 바 없이 이사장과 총장의 전적인 사유재산이며, 그 탓에 교육의 장은 여기저기서 망가지고 있다. 사유화된 학교 권력은 눈덩이처럼 굴러가고 있고, 이를 최대한 빨리 막아야 한다. 사립학교법의 개정을 추동해야 하고, 교소노조든 교수회든 구성원들의 비판적 의지를 모아 행동에 나서야 한다. 구성원들의 단합된 힘만이 백년대계를 기약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교비 횡령에 대한 교육 당국의 엄격한 조사가 요구된다.

 

황선주 서원대 중어과 교수/전국교수노동조합 충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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