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의 대학 침탈에 수수방관하는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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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의 대학 침탈에 수수방관하는 교육부
  • 유진우 신경대학교·색채학
  • 승인 2020.06.21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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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수노동조합 - 대학지성 in&out 기획 칼럼]_ 위기의 대학 ⑦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자율적 공동체인 대학은 교양교육을 통한 지적 자원의 공급원으로 그리고 학문적 진리를 추구하는 지성의 보루로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시장논리가 대학에 확산되면서 대학(교육)은 물질주의에 빠지고 반(反)지성주의를 양산하고 있다. 국가와 기업에 휘둘린 채 정체성과 자율성을 잃고 피폐해진 오늘의 한국 대학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대학이 나라의 미래를 만든다. 대학이 변해야 교육이 살며, 대학이 바뀌어야 나라가 바뀐다. 교수노조는 대학의 공공성, 민주화, 그리고 교권 확립을 위해 대학현장의 차별, 탄압, 비리 등 부정의(不正義) 사례를 고발하고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020년 4월 29일, 신경학원(신경대학교)은 교육부를 상대로 한 ‘정이사 선임거부 취소’ 대법원 소송에서 승소하였다. 다시 한번 법은 비리 사학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신경대학교 설립에 관여했던 이홍하 씨는 대한민국 사학비리 최대 금액인 1,004억의 교비를 횡령하여 벌금 90억 원에 9년 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역 중이며 내년 출소 예정이다. 수감 중에 소유부동산으로 과거의 횡령 금액을 변제하였으니 이제 신경대학교는 정이사 선임이 가능하다는 법의 판단인 것이다. 따라서 설립자가 구속된 시점 이후부터 관선이사 체제로 운영 중인 신경학원은 조만간 비리 구 재단이 운영하는 정이사 체제로 되돌아갈 운명에 처해있다.

신경대학교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4년제 대학으로 대학 사업 범죄자인 이홍하가 문어발식으로 세운 서남대(2018년 폐교), 한려대, 광양보건대, 광주예술대, 대광여고, 서진여고, 광남고 등 계열학교 중 하나이다. 최근까지 교도소에 복역 중인 이홍하의 딸이 총장직무대행을 맡아왔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교비회계 등 학교 운영의 문제점들을 교직원 노조(전국교수노조 신경대 지회와 전국대학노조 신경대 지부)가 지속적으로 지적하자, 지난 2월 말에 사퇴하였다.

신경대학교는 현재 법인 전입금 한 푼의 지원도 없이 재정 악화로 수십억 원에 달하는 미지급 급여, 세금체납 등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구 비리 이홍하 재단이 추천한 정이사 선임을 통해 복귀하여 압류되어 있는 수익용 기본재산을 모두 처분한다 해도 과연 체납된 세금과 급여를 해결하고 대학교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엄청난 자금을 투입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2019년 회계 감사 결과 신경대학교는 계속 기업에 대한 존속 불확실성으로 한정의견을 받았다. 학교법인은 총장직무대행 체제이던 2017~2019년에 발생한 교원급여 미지급금에 대한 부채 회계 처리를 고의로 누락했으며, 2018년 교비회계 결산서 상 이해하기 어려운 기타 교육 외 비용 항목인 ‘잡손실’에 대한 명백한 확인도 필요한 상황이다. 2017년 외부감사인과 2018년 외부감사인은 감사보고서상에서 내부통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와 이사회는 설립자의 딸인 전 총장직무대행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이에 전국교수노조 신경대학교 지회는 대학을 정상화시키고 재정문제를 해결하고자 2020년 2월 17일 교육부 사립대학 정책과장과의 면담을 통해 회계 위반에 대한 감사 및 관련자 징계를 요청하였지만 현재까지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 결국, 신경대학교 직원들은 2017~2019년 고의적 호봉 미반영, 초과수당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민ㆍ형사 소송을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신경대학교는 교비 횡령과 같은 숱한 비리에도 불구하여 여전히 설립자가 무소불위의 힘을 누리는 대한민국 사학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조만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에 신경대학교 정이사 선임 안건이 논의될 것이라고 한다. 학교 구성원들(학생, 교수, 직원)은 비리 재단인 신경학원이 일방적으로 추천하는 정이사 선임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기로 결정했으며 전국교수노동조합 신경대학교 지회는 사분위 및 교육부의 구성원 의견청취 방문에 맞춰 비리 구 재단의 정이사 복귀를 결사적으로 반대한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시위를 진행했다. 신경대학교는 비리 대학이라는 오명과 함께 대학구조개혁평가로 인해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되어 현재까지도 학생과 교수, 직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그런데 다시 설립자 이홍하의 구 재단이 이사회를 장악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 자명하다.

필자는 교육부와 사분위에 요구한다. 지금도 신경대학교 구성원들은 임금체불, 학습권 침해 등 뼈를 깎는 희생을 담보로 ‘대학 정상화’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교수들에게 ‘곧 출소할 테니 모든 것을 원상복귀 시키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의 협박성 옥중서신까지 발송한 비리사학의 설립자가 다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도록 사학을 입장을 대변하며 수수방관할 것인지, 아니면 국민들에게 약속한 대로 사학비리 엄중 척결로 고등교육의 미래에 대한 의지를 단호하게 보여줄 것인지를 결정해 주기 바란다.
 

유진우 신경대학교·색채학

신경대학교 뷰티디자인학과 교수
전국교수노동조합 신경대학교 지회장
KIDP한국디자인진흥원 산업디자인추천작가, 대한민국신미술협회 추천작가
저서: <디자인색채학이론>, 논문 <미야자키하야오의 영상작품에 나타나는 근대성의 이미지>, <영화 ‘붉은돼지’와 ‘바람이 분다’에 나타나는 기계의 영상미학>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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