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 대학들, 코로나19로 가을 학기 학사일정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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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 대학들, 코로나19로 가을 학기 학사일정 제각각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5.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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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고등교육]
- 미국 대학들, 가을학기 대면 강의 추수감사절 전 종료 추진
- 영국 케임브리지대, 2021년 여름까지 온라인 강의…옥스포드대, 온/오프라인 강의 병행

통상 9월에 새 학년도가 시작되는 미국·영국에서 가을 학기 개강을 앞두고 대학들이 저마다 다른 일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전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겠다는 대학에서부터 코로나19 사태 이전처럼 정상적인 가을 학기를 기대하는 대학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교육위원회(ACU)가 최근 미 전국 공·사립대 총장 310명을 대상으로 '올 가을학기에 캠퍼스에서 대면 수업이 재개될 가능성'을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3%는 '재개 가능성이 매우 높다'(very likely)고 답했다. 또 설문에 응한 총장들의 31%는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somewhat likely)고 밝혔다. 대학 총장의 약 85%가 올 가을 학기에 캠퍼스 내 수업의 재개에 대해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CBS 등에 따르면 미국 대학들은 가을학기에 대면 수업을 할지 여부에 대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부 대학들은 학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지만 다른 대학들은 주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경우든 대학교 자체 계획은 수립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현실은 코로나19로 인해 캠퍼스를 폐쇄하고 온라인을 진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전 세계 대학들이 직면하고 있는 딜레마를 보여준다.

◇ 미국 대학들, 가을학기 서둘러 끝낸다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퍼듀대학교(Purdue University)는 지난 4월 27일 “2020년 가을부터 캠퍼스를 오픈하고 정상적으로 학기를 시작하겠다”고 미국대학으로는 첫 결정을 내렸다. 이 대학 미치 대니얼스(Mitch Daniels) 총장은 이 같은 결정을 발표하며 “코로나바이러스는 젊은 세대에는 치명적 위협이 제로에 가깝다”면서 “우리는 어떤 도전이 기다리는지 잘 알고 있지만 학생들이 캠퍼스를 경험하는 것이 소중하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대니얼스 총장은 학생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업 규모를 줄이고 대규모 교양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겠다는 등의 내용이다.

▲ 미국 퍼듀 대학교
▲ 미국 퍼듀 대학교

퍼듀대학에 이어 현재 보스턴(Boston University), 브라운(Brown University), 뉴욕대(New York University) 등도 정상적으로 가을학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상태다. 리버럴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처럼 캠퍼스가 작은 대학들도 다시 캠퍼스를 여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앨라배마주 오번대학(Auburn University)은 최근 풋볼 경기를 포함해 정상적인 가을 학기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해도 된다고 신입생들에게 밝혔다.

많은 미국의 대학들은 코로나19의 2차 파동을 막기 위해 가을학기 대면 강의를 추수감사절 이전에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 대신 추수감사절 이전에 보통 이삼일 간 실시되는 가을방학을 취소하고, 대신 추수감사절 휴일을 늘이면서 그 전에 대면 강의는 종료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것이다. 각기 다른 지역에 있는 집에서 방학을 마치고 다시 학생들이 캠퍼스로 모일 경우 코로나 2차 파동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8월 10일부터 가을학기 학사일정을 시작하고 교실수업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한 노터데임대학(University of Notre Dame)이나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라이스대학교(Rice University)의 경우, 가을 학기를 8월 초에 일찍 시작한 뒤 추수감사절 연휴 전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퍼듀대학교(Purdue University), 크레이튼대학교(Creighton University)도 마찬가지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University of South Carolina) 역시 추수감사절 때 학생들이 집으로 가게 한 뒤 나머지 학기는 가상수업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지난 24일 미시간대학(Univ. of Michigan)은 올가을 대면 수업을 하지 않을 경우 이를 1년간 유지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대학 마크 슐리설(Mark S. Schlissel) 총장은 WSJ에 "올가을(수업)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는 1년간 유효할 것 같다"며 "1월이 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말했다. 슐리설 총장은 가을에 시작하는 새 학년도에 어떻게 수업을 진행할지 몇 주 내에 결정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는 단과대학별로 자율권을 부여해 가을학기 운영을 각기 사정에 맞게 하도록 했다. 의과대학의 경우 의학부와 치의학부 1년생과 대학원생은 가을학기에 온라인 수업을 하기로 했다. 다른 단과대학은 좀 더 시간을 두고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버드대의 로렌스 버카우(Lawrence S. Bacow) 총장은 "10일에 걸쳐 교수들에게 온라인 수업에 대한 기술을 익히도록 했다"면서 "따라서 필요한 수업 형태에 대해 교수들도 이제는 여러 가지 옵션을 구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교수진들의 강의에 대한 유연성은 확보가 됐지만 실제 학교 운영이 문제다. 하버드대학교는 펜실베니아대학교(U-penn)나 콜롬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처럼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교직원들의 대중교통 이용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시골지역에 있는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나 다트머스대학교(Dartmouth College)와는 다른 상황인 것이다. 이같이 대학교의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운영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버드대학교는 늦어도 7월까지는 가을학기 운영에 대한 결정 사항을 학생에게 통지할 계획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자택대피령(Shelter in Place)'을 완화하기 시작했지만 캘리포니아주 주립대학들은 당분간 온라인 수업을 이어간다. 기숙사 역시 3분의 1 규모만 개방하는 선으로 조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주의 대표적인 주립대 시스템인 UC는 "가을학기가 시작되더라도 산하 10개 캠퍼스를 완전히 개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닛 나폴리타노(Janet Napolitano) UC 총장은 "휴교하는 것보다 학교를 다시 개방하는 게 더 어렵다. 학생들이 등교했을 때 안전한지 여부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라며 "연구소 등 일부 시설은 다시 개방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수업은 일단 온라인으로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캠퍼스별로 보면 UCLA는 가을학기 수강 방식 선택권을 학생들에게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진 블록(Gene Block) UCLA 총장은 "학교에 올 수 없는 생활환경에 살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숙사의 경우 평소라면 신입생은 물론 재학들에게도 방을 제공했지만 올해는 힘들 것이라고 알렸다.

반면 UC 샌디에이고의 경우 캠퍼스 개방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캠퍼스에 거주하는 학생 5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테스트 진행이 원활할 경우 가을학기 시작 전까지 전체 재학생 및 교직원 등 총 6만5000명에게 테스트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UC 샌디에이고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테스트는 임상의, 분자생물학자, 역학학자, 생물정보학자와 다른 분야 관계자들이 독창성과 전문성을 활용해 바이러스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맞춤 지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UC 샌디에이고를 비롯해 캘리포니아 주립대인 칼스테이트 일부 캠퍼스와 재학생 규모가 수천 명에 달하는 캠퍼스는 대면 강의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한다고 밝혔다. USC의 경우 온라인 수업을 제공하는 한편, 캠퍼스 내에서도 수업이 가능하도록 사회적 거리가 확보될 수 있게 교내 시설을 개선한다.

올 가을 다시 문을 여는 대학들은 시스템을 보강하여 온라인 교육을 확장하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지내고 교육할 환경을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LA타임스는 지난달 30일 "가을부터 시작되는 대학 캠퍼스 생활은 코로나19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며 새롭게 등장할 캠퍼스 라이프를 소개했다. 이 기사는 클레어몬트 매케나 칼리지(Claremont McKenna College)가 제시한 가상 시나리오를 토대로 학생들이 다시 수업에 들어가지만 강당이나 피트니스센터, 심지어 야외에서도 간격을 두고, 구내식당 대신 야외 테이블이나 테이크아웃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룸메이트 중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결을 받으면 함께 지내는 모든 룸메이트들을 모두 자가격리시키는 보건 규정을 피하기 위해 앞으로는 여러 명이 기거하는 대형 룸보다는 혼자나 1~2명이 지낼 수 있는 소규모 기숙사 룸을 선호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까지 미국 주요 대학들은 가을학기의 캠퍼스 재개 결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테리 하틀 미국 교육협의회(ACE) 수석 부회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가을학기 개강까지 아직 3달 정도 남아있는 만큼 여름철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보고 대학들이 캠퍼스 재개 여부를 결정하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지타운대학 교육센터의 에드워드 말로니 센터장은 "각 대학마다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운영 시나리오를 갖고 있지만 일관성을 찾기는 어렵다"며 "정상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뉴 노멀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케임브리지대, 내년 여름까지 온라인 강의만 진행…옥스포드대, 온/오프라인 강의 병행

옥스퍼드대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양대 명문대인 케임브리지대(University of Cambridge)가 내년 여름학기까지 대면 강의를 전면 중단하고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19일 BBC가 보도했다. 이로써 내년 학사 운영을 공식적으로 축소하는 최초의 주요 교육기관이 됐다. 앞서 케임브리지 대학은 지난 3월 영국이 자택 격리령을 내리자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대체했으며, 시험도 원격으로 치러졌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미국 CNN 방송은 케임브리지대학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내년까지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를 통해서만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다만 안전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면 소그룹 강의가 일부 이뤄질 수 있지만 학생들이 직접 강의를 들을 수는 없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이용하는 숙박업소와 술집, 클럽 등이 덩달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케임브리지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학은 코로나19로 인해 나타나는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 요구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내년 학년 중에는 대면 강의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좌는 계속해 온라인에서 제공될 것이며, 이것이 사회적 거리 제한 요건에 부합하는 한 소규모 교육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바뀌면 그 결정을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한편, 케임브리지대 외에 영국 맨체스터대학도 다음 학기까지 강의를 온라인으로만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 학기 강의 방식을 밝힌 대학은 맨체스터대학(Manchester University)과 레딩대학(Reading University)으로 이들 대학들은 온라인 비대면 강의로만 진행하기로 밝혔다. 온라인 강의로 빈 강의실은 소규모 워크숍 (workshop)이나 세미나(seminar)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옥스포드대학(University of Oxford)은 캠브리지대와는 달리 강의실에 참석하는 대면 강의와 온라인 강의를 병행하기로 방침을 밝혔다. 옥스포드대학은 이미 지난 4월부터 온라인 강의를 해 왔으며, 5월과 8월에 예정되어 있던 졸업식도 취소했다. 루이스 리차드슨(Louise Richardson) 총장은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진행과정은 느릴 것이고 매우 지연될 것이고 언급했다. 대학은 10월 1일 다음 학년도 첫 학기가 시작될 예정이다. 영국의 양대 명문 대학인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대학은 대규모 강의보다는 소규모 그룹 강의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은 아마도 큰 파장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많은 영국 대학들은 학생들이 등록금 납부를 거부할 경우 재정적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영국 대학 등록금은 연 평균 9천250파운드, 미화로 1만1천300달러에 달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대면 강의와 동아리 활동, 사교 등 대학 경험이 불가하다면 등록금을 내고 싶지 않다며 다가오는 가을 학기를 1년 연장할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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