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무전공제 운영 대학 73%, 컴퓨터공학·경영학 쏠림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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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연 “무전공제 운영 대학 73%, 컴퓨터공학·경영학 쏠림 극심”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4.03.2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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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전공 대학 11곳 전공 쏠림 50% 이상
- 전공 선택 시 ‘배정인원’ 두고, ‘성적’ 기준으로 배정
- 무전공제 중도탈락률, 평균보다 최대 4~5배 높아

 

무전공 선발제를 도입한 주요 4년제 대학의 73%는 학생들이 전공을 정할 때 상위 3개 학과를 선택하는 비율이 5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상당수 대학에서 전공 선택 시 특정학과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전공 선택 시 배정인원을 둬, 성적을 기준으로 선택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비영리 대학정책 연구기관인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에 따르면, 연구소가 학부 재학생 1만5,000명 이상 국공립·사립대 34개교에 무전공제 운영 현황에 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정보를 제공한 33개교 중 18개교(54.5%)가 무전공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전공제’는 입학할 때 전공 구분 없이 입학했다가,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다. 전공선택 시 보건의료, 사범대학 등 특정 전공을 제외하고, 모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자율)전공제’와 1개 이상 계열단위(단과대학)로 모집 후, 계열단위(단과대학) 내에서 전공을 선택하는 ‘계열모집(단과대학모집)’으로 구분한다.


■ 33교 중 18교(54.5%), 무전공제 운영

자료를 공개한 33교 중에서 ‘무전공제를 운영한다’고 밝힌 대학은 18교로 54.5%이며, 15교는 무전공제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2024년 2월 기준).

 

■ 컴퓨터공학, 경영 등에 ‘쏠림’ 극심

무전공제 운영 대학 대부분은 1학년 말에 전공을 선택해 2학년부터 해당 전공을 이수한다. 무전공제 운영 대학을 대상으로 ‘2023년 입학생들의 2024년(2학년) 전공 선택 현황’을 살펴본 결과 컴퓨터공학, 경영학 등에 쏠림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전공제 운영 대학 가운데 입학생의 전공 선택 현황을 함께 공개한 15개교를 분석한 결과, 11개교(73.3%)에서 선택자 수가 많은 상위 3개 학과를 전공으로 정한 학생의 비율이 전체 학생의 50%를 상회했다. 지난해 입학해 올해 2학년이 된 학생들의 전공 선택이 기준이다. 비율별로는 80% 이상이 4개교, 70% 이상~80% 미만 4개교, 60% 이상~70% 미만 1개교, 60% 미만 2개교였다.

ㅇ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단과대학별 전공 선택 현황만을 공개했는데, 공과대학 47.1%(41명), 경영대학 24.1%(21명), 사회과학대학 14.9%(13명)로 3개 단과대학에 86.2%의 학생들이 몰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공과대학에서는 ‘컴퓨터공학’, 경영대학에서는 ‘경영학’, 사회과학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주로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과대학 광역’ 단위 모집은 공과대학 내 6개 학과 중에서 전공을 선택하는데, 72.1%(31명)가 컴퓨터공학을 선택했다. 서울대 무전공제에서는 컴퓨터공학, 경영에 쏠림이 극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ㅇ 인하대도 절반이 넘는 50.9%(28명)가 전자공학과를 선택했으며, 이어 29.1%(16명)가 컴퓨터공학을 선택해 전공 쏠림이 극심했다. 경북대 역시 경영학 40.8%(73명), 전자공학 33.5%(60명)로 쏠림이 뚜렷했다. 고려대 자유전공학부 학생 중에서는 컴퓨터학과와 경영학과가 각각 33.3%(28명)로 동일했다. 고려대는 제1전공 선택 시 최대 배정 인원을 두고 있어 인기 2개 학과 선택이 최대 인원으로 동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 이화여대와 영남대 자유전공학부에서도 컴퓨터공학과와 경영학과 쏠림이 뚜렷했다. 

ㅇ 반면 한국외대, 대구대, 강원대, 전남대는 전공 선택 상위 1~3순위 합산 비율이 50% 미만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쏠림이 덜했다.

ㅇ 성균관대와 계명대, 부경대는 계열단위로 모집한 후, 계열 관련 학과에서 전공을 선택하는 방식의 무전공제를 운영 중이다. 성균관대에서도 계열별로 1~3순위 전공 합산 비율이 39.7(인문과학계열)~73.1%(공학계열)로 나타나 쏠림이 뚜렷했다. 다만 컴퓨터공학, 경영학과 등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전공 선택 대상에 두 개 전공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ㅇ 계명대 인문사회계열에서는 절반이 넘는 56.5%(35명)가 경찰행정학을 선택했고, 자연계열 역시 절반이 넘는 58.3%(28명)가 컴퓨터공학을 선택했다. 부경대는 냉동공조공학전공과 회계·재무학전공을 각각 22.0%(9명)가 선택했다.


■ 전공 선택 시 ‘배정인원’ 두고, ‘성적’ 기준으로 배정

ㅇ 특정 학과 쏠림이 극심하다 보니, 많은 대학에서 전공(학과) 선택 시 배정인원을 두고, 초과했을 경우 성적을 기준으로 전공 선택을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ㅇ 배정 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전공 선택을 완전히 보장하는 대학은 경희대, 부경대 등 6개 대학이고, 9개 대학은 부분 보장하고 있었다. 강원대, 경북대, 대구대, 영남대, 전남대, 충북대 6교는 희망하는 학과 입학정원의 10~50%, 고려대는 자유전공학부 입학인원의 30% 범위로 배정 인원을 제한한다. 이로 인해 전공 선택시 지망 학과를 3지망에서 최대 10지망까지 쓰도록 했고, 배정 인원을 초과하면 성적으로 선발한다.

ㅇ 계명대는 희망학과로 전원 승인하는데, 영어영문학과는 입학정원 40% 이내, 경찰행정학과는 입학정원 50% 이내에서 성적순으로 배정한다. 성균관대는 학생 희망과 1학년 학업성적에 따라 각 계열에 설치된 학부와 학과에 배정한다.

 

■ 무전공제 중도탈락률, 평균보다 최대 4~5배 높아

ㅇ 2022년 무전공제 학과의 중도탈락률을 살펴본 결과, 상당수 대학에서 전체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지 못하거나 의대 진학 등으로 진로를 변경하는 경우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ㅇ 경북대 자율전공부(자연과학)는 18.7%로 대학 평균 중도탈락률 4.1%의 4배를 초과했다. 성균관대도 공학계열 12.4%, 자연과학계열 14.2%로 대학 평균 3.2%보다 4배 가량 높았다. 고려대는 자유전공학부 중도탈락률이 5.8%로 대학 평균 3.4%보다 2.4%p 높았다. 

 

ㅇ 조사대상 12개 대학 중에서 서울대(1.8%), 경희대(2.7%), 이화여대(2.3%), 계명대(인문사회 5.2%, 자연 4.6%) 4개 대학만 무전공 중도탈락률이 대학 평균보다 낮거나 비슷했다.


■ 정부 주도의 ‘무전공제 확대’ 정책 중단해야

ㅇ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각 대학에서는 수십 명 수준으로 무전공제를 운영하는 상황에서도 쏠림 현상이 극심하고, 과도한 쏠림을 막기 위해 배정 인원을 두고 있으며, 중도탈락률이 높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ㅇ 하지만 교육부는 올해 입시에서 대학이 모집인원의 20~25%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하면 대학혁신지원사업비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통해 무전공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 상당수 대학이 수백 명의 학생을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계획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ㅇ 대교연은 “정부가 양적 목표를 제시하고, 급하게 추진되는 ‘무전공제 확대’ 정책은 특정학과 쏠림, 기초학문 관련 학과 구조조정 심화로 이어질 것”이며, “여기에 ‘전공 선택 완전 보장’이라는 허울로 쏠림학과의 교육여건이 부실해지고, 갈 길을 잃어 중도탈락하는 학생마저 늘어나는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며 무전공제 확대 정책의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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