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 조선후기 실학자 최한기의 『통경通經』 최초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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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조선후기 실학자 최한기의 『통경通經』 최초 발견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4.03.27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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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학중앙연구원, 조선 후기 대학자 “최한기의 『통경通經』 발견 보고 발표회“
- 이름으로만 전해 내려온 최한기의 저서 『통경』, 함양 박씨 고문헌 자료 중에서 발견
- 『통경』은 최한기가 유학 십삼경을 선별해 주석한 총 20권이 넘는 저서
- 최한기의 철학 및 연구에 이정표 될 것으로 기대

 

                                         『통경通經』 표지와 혜강 최한기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19세기 조선의 독창적인 사상가 혜강 최한기(崔漢綺, 1803~1877)의 저서 『통경通經』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은 유교 문명과 서구 문명 통합을 구상한 조선후기 대학자 최한기 선생의 『통경』 발견 보고 발표회를 온라인 세미나로 26일(화) 개최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은 부여 함양 박씨 종가가 기탁한 고문헌 자료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최한기의 저서 『통경』을 최근 발견했다. 혜강 최한기는 유교문명과 서구문명의 통합을 구상한 조선 후기의 대학자로 1,000권 이상의 방대한 저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당한 양이 유실되어 일부만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통경』은 모두 20책 53권의 큰 규모로, 유교문명의 정수를 집약한 『십삼경(十三經)』의 내용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해설한 저술서다. 십삼경(十三經)은 사서오경이나 사서삼경을 포함한 유교에서 가장 중요한 13개의 경전(시경, 서경, 역경, 주례, 의례, 예기, 춘추좌씨전, 춘추곡량전, 춘추공양전, 논어, 맹자, 이아, 효경)을 말한다. 조선은 물론 당시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십삼경』 전체를 독특한 형식으로 다룬 유사한 저술은 찾아보기 어렵다. 

 

                                                   『통경』 내지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통경』을 최초 발견하고 발표를 맡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창일 책임연구원에 의하면, 『통경』은 최한기의 초기작이며 28세 무렵에 저술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경』은 십삼경의 전체 내용을 학부(學部)·사물부(事物部)·의절(儀節部)과 같이 3개의 범주로 구분하고, 각 부(部) 아래에 총 271개의 조목(條目)을 배치해, 전체 내용을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십삼경 각각이 어떤 범주에 속하고 있는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색인 기능의 목록도 있으며, 시각적 이해를 위한 250개의 그림을 싣고 있는 등 『통경』은 유교의 모든 분야를 이해할 수 있는 정밀한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통경』 내지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이 연구원은 이 저술의 학술적 가치를 “당시 『십삼경』을 새롭게 해석해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려 했던 십삼경 패러다임의 구체적이고 유일한 성과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한기의 『통경』은 한국의 수준 높은 유교 연구의 산물이며, 이는 유교문명의 지식을 정리하는 차원을 넘어서 『십삼경』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 새롭고 독창적인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의미에서 “『통경』은 유교의 현대적 의미를 묻는 차원 높은 연구에 의미 있는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이 연구원은 평가했다. 
  
영어 발표를 맡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원석 책임연구원은 『통경』의 소개와 더불어 최한기의 경전 해석학에 대해 발표했다. 장 연구원은 “최한기의 해석학이 하나(한자 한일一)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독특한 유기체 철학”이라며 “최한기가 유가경전을 연구해 『통경』을 펴낸 것은, 그의 철학이 개화파의 선구라는 학계의 통념보다 훨씬 더 전통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아울러 장 연구원은 최한기의 철학을 “개화/수구의 이분법이 아닌 유학 전통의 연속성 위에서 시대에 맞춰 이를 과감히 개혁한 조선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시자로 파악”할 것을 주장했다.   

세미나는 한국어 세션과 영어 세션이 연속으로 진행됐으며, 최한기 연구의 권위자인 한양대 김용헌 교수와 한국사상 전문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도널드 베이커 교수가 토론자로 나서 『통경』 발견의 의미를 논했다. 베이커 교수는 “『통경』은 최한기가 조선시대 가장 창의적인 철학자라는 것을 보여줄 뿐 아니라 그의 철학이 어떻게 진화해 나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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