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전쟁과 세계 패권을 흔들다
상태바
과학, 전쟁과 세계 패권을 흔들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4.03.23 1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 | 박영욱 지음 | 교보문고 | 272쪽

 

북한은 왜 ICBM 기술에 집착할까? 국가는 왜 과학을 지원하는 걸까? 세계 패권을 뒤바꾼 전쟁의 뒤에는 언제나 과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학자가 전문 직업인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지 않았다. 18세기 최고의 물리학자인 뉴턴조차 낮에는 조폐국장으로 일하고 밤에 연구를 해야 했을 정도다. 그랬던 과학이 국가의 부름을 받아 전쟁에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그 위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책은 과학이 개입하기 시작한 근대 전쟁에서 출발해 과학으로 인해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변화를 거듭했는지, 또한 전쟁의 승패, 국가의 선택으로 어떻게 세계 패권이 이동해 왔는지를 24가지 결정적 사건들을 통해 소개한다. 미국 독립 전쟁부터 프랑스 혁명, 1, 2차 세계대전을 거쳐 걸프전까지, 화약 개량부터 원자폭탄, ICBM과 비교적 최근의 현대 무기체계 방향까지 전쟁사와 그 뒤에 있던 과학의 발전사를 훑는다.

전쟁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국민들의 바람과 달리 국가는 때로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때로는 더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전쟁에 뛰어들어 왔다. 나라가 형성되고부터 전쟁이라는 이름의 전투는 줄곧 이어졌지만 이 책은 과학이 전쟁과 만나 뜻밖의 거대한 시너지를 만들어 낸 근대 이후의 전쟁에서 출발한다. 

자연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과학은 자연의 현상을 관찰하고 증명함으로써 세상을 이롭게 하는 굉장한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나라에서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그랬던 과학이 본격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건 국가의 과업에 적극 활용되면서부터였다. 국가의 기강이 흔들리고, 외부의 침입에 맞서고, 영역을 넓히는 소용돌이 가운데 굵직한 변혁을 이끌어 낸 건 언제나 과학이었다.

화약 개량을 위해 화약국장으로 임명된 화학자 라부아지에를 시작으로,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한 비료 원료를 개발해 놓고 독가스에 활용한 화학자 하버,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 기관총을 발명한 의사 개틀링, 원자를 쪼갤 수 있다는 과학적 발견을 원자폭탄으로 완성시킨 물리학자 오펜하이머, 원자핵을 융합해 원자폭탄 이상의 파괴력을 가진 수소폭탄을 개발한 물리학자 텔러 등 전쟁의 고비마다 결정적 장면을 만들어 낸 과학적 발견과 발명은 전쟁의 승패를 가르고 세계 패권을 바꿔 놓았다. 

저자는 과학이 전쟁과 만나 세계정세를 변화시킨 사건들을 포착해 24가지로 정리하면서 전쟁을 우연히 발생한 사건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말한다. 과학이 전쟁을 도왔고, 과학 기술을 활용해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세계 패권국의 지위를 얻은 나라들은 그 지위를 유지 혹은 탈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과학을 지원해 왔다. 그런 과정에서 무기는 더 강력해지고 전투는 보다 치열해졌으며 필연적으로 인류는 늘 새로운 위기에 봉착했다.

과학 기술은 나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이로 인해 인류는 더 편리해지기도 더 위험해지기도 한다. 과학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는 순전히 인간의 의지에 달렸다. 전쟁은 과거의 역사가 아니다.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동시에 언제 우리에게 닥칠지 모르는 미래다.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삶에는 정답이 없으니 이미 지나간 역사를 보면서도 어떤 선택이 더 옳았을지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제까지나 인류를 위해 더 좋은 방향이 무엇인지 생각해야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