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팬덤 정치의 영향과 시사점 … 정치 양극화와 혐오정치 낳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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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팬덤 정치의 영향과 시사점 … 정치 양극화와 혐오정치 낳아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4.03.23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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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S 이슈와 논점]

 

2024년 미국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의 팬덤(fandom) 정치가 주목받고 있다. ‘팬덤 정치’는 특정 정당 혹은 정치인에 대해 형성된 팬 커뮤니티가 강한 정서적 유대와 정체성을 서로 공유하는 현상이다. 

트럼프가 정치인으로 성공을 거둔 배경에는 팬덤 집단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사용한 구호이며, ‘MAGA’는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 집단을 지칭하는 표현이 됐다.

트럼프의 팬덤은 인구통계학적으로 백인, 남성, 기독교 신자의 비중이 높으며, 공화당과 트럼프에 대해 절대적인 지지를 표명해 왔다.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팬덤 정치가 다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사회적인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트럼프의 팬덤 정치와 미국 대선〉이라는 제목의 「이슈와 논점 보고서」(저자: 오창룡 입법조사관)를 3월 14일(목) 발간했다. 보고서는 미국 팬덤 정치의 특징과 쟁점을 살펴보고 한국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해 작성됐다.

국내에서도 팬덤 정치에 관한 관심과 논란이 증가하고 있다. 팬덤 정치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며 대의정치를 보완하여 시민의 정치참여를 늘릴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에 팬덤 정치가 의회 민주주의와 정당정치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의 미국 사례는 팬덤 정치의 어두운 면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주체적인 참여를 증대시키기보다는 확증 편향을 강화하며, 비이성적인 집단행동과 음모론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팬덤 정치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애착에서 출발하여 혐오 정치를 낳고, 대중의 직접 참여로 민주주의를 확대하기보다는 특정 정치인의 권위를 강화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더욱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정치 양극화가 고조된 미국 사회에서 팬덤 정치의 문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쉽게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정파적 견해 차이가 아닌 ‘정서적’ 양극화와 신념의 불일치는 사실관계에 기반한 토론과 협의의 여지를 없애고 있다. 보고서는 이와 같은 미국의 팬덤 정치 사례가 주는 시사점으로 한국의 팬덤 정치 현황을 재평가하고, 그것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성을 제시했다.

 

□ 트럼프 팬덤 정치의 특징

ㅇ 2016년 트럼프의 대선 선거운동을 상징하는 구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이다. 이 문구는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과 빌 클린턴(Bill Clinton) 전 대통령도 언급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이 세계화, 일자리, 세금, 불법 이민 등의 문제로 쇠퇴하고 있으며, 한때 위대했던 미국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이 문구를 사용했다.

ㅇ MAGA 지지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징은 80% 이상이 백인이며, 60% 이상이 남성, 기독교 신자인 것으로 조사된다. 또한 50% 이상이 연간 소득 5만 달러 이상, 65세 이상의 은퇴자이며, 30% 이상만이 학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미국 사회가 번성했던 과거에 대한 집단적 향수를 공유했으며, 2016년 이후 주요 선거에서 공화당에 대해 100%에 가까운 지지를 보내고 있다.

ㅇ 트럼프 팬덤은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도둑맞았고,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은 정당하지 않다”는 신념을 공유한다. 


□ 미국 팬덤 정치에 대한 논란과 우려

ㅇ 팬덤 정치는 지지자들이 직접 견해를 표현하고, 회합에 참여하면서 정치적 효능감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팬덤 정치가 적대 감정을 증폭하고 극단적인 사고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ㅇ 미국 팬덤 정치의 영향으로 가짜 뉴스와 음모론이 확산됐으며, 2021년 1월 미국 의회의사당 점거 사건이 발생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부정선거 음모론과 2021년 1월 미국 의회의사당 점거 사건은 팬덤 정치의 부정적 영향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ㅇ 가짜 뉴스와 음모론의 확산을 팬덤 참여자 탓으로만 돌릴 수 없으며, 팬덤을 이끄는 정치인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있다. 트럼프는 음모론 지지자들에 대해 호의적으로 발언해 왔으며, 콜로라도주, 메인주, 일리노이주 대법원은 내란 선동 혐의로 트럼프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그러나 2024년 3월 4일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트럼프는 경선 참여 자격을 유지하게 됐으며, 3월 5일 치러진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압승하여 대선 후보 진출을 확정했다.

ㅇ 트럼프 팬덤이 공유한 가짜뉴스와 음모론은 미국 정치를 더욱 양극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1950년대 이후 미국 사회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가장 두드러진 시기는 트럼프 집권 기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집권 기간 동안 공화당 지지자의 국정 지지율은 90%에 가까웠으나, 민주당 지지자의 국정 지지율은 10% 미만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바이든 집권 후에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ㅇ 미국 사례는 팬덤 정치의 부정적 측면을 잘 보여주며, 특정 정치인에 대한 애착에서 출발한 팬덤 정치가 혐오 정치로 변질될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냄

ㅇ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에서도 팬덤 정치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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