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속도 너무 빠르다" … 비수도권 한정 의대 증원안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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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속도 너무 빠르다" … 비수도권 한정 의대 증원안 제시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4.03.12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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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입법조사처, 12·27일 의대정원 간담회 연속 개최
-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관련 쟁점과 해결과제
- 홍윤철 교수 “의사 수 초과 시점 있어…5년 2000명 증원 과해”

 

의사가 부족해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한다면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증원을 추진해야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의료개혁 등을 고려했을 때 의사 수가 초과되는 시점이 있어 정원을 재조정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직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의료계·국민이 대화해야 한다는 의과대학 교수들의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이들이 돌아올 전제조건은 합리적인 노동과 가치 인정이라는 요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관련 쟁점과 해결과제'를 주제로 연속 간담회를 계획하고 12일 '의사 인력 증원 규모와 방법 및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장·단기 방안' 첫 번째 간담회를 진행했다. 

정부와 의료계는 입학 정원 증원 규모와 추계 방법에서부터 의사 인력 확대와 필수ㆍ지역의료 부족 문제의 연계성에 대한 인식, 증원 후 각급 의과대학 및 수련병원의 대응 방안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안에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증원 규모 관련, 과대 추계되었다는 비판과 부족한 수준이라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으며, 증원 결정 방법에 공정성·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또한,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전제로 ‘계약 지역의사제’ 등을 병행하여 필수·지역의료 부족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고, 의료계는 현재의 인력을 필수·지역의료 분야로 재배치함으로써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2025년 2천 명 증원은 단기간에 급격한 증가(2024년 대비 65.4% 增)이므로 교수 등 인프라의 부족으로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의료계의 우려와 각 대학의 증원 수용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이미 끝났으며 ‘미니 의대’ 위주로 배분 시 증원 여력은 충분하다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즉, 양질의 의대교육을 담보할 수 있는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이처럼 의대정원 증원 문제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강대강으로 치닫자 국회에서 이를 중재하기 위해 처음으로 마련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번 전문가 연속 간담회를 통해 증원 규모 및 효과와 관련된 쟁점을 공정한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검토하고 증원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입법정책적 보완점과 후속 조치를 제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의 추계 근거와 의사 단체의 반박 논리를 중립적 관점에서 검토하고, 독립적 결정기구 마련 등 인력 추계의 객관성·공정성 확보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의대 증원이 필수·지역의료 강화로 연결되도록 하는 방안으로 필수의료수가 개선, 진료과목 쿼터제, 지역·공공의대 설치 등을 검토하고, 정원 배분과 대입전형 개선에 대한 사회적 합의점 도출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12일 국회입법조사처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홍윤철 교수 "의사 수 초과 시점 있어…5년 2000명 증원 과해“

첫 발제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홍윤철 교수가 맡았다. 그가 2020년 발표한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는 정부의 의대 증원 근거가 됐다. 앞서 그는 여러 언론 인터뷰 및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정부가 본인의 연구를 잘못 인용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홍 교수는 다시 한번 의대정원 2000명 규모는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는 "2000명을 증원하는 시나리오는 보고서에 없다"며 "의사 수가 부족해지는 시점이 있지만 다시 잉여(초과)되는 시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자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시나리오는 500~1000명 수준이며, 만약 정부 주장처럼 1만 명 증원이 필요하다고 해도 10년간 1000명씩 늘리는 게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5년 후 5000명을 증원한 시점에서 당시 의료 수요를 고려해 정원을 재조정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연구와 관련해 현재의 의료시스템에서 의사 수급 총추계는 2035년 부족하나, 2050년 이후 과잉 공급으로 변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2025년부터 5년간 2000명을 늘려서 1만명을 채우겠다는 게 정부 전략"이라며 "그러나 2000명 늘렸을 때 5년 뒤 회복할 수 있나, 늘린 정원에 맞춰 교수도 늘리고 강의실도 늘린 상황에서 정원을 다시 회수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길이다. 돌아오는 길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35년에 의사가 1만명 부족하다고 해서 2025년부터 2000명씩 5년동안 늘려 1만명을 채운다는 식은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며 "1만명의 부족한 의사를 채우기 위해서는 10년동안 1000명씩 늘리고 5년 뒤 반드시 재조정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도 진작 있었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35년엔 의사 인력이 부족하지만 2050년 이후에는 부족이 완화되거나 과잉 공급으로 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추계 가정을 바꿀 경우 의사 부족 인력이 줄어드는 것도 의대 증원 규모를 조정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65세 이상 의사가 65세 미만 의사에 비해 생산성이 50%이고 의사가 75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할 경우 의대 증원이 없을 때 2035년 부족한 의사 수는 1만816명이지만, 65세 이상 의사의 생산성이 65세 미만 의사의 75%이고 의사 은퇴 연령이 80세라 가정하면 2035년 부족한 의사 수는 7264명이라는 게 홍 교수 추계다. 또 의료개혁으로 주치의 제도가 도입됐을 때를 가정하면 각각 2035년 부족 의사 수가 3337명, 2637명으로 감소한다고 했다.

또 의사 수급 부족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나타나며 수도권은 과잉 공급이 심화된다고 강조했다. 주치의 제도 도입과 같은 강력한 의료제도 변화로 의사 공급 부족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비수도권에 국한한 의대 정원 확대를 제안했다. 향후 의사 과잉 공급이 예상되는 만큼 탄력적 조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한 의사수급추계위원회 등을 구성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봤다.

서울은 이미 의사 공급 과잉 지역이고 2045년이 되면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의사 공급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2047년 의사 인력이 가장 부족해지는 지역은 경기 지역을 제외하고 경상북도, 충청남도, 충청북도, 전라남도, 제주도"라며 "해당 지역에 고르게 총 정원 500명을 증원시키는 경우 충청북도, 전라남도, 제주도의 의사 부족은 해결될 수 있으나 경상북도, 충청남도는 더 많이 증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500명 증원으로도 해결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홍 교수는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제시한 기준엔 '의료제도변화'라는 가정없이 진행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의료제도의 변화가 선행되면 의사 공급 부족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며 "의료서비스 제공체계와 지불보상제도의 변화가 적극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과 같은 행위별로 진료수가를 주는 행위별 수가제 대신 노력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해주는 가치 기반 수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필수의료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의료비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국회가 나서서 정부와 의사들이 합의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홍 교수는 "국회가 나서주셔서 합의의 장으로 정부와 의료계를 앉게 해주시고 합의하면 어떨까"라며 "합의하는 답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있다"는 것이다.

12일 국회입법조사처가 개최한 '의사 인력 증원 규모와 방법 및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장·단기 방안' 첫번째 간담회

■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40% 가까이 의존 잘못…가치 인정해줘야"

이어진 간담회 질의응답에서는 전공의 사직을 끝낼 중재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홍 교수는 현재 의료계가 분노하는 이유는 의료 행위가 저평가돼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통한 낙수 효과로 필수·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의대 증원에 앞서 의료 행위를 가치 기반으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홍 교수는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고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즉 가치 기반 의료로 전환하자는 얘기인데 현재의 행위별 수가로는 이를 인정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단순히 주사만 봐도 이를 통해 어떤 치료 효과가 있는지를 봐야지 주사를 놓는 행위만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 행위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기본적인 틀을 바꾸고 그 이후에 몇 명의 의사 더 필요하고 이들을 어느 지역에 배치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사직을 끝낼 중재안과 관련한 질문에 홍 교수는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대학병원 시스템을 지적했다. 이들이 피교육자로서 합리적으로 노동하고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데 이들은 배우는 피교육자다. 이는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잘못된 것이다. 이들 업무의 70~80%가 수련이고, 20~30%만 의사로서 일하도록 지위가 바뀌어야 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전공의의 과도한 노동이 정상적인 노동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전공의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있었던 서울대학교의과대학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서울대의대 비대위는 오는 18일 교수 사직을 예고하는 한편, 의대 증원 규모를 논의하기 위한 정부·의료계·정치권·국민 대화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홍 교수는 "서울대 의대 교수 중 한 명으로서 교수들도 화가 났다. 다만 이는 의료계 맥락과는 조금 달리 대화가 안 되는 상황 자체에 화가 난 것"이라며 "교수들이 사직을 이야기한 것도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는데 교수들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생각에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학생들이 돌아오게 하려면 정부와 의료계, 국민 앉아서 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상국립대학교병원 공공보건사업실 김영수 실장이 12일 국회입법조사처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지역의사제 필요 … 중장기적으로 의과대학 지역정원제 도입 필요

두 번째 주제발표에선 지역의사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상국립대학교병원 공공보건사업실 김영수 실장은 '경상남도 의사 인력 수요 추계 및 확보방안 연구'를 발표하며 2050년까지 경남 전 지역에서 의사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련 대책으로 단계적인 방안을 제시하며 우선 공공임상교수제 보완 운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관련 1차 사업 결과 전국 150명 정원에 지원자는 불과 16명이었는데 이중 경남 0명이라는 지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의과대학 지역정원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경상국립대의대 지역정원제 의사는 경남지역 6개 책임의료기관에서 인턴 및 전공의 수련을 받고, 전문의 취득 후 일정 기간 경남 의료취약지에서 의무복무하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공중보건의사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최종적으로 지역의사제 출신 의사가 공보의를 대체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그는 이와 함께 △공공병원 의료진 확보를 위한 운영지원 보조금 지원 △의과대학 지역정원제 도입 △경남 의대(창원 공공의대) 설립 △경남 수련의 정원 확대와 공공병원 수련병원 지정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김 실장은 "해외 연구 결과를 보면 지역인재전형은 효과가 있다. 지역인재를 뽑아 장학금을 지급하고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식인데, 지역의사제가 필요한 이유"라며 "지역에서 전문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일례로 일본 오키나와 의대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지역 의사 양성이다. 우리나라 의대도 이를 주요 목표로 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전 세계적 연구결과를 보면 지역인재전형이 효과가 있다"며 "지역인재를 뽑아서 지역인재에 장학금 줘서 강제성을 부여하는 게 훨씬 효과가 있어서 지역의사제로 가야 하는 이유"라고 발언했다. 또 지역에서 전문의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일례로 오키나와는 의대 목표에 지역을 지키는 의사 양성이 들어있다. 한국 의대에서도 주요한 교육 목표가 됐으면 좋겠고 앞으로 양성될 의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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