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관한 한 주권국가를 폐기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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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관한 한 주권국가를 폐기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4.03.09 2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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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러시아: 전쟁의 원인과 평화의 조건 | 피티림 A. 소로킨 지음 | 정헌주 옮김 | 간디서원 | 312쪽

 

전쟁은 문화의 지배적인 상부체계가 붕괴할 때 일어난다. 20세기 들어 1-2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 파시즘 및 나치 혁명 등은 그 좋은 예들이다. 힘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분쟁은 가장 강력한 국가 사이에 집중되기 때문에 그러한 충돌은 오늘날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면 양국의 갈등은 서로 화해 불가능한 것인가?

오늘날 우리가 접하고 있는 대부분 서구 학자들의 저작들은 서구 편향적일 뿐 아니라 특히 냉전 이후에는 대부분 러시아를 적대적 관계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독립할 당시 영국과 대립하고 있던 러시아는 미국의 독립을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이후 양국은 사회, 문화, 예술, 문학 등 여러 분야에서 상호교류하며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으며 알래스카를 양도받았을 때 미국에서 러시아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또 20세기에 들어와서는 1-2차 세계대전에서 두 나라는 동맹을 맺고 나치와 파시즘에 대항해 싸웠다.

미국과 러시아는 그 자체로 방대한 대륙이다. 여러 다양한 민족들이 모인 이질적인 구성 속에서 오는 '다양성 속의 통일'이 결합된 결과, 개방적이며 대륙적 기질을 가졌다. 이 런 특성은 두 나라의 정신구조와 사회제도에까지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소로킨은 여러 자료들을 통해 러시아의 기본 사회구조는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민주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두 나라의 기본 가치 사이에는 화해 불가능한 갈등은 없으며, 또 사회문화는 본질적으로 일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냉전 시대에 접어들면서 두 나라는 적대적 관계로 변했지만 1970년대 들어 두 나라 사이에 화해 무드가 조성되었고, 1985년 페레스트로이카, 1990년대 동구권 개방시대에 이르면서 경제협력이 왕성해졌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보면 두 나라는 적대적 관계로 충돌한 시기는 그리 길지 않고 오히려 서로 오랫동안 우호적으로 교류한 시기가 더 많았다.

그러면 현재 왜 양국은 충돌하고 있는가? 그것은 힘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분쟁은 가장 강력한 국가 사이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지난 전쟁에서 양국은 가장 강력한 군사 대국으로 부상하여 두 나라 사이에 충돌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현시대 세계의 고유한 성질으로, 미국과 러시아로 기본 갈등이 양극화된 것은 지난 전쟁에서 두 나라가 강력한 군사대국으로 부상하면서 각자 불확실한 특권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견지에서 보면 미국-러시아의 갈등은 러시아가 차르 체제이든 민주주의 체제든 아니면 다른 어떤 체제든 발생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양국의 갈등을 종식시키고 서로 화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은 물론 현재 격화되고 있는 수백 가지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치유해야 중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널리 퍼져 있는 제도와 문화로는 지극히 어려운 과정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선 미국-러시아의 갈등을 그 강도와 규모를 약화시키고 ‘열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실행하여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지금 당장 근본적인 치유가 불가능하다면, 갈등의 강도와 규모를 약화시키고 전쟁으로 비화를 방지할 수 있는 여러 조치를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소로킨은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날 인류의 행복한 삶은 달성할 수 없으며, 국유 경제냐 ‘자유 기업’이냐 등 양국의 경제 및 정치 체제의 차이는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일 뿐이며 겉으로만 충돌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러면 항구적인 평화의 조건은 무엇인가? 우선 기존 문화적 가치들을 재평가하여 인류의 주요 가치와 행동 규범을 강력하게 보편적인 가치로 만들어야 하며, 보편화하여 양립할 수 있게 한 그 가치와 규범을 국가 간, 민족 간 관계 등 모든 집단 간 관계로 확장시켜야 한다. 또한 전쟁과 관련된 문제에서 모든 국가들의 주권을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박탈해야 하며 그리하여 국제 분쟁을 해결하고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강력한 국제기구를 창설해야 한다. 덧붙여 이 국제기구에는 각국의 대표로만 구성될 것이 아니라 세계 종교계, 과학계, 예술계, 노동계 및 경영계 등 덜 호전적인 사회조직과 문화조직 대표자를 포함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인류는 이미 수많은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기술적, 정치적 유대를 맺는 하나의 통일체로 결속되고 있으며 진정한 세계화로 달려가고 있다. 따라서 전쟁에 관한 한 주권 국가를 폐기하고 전쟁 없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실현가능한 날이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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