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고동과 사북 … 그 도저함과 웅숭깊음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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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고동과 사북 … 그 도저함과 웅숭깊음을 말하다
  • 서명석 제주대·교육철학
  • 승인 2024.03.0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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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인터뷰_ 『대학』의 고동과 사북 | 서명석 지음 | 책인숲 | 2024. 02 | 316쪽

 

동양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그 속에 들어있는 동양의 밈(meme)을 길어 올리는 일에 전념해 온 제주대 서명석 교수(교육학과)가 『대학』을 완전 분해하여 독해한 책 〈『대학』의 고동과 사북〉을 내놓았다.

인간에게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내는 본성은 무엇이고, 그 본성대로 사는 삶은 무엇인가? 이런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유학은 『대학』을 통해 답을 준다. 서 교수의 이번 책은 『대학』을 현대적으로 가공해서 원문 텍스트 뒤에 숨어있는 『대학』의 철학을 알기 쉽게 풀이했다. 아래에 저자와 기자와의 가상 인터뷰 통해 책 내용을 소개한다.

기자: 만나서 반갑습니다. 평소 동양고전에 별 관심이 없다가 이번에 선생님이 출판한 《『대학』의 고동과 사북》(책인숲, 2024)을 접했습니다. 그래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궁금한 점을 여쭈어보겠습니다. 먼저 대학이 무엇이고 책 제목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자: 오늘날 고등교육 기관을 대학이라 부르죠. 이 대학이 『대학』이라는 고전에서 그 이름을 가져온 것이에요. 그러나 오늘날 대학과 『대학』에서 말하는 대학은 그 의미의 지평에서 상당히 다릅니다. 원래 동양에서 대학(大學)은 대인지학(大人之學)의 줄임말입니다. <대인지학 → 대학>으로 말이죠.

기자: 그러면 이때 말하는 대인(大人)은 큰 사람인데, 큰 사람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저자: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성리학에서 그리는 배움의 시스템을 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명제의 형식으로 이를 말하겠습니다. 소학의 마당을 통하여 대학의 궁전으로 들어간다! 이때 소학(小學)은 소인지학(小人之學)이고, 대학은 당연히 대학지학(大學之學)이겠지요. 

이해하기 편리하도록 이를 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를 쉽게 말하면 어려서는 『소학』을 통해 배우고, 커서는 『대학』을 통해서 배운다. 이것이 성리학에서 그리는 배움의 정칙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대학』은 어른들을 위한 배움을 설계해 놓은 책인 셈입니다. 동양에서 15세를 어린이[小人]와 어른[大人]을 구분하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잡는데, 그것은 공자의 발달단계 이론에 근거한 것입니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15세에 배움에 뜻을 두었다.> 이것은 『논어』<위정>4-1에 나옵니다. 이때 배움이 바로 『대학』에서 그리는 배움을 말합니다.

기자: 소학과 대학이라는 개념은 성리학의 이론체계를 보여주는 개념이군요. 그런데 책의 내용을 보면 문법구조를 파헤치고 있던데, 여기서 문법구조는 어떤 의미인가요?

저자: 이때 문법구조는 이중적 개념으로 썼습니다. <① 『대학』이라는 한문 자체의 문법구조, ② 『대학』을 텍스트로 보고 그 자체로 설계해 놓은 이론체계>로 말이죠. 그러므로 <①+②>의 중층적 구조를 문법구조로 보면 됩니다. 그리고 고동과 사북은 순우리말로서 핵심 중의 핵심, 즉 알짬 중의 알짬입니다. <①+②>의 두 가지를 모두 제가 쌈박하게 풀어놓았습니다. 이를 다시 말하면 <『대학』의 고동과 사북≒①명명덕+②신민+지어지선>입니다. 이때 명명덕(明明德)은 인간이 보석처럼 가지고 있는 자신의 <밝은 본성[明德=仁・禮・義・智]>를 실제 삶 속에서 밝히는 것이고, 신민(新民)은 타자도 이렇게 명명덕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며, 지어지선(止於至善)은 명덕이 꽃피우는 최상의 아름다움에 항상 머물며 사는 것입니다. 이를 공자식으로 말하면 <인간이-인간으로서의-아름다움[仁]>에 매 순간 머물며 사는 것이 바로 지어지선입니다.

기자: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니 이제 감이 잡히는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동양의 고전 중에서 『대학』이 전해주는 도저하고 웅숭깊은 메시지를 담은 책이겠네요. 『대학』, 그 원음을 듣다! 이런 표현이 어울리겠네요.

저자: 과찬입니다. 내가 다년간 이 분야를 연구하며 가르치다 보니 더 늦기 전에 이를 정리해 보아야겠다는 과욕의 소산이 이 책이라고 보면 됩니다. 질러 말하면 이 책은 『대학』의 완전 해부도(map of anatomy)입니다. 

기자: 『대학』의 위상이 또한 궁금합니다.

저자: 이 점을 말할 때 우리는 유학의 독서 순서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통상 유학에는 네 권의 책, 즉 사서(四書・Four Books)가 있지요. 유학의 풍경을 보고 싶으면 『대학』의 입구로 들어가 『논어』와 『맹자』를 경유하여 『중용』의 출구로 나오면 됩니다. 말하자면, <『대학』→『논어』→『맹자』→『중용』>, 이것이 유학의 기본 노선입니다. 

기자: 그러면 『대학』이 사서 노선의 출발역이네요. 그렇다면 선생님, 우리 같은 현대인에게 알려준다면 『대학』의 평가 지점은 어디인가요?

저자: 우리는 과거처럼 <태학>의 학생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대학』이 그 안에서 그려내고 있는 유학(Confucianism)의 패러다임 때문입니다. 유학은 기본적으로 일상의 기반, 바로 그 위에 패러다임을 정초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일상의 삶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보여줍니다. 이 때문에 『대학』은 우리 삶에서 가장 평범한 <일상적-삶의-매뉴얼(manual-of-every-day-ness)>입니다. 다시 말해 『대학』은 어른들을 위한 책으로 어른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기술(ars)과 방법(methodus)을 제공하는 인생의 기초 매뉴얼입니다.

기자: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대학』은 지혜서(book of wisdom)이군요.

저자: 옳은 지적입니다. 우리는 지식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어요. 지식만 있고 지혜가 없다면 우리 삶이 어떠할지 혹시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기자: 아직 없는데요.

저자: 그렇다면 『대학』을 깊이 음미해 보고 난 뒤에 어느 지점에서 지혜와 만나는지 찾아보세요.

기자: 정신 차리고 지혜의 관점에서 『대학』을 다시 보아야겠네요.

저자: 아마 그런 관전 포인트로 다시 보면 『대학』은 이전과는 다른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고전은 지혜서다! 화수분처럼 두고두고 우리 삶에 쉼 없이 지혜를 공급해 주는 무-엇! 이것이 고전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정돈하면 어떨까요.

기자: 좋네요. 다른 독자들께 이 기회에 고전의 위상을 전해준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가요?

저자: 고전은 북극성(polaris)이다! 이 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깜깜한 밤하늘에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는 그런 역할을 하는 북신(北辰) 말입니다.

기자: 비유가 매우 적실하네요. 

저자: 원래 이것은 제 생각이 아닙니다. 이 말은 지금부터 약 2500년 전에 이미 공자 선생께서 말씀한 내용입니다.

비유하자면 마치 북극성과 같습니다. 북극성의 자리에 자리 잡고 있으니 북두칠성이 북극성을 기준 삼아 벗어나지 않고 북극성을 향해 운행합니다.(『논어』<위정>1)

기자: 듣고 보니 북극성과 북두칠성의 비유네요. 그 뜻이 궁금합니다.

저자: 북극성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오직 북두칠성이 북극성을 축으로 해서 북극성의 주위를 맴돌 뿐이지요. 그 북극성의 자리가 고전의 자리이고 북두칠성이 우리가 되는 것입니다. 삶의 궤도를 이탈하지 말고 북두칠성과 같은 존재가 되라! 오로지 『대학』의 도움을 받으면서 말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길을 잃고 헤맬 때 『대학』이 우리 삶의 이정표가 되겠죠.

기자: 잘 알겠습니다. 끝으로 독자들께 특별히 남길 메시지가 있나요?

저자: 옛것을 익혀서 그 안에서 새것을 알아내라! 즉,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논어』<위정>11). 이 말을 여기에다 새겨둡니다. 그리고 누구나 『대학』에 대하여 알지만, 정작 그것의 본의를 아무도 모르는 실상을 부디 이 책을 통하여 극복하시길 바랍니다. Utere Felix!

 

서명석 제주대·교육철학

제주대학교 교육대학 교육학과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선불교철학을 탐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양고전을 현대적으로 읽고 그 안에 녹아있는 고갱이를 건져 올리는 일을 하고 있으며, 그 성과로 『퇴계 선조에게 글을 올리다』(2022), 『『중용』 완전정복』(2021), 『다산철학과 교육』(2020) 외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최근 ‘맹자의 본성이론에 기반한 지혜교육 방법론’(2024), ‘리코나의 캐릭터 에듀케이션과 율곡 성론의 비교’(2023) 등 수십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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