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도 지원도 기울어진 운동장 … 소규모 대학, 규모와 특수성 고려한 평가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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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도 지원도 기울어진 운동장 … 소규모 대학, 규모와 특수성 고려한 평가 이뤄져야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4.02.2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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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교협, '제70회 대학교육 정책포럼' 개최
- ‘소규모 대학 발전을 위한 고등교육정책 개선방안’ 논의
- 소규모 대학 위기 가속화…재정지원 및 대학기관평가인증 방식 개선 필요

 

“지방 소멸 문제 해결과 고등교육 다양성 확보를 위해 소규모 대학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대학 정책은 중·대규모 대학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정부의 대학 정책이 대학별 규모에 맞게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소규모 대학의 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소규모 대학 발전을 위한 고등교육정책 개선방안 논의”를 주제로 「제70회 대학교육 정책포럼」을 2월 27일(화) 동자아트홀에서 개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지역 소규모 대학에 대한 정책 부재에 공감하며, 대학의 특성과 설립기준은 물론 규모에 맞는 정부의 평가와 정부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정책포럼은 지역과 연계된 교육과 연구, 봉사활동 등을 통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담당하는 소규모 대학이 향후 지역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고등교육정책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서 대학관계자 및 고등교육전문가 등이 참여하여 소규모 대학 발전을 위한 고등교육정책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포럼은 2개의 주제 발표와 종합 토론으로 구성됐다. 참가자들은 소규모 대학이 지역과 함께 성장하도록 돕는 정책 마련과 대학 평가 지표 개선을 제안했다. 포럼에 참석한 소규모 대학 관계자들은 지역 산업·구성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 소규모 대학의 역량을 강화한다면 지역 소멸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소규모 대학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대학 평가 지표를 재학생 규모 등 정량이 아닌 각 대학의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김형수 중원대 기획처장과 권경만 한국성서대 전략기획실장이 각각 「소규모 대학 발전을 위한 정부 고등교육정책 및 재정지원 방향」과 「소규모 대학의 생존을 위한 대학기관평가인증 개선방안」에 대해 발제를 했으며, 이석열 남서울대 교수, 정재민 추계예술대 교수, 김창환 극동대 기획처장, 윤상환 창신대 기획처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 김형수 중원대 기획처장 … 〈소규모 대학 발전을 위한 정부 고등교육정책 및 재정지원 방향〉

김 처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소규모 대학의 심각한 위기를 문제로 제기하면서 소규모 대학이 지역사회 특화 연구·인재 양성 역할을 해내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규모 대학 발전을 위한 대학 규제 개혁 우선 조치 및 대학 규모별 재정지원사업 등 소규모 대학에 공평성 부여를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김 처장은 “소규모 대학은 지역과 연계된 교육과 연구 수행에 강점이 있으며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도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일본 대학 정책 사례를 조명했다. 일본은 4년제 일반대학이 총 767개로 전체 대학 수는 우리나라 3배 이상이다. 일본은 지역 대학을 평생교육이나 지역 활성화 사업 등과 연계해 지역과 대학의 상생 모델을 구축했다.

김 처장은 “일본의 경우 정부에서 소규모 대학이 지역 활성화 사업과 평생교육을 주도하도록 지원한다. 각 대학이 지역에 대해 갖춘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다”라며 “한국의 지역 소재 소규모 대학 또한 지역 소멸로 인해 입학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소규모 대학이 교육의 범위를 평생교육과 지역 산업으로 넓히도록 돕는다면 지역에 필요한 교육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의 사례처럼 한국도 각 대학의 성과와 배경을 토대로 소규모 대학의 강점을 강화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미국은 성과·지역 연계·인구 특성 등을 반영해 대학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이를 통해 각 대학이 설립 목적과 소재지에 부합하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각 대학은 지원책의 도움을 받아 지역에 필요한 역할을 해낸다. 연구중심 대학이라면 지역사회에 전문성을 갖고 연구를 수행하며, 의료 중점 대학이라면 지역에 필요한 의료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 처장은 글로컬대학도 소규모 대학이 진입하기 어려운 사업으로 꼽았다. 글로컬대학은 대학의 벽을 허물어 지역사회·산업계와 함께 대학의 역할을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선정 대학은 중·대규모가 대다수다. 대학 혁신 방안으로 제시된 AI, 우주항공, 첨단기술 분야도 소규모 대학이 사실상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다.

이에 김 처장은 소규모 대학에 대한 ▲규제 개혁 우선 조치 ▲대학규모별 재정지원사업 유형 마련 및 사업비 배정 ▲대학 규모를 고려한 재정지원정책 ▲대학 소재지 지자체의 대학 지원 확대 ▲소규모 대학 경상비 지원 등을 제안했다.

 

                                                  권경만 한국성서대학교 전략기획실장

▶ 권경만 한국성서대 전략기획실장 … 〈소규모 대학의 생존을 위한 대학기관평가인증 개선방안〉

권 실장은 소규모 대학의 생존을 위한 대학기관평가인증 개선방안을 주제로 대학기관평가인증 운영 현황과 평가내용, 평가방법, 결과활용 측면에서의 문제점을 제시하며 대학기관평가인증 제도에 대한 정책적 제언을 발표했다. 

권 실장은 소규모 대학에 대한 대학기관인증평가 방식 개정을 요구했다. 그는 “그동안의 대학 평가 지표는 수도권·비수도권, 국공립·사립, 대학 규모 등 각 대학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평가했다. 소규모 대학이 강점이나 특성을 내세우지 못하고 불리한 결과를 받게 된 이유”라며 소규모 대학이 가진 역량을 온전히 평가하는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신입생과 재학생 충원율 등 평가내용이 소규모 대학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로 설계됐다고 지적하면서 “소규모 대학이 중·대규모 대학과 공정하게 경쟁하려면 대학 규모를 고려해 소규모 대학의 경우 하위 25% 순위에 해당하는 재학생 충원율 70% 수준을 기준값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대학기관평가인증 현장 평가위원 중 소규모 대학의 교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규모 대학지원 TF가 지난해 소규모 일반대 63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규모 대학의 교원이 대학평가위원으로 참석한 비율은 14.3%(9명)에 불과했다. 권 실장은 “평가위원 9명이 모두 같은 해에 평가위원으로 활동했다 가정해도, 1년 평가 인원 200명에 대비했을 때 4.5%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27일 대교협이 주최한 제70회 대학교육 정책포럼 종합토론

■ 이날 토론자들은 소규모 대학 발전을 위한 고등교육정책 개선과 관련하여 소규모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및 대학기관평가인증의 방식과 문제점 그리고 소규모 대학에 대한 공정성 등 고등교육정책 개선을 위해 고려할 사항에 대해 대학 관계자 및 고등교육 전문가의 입장에서 논의했다.

이들은 4주기 대학기관평가인증을 앞두고 각 소규모 대학이 지역 연계·전문성 같은 강점을 앞세워 대비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평가 지표에 대해서는 소규모 대학의 역량을 적절하게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이석열 남서울대 교수는 소규모 대학의 재정지원정책과 대학기관평가인증에서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점을 제시했으며, 또한 소규모 대학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언급하면서 대학교육의 특성화를 제안했다.

이 교수는 루터대의 사례를 언급하며 소규모 대학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루터대는 현재 입학정원이 85명에 불과한 대학이다. 그럼에도 구조개혁 컨설팅을 거쳐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통과하고, 대학기관평가인증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혁신사업비와 인센티브를 포함해 총 19억 5천만 원의 재정 지원을 받았다”며 “소규모 대학의 경우 큰 대학보다 빠르게 소통과 의결이 가능하다. 혁신을 주도하는 이가 리더십을 발휘하고, 대학 구성원들이 위기극복에 뜻을 모은다면 대학기관평가인증에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민 추계예대 교수는 소규모 대학의 재정 상황과 과거 정부 평가에 소극적이었던 점을 지적하면서 미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소규모 대학에 필요한 정책적 지원 방안과 대학기관평가인증에서 반영할 수 있는 대안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소규모 대학만의 성과를 앞세워 대학기관평가인증을 대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연구 인력을 확보하라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소규모 대학들은 재정이 부족할 때 관리 운영 비용을 먼저 줄인다. 회의비나 출장비도 줄이지만 비교과 프로그램도 같이 없앤다. 그러나 연구원과 학습 개발 인력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일할 인력이 있어야 교육 혁신을 이루고, 평가 기관에 제시할 성과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소규모 대학이 혁신 성과를 내기 위해 연구원들을 교육하는 등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소규모 대학은 학습관리시스템(LMS : Learning Management System) 구축과 같이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을 망설인다. 정부가 소규모 대학을 지원한다면 이러한 전산화 작업과 이러한 비교과 영역 발전에 힘쓸 연구원들을 교육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창환 극동대학교 기획처장은 소규모 대학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특성화’와 ‘공정성’을 주요한 관점으로 보고 소규모 대학을 지원하는 재정지원사업 유형 마련이 소규모 대학의 특성화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하며, 규모와 특수성을 고려한 평가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처장은 소규모 대학이 특성화 성과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평가 기관은 이를 반영할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소규모 대학이 지역 사회나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바가 커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는 소규모 대학을 지원해 지역 문제 해결에 소규모 대학이 힘쓰도록 도와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김 처장은 “대학기관평가인증도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를 따라 경쟁이 아닌 기준을 통과한 대학에 자율성을 주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상환 창신대 기획처장은 평가기준(안) 세부내용에 대한 재검토와 대학의 그룹화 및 그룹별 평가기준에 의거한 특성별 차등 적용을 기반으로 한 평가기준 완화를 제언했다.

윤 처장은 대학 평가 지표가 소규모 대학의 설립 목적에 따른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처장은 “종교·예술·지역 특화 등 각 소규모 대학은 설립 목적에 따른 특수한 역할을 지니고 있다. 이들이 지닌 전문성에 대한 평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부문별 재정 지원 사업 운영이나 사업비 배분, 소규모 대학의 역할 활성화 등 균등한 역할 분배가 함께 이뤄져야 고등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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