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공동체를 꿈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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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공동체를 꿈꾸자!
  • 안철택 경북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 승인 2024.02.26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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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민교협 시사칼럼]

며칠 전 저녁 모임에서 예전에 KYC 회장을 하신 주선국 님을 만났다. 예전에도 여럿이 모이는 모임에서 몇 번 만났지만, 원래 말씀이 없는 조용한 분이라 본인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어제 3차(?)에서 만났는데, 놀랍게도 ‘아시아 공동체’ 이야기를 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2000년경에 중국에 가서 ‘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강연을 했다고! 그리고 일본과도 ‘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일본을 직접 방문하여 여러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는 것이다.

아시아 공동체? 누구는 꿈같은 이야기라고 한다. 하지만 꿈조차 꾸지 않으면? 박원순 변호사는 늘 “혼자 꾸는 꿈은 그냥 꿈이지만, 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 아름다운 재단 – 아름다운 가게 – 희망 제작소로 이어진 그분의 삶은 늘 꿈을 꾸기에 가능한 삶이었다. 한국 시민운동의 큰 틀을 만들고, 스스로 시민운동의 방향을 만들어나간 박원순 변호사는 모든 시민운동가들이 가장 존경하는 분이기도 하였다. 겸손하고 부지런하고, 아이디어 풍부하고,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역사문제 연구소에 기부한 참으로 대단한 분이었다. 그분이 이룩한 이 모든 일의 바탕에는 꿈을 꾸는 정신, 꿈을 꾸고자 하는 결심이 있었다고 여겨진다. 마치 존 레논의 노래 ‘이매진 Imagine’처럼!

꿈을 꾸는 사람은 여러 도시를 방문하고 우리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보아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여행은 나의 삶에서 독서만큼 중요한 일이다. 한스 불루멘베르크 Hans Blumenberg는 “세계의 독서 가능성 Die Lesbarkeit der Welt”이라는 책에서 “세계는 내가 읽어야 할 하나의 책 Die Welt als ein Buch”이라고 말했다. 세계라는 책은 내가 발로 걸으며 읽어야 하는 대상이다. 이번 겨울방학에 미국과 중국을 다녀왔다. 미국은 대학 절친을 만나기 위해서이고, 중국은 방현석 작가와 함께하는 홍범도 루트를 따라서 갔다.

미국에 사는 친구는 나와 같이 독일에서 공부를 했는데, 전공을 경제학으로 바꾸어 석사 학위를 마치고 부인을 위해 자신의 학업은 접었다. 그 부인은 독일에서 뛰어난 성적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독일 유명 연구소 근무 후 하버드대 교수로 가 있었다. 보스턴에 살던 이 친구가 예전부터 미국에 한번 오라고 했지만, 그 당시 미국에 가려면 인터뷰를 해야 한다고 해서 기분이 나빠 가지 않았다. “혈맹이라며 무슨 놈의 인터뷰? 대한민국 여권으로 거의 모든 국가를 가는 마당에? 하긴 지금까지 지구상에 저지른 죄가 많아 미국에 복수하려는 사람들도 많이 있으니 보안에 철저하겠지!” 하면서 가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에 한국을 잠깐 방문한 친구가 이제 인터뷰가 필요 없다며, 미국으로 올 것을 다시 요구하여 전자비자를 받고 이번에 가게 되었다. 부인이 스위스의 거대 제약회사 로슈에 스카웃되어서 하버드대의 몇 배에 해당하는 연봉을 받게 되었다고 자랑을 하기에, 마음씨 착한 부인도 볼 겸 샌프란시스코로 갔다. 도착하여 그의 차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근처를 며칠 돌아다녔다. 사람의 흔적이 거의 없는 바닷가와 원시림 구경을 하면서, 미국의 자연은 참으로 잘 보존이 되었다고 느꼈다. 그런데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로스앤젤레스를 구경하는데 지옥이 따로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거리에 쓰레기들이 사방에 널려 있고, 시체처럼 거리에 사람들이 누워 있었다. 비가 오던 날이라 그 모습은 더욱 처량하게 보였는데, 침낭 속에서 떨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여행할 마음이 완전히 사라져서, 그냥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고 말았다. 이게 모두가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 미국은 지금까지 내가 여행 한 나라 중에서 최악이었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자.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공동체는 미국을 모범으로 할 수 없다. 내가 유학한 독일을 비롯하여 유럽 공동체가 많은 점에서 더 낫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가 꿈꾸는 아시아 공동체는 유럽 공동체를 모범으로 하여 디자인하여야 한다고 본다. 중국과 일본, 남한, 대만이 중심이 되어서 서로 가능한 소통 창구를 만들고, 이후 베트남, 태국,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넓혀 나가야 한다고 본다. 

한중일 삼국은 과거의 역사문제로 함께 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이다. 하지만 독일이 네덜란드와 폴란드 등 주위 나라들과 공동의 역사문제 연구소를 만들고, 공동 역사 교과서를 발행하듯이, 우리도 노력하면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유럽 공동체에서 시행하는 에라스무스 프로그램과 소크라테스 프로그램을 연구하여, 우리 다음 세대들이 서로 만나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세대가 되었으면 한다. 만나서 서로 언어를 교환하고, 함께 여행을 하면 좋겠다. 일본 친구들과 일본 유명 영화 촬영지를 여행하고, 중국 친구들과 왕푸징 거리에서 함께 춤을 추기를 바란다. 서울 광화문에서 세계의 평화를 노래하며 플래시몹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제 꿈을 꾸자. 아시아가 하나 되는 공동체의 꿈을! 과거의 어둠을 딛고 미래의 밝은 불을 밝히자. 불가능하다고 하지 마라. 시도해 본 적이 있나? 어차피 우리 매일의 삶은 하나의 모험적 시도이다. 이 글을 적으면서 내가 여행에서 만난 친절한 중국인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너무 친절하여 오히려 내가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던 일본인들을 생각한다. 겨울의 추위를 이겨낸 창밖 매화꽃을 보면서 이 글을 줄인다. 모두가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외치며!

 

안철택 경북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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