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가장 유력한 ‘의식 이론’, 통합정보이론(IIT)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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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유력한 ‘의식 이론’, 통합정보이론(IIT)을 말하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4.02.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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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 그 자체의 감각: 의식의 본질에 관한 과학철학적 탐구 | 크리스토프 코흐 지음 | 박제윤 옮김 | arte(아르테) | 432쪽

 

이 책은 생명 그 자체의 감각을 탐구하며, ‘생명체(포유류는 물론 무척추동물, 단세포 미생물, 박테리아, 식물에 이르는 주체)’ 내에 의식이 널리 있지만, 계산할 수는 없는 이유에 대해 논한다. 이 이유를 저자 코흐는 “내재적인 인과적 힘(intrinsic causal powers)”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낸다. 아울러 ‘인공지능’이 ‘인공 의식’을 지니는지, 즉 디지털 유기체가 인과적 힘을 그 자체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

최근 신경과학계에서 의식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가설은 다음 두 이론이다. 범심론을 기반으로 하되 이를 포용하고 수치화해 그 한계를 극복한 ‘통합정보이론(Integrated Information Theory, IIT)’, 계산주의적 관점에 입각해 의식에 대한 기능주의적 설명을 시도하는 ‘전역 작업공간 이론(Global Neuronal Workspace Theory, GNWT)’이다.

코흐는 GNWT가 근본적 시스템(생명체 내)의 ‘인과적 힘[속성]’에 관심이 전혀 없는 점을 지적하며, ‘순수 계산적 설명’은 치명적 한계가 있음을 밝히며 비판한다. 또 경험적 연구로 보았을 때 의식상태(conscious states)에 관여하는 뇌 영역은 IIT가 주장하는 ‘후방 피질 핫존’이지, GNWT가 말하는 ‘전전두 피질’이 아니다. 전전두 피질이 손상되거나 심지어 제거되어도 의식적 경험을 지니는 사례를 저자는 책에 다수 언급한다.

그리하여 코흐는 IIT가 현재 의식 이론에서 가장 유력하고, 설득력 있는 이론임을 역설한다.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또한 한창이다. 2019년도부터 인지신경과학 연구자들 간 이 두 유력한 의식 이론의 정당성을 검증하며 선구적 실험을 진행 중인데, “적대적 협력 관계”로서 무엇이 의식의 기제를 밝혀내는 가장 유력한 이론이 될지를 연구한다. 이 연구(Testing Hypotheses by Adversarial Collaboration)는 크게 다음 세 가설을 검증한다. ① 의식상태에 관여하는 뇌 영역은 어디인가, ② 의식적 지각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③ 지각 중 피질 영역 간의 연결성은 어떠한가. ①, ②의 예측은 IIT 우세로 기울어지고 있으며, ③의 예측은 미결이다.

이 책은 ‘의식(consciousness)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생명 그 자체의 감각’이라고 대답하는 책이다. 즉 우리가 경험하는 것[느낌] 그 자체, 삶의 감각 총체를 의식이라고 본다. 이 의식의 과정을 신경과학적으로 설명하여 경험과 대뇌피질의 활동(활성화) 간의 관계를 실험을 통해 증명해 보이고, 의식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로서 ‘통합정보이론’을 제시한다. 범심론이 제시하는 큰 틀의 문제의식을 공유하지만, 범심론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 의식의 신경 메커니즘이 ‘정량적’이고 ‘일관’되며 실험으로 ‘증명 가능함’을 보여 준다.

뇌는 어떻게 주관적인 ‘경험’을 일으키는가? ‘경험’의 부인할 수 없는 속성(공리, 공준)은 무엇인가? 코흐는 “내가 사용하는 모든 느낌(feeling)은 곧 경험(experience)이다”라고 말하며, 경험이 느낌의 상위 항목이라 인식하는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경험과 느낌을 동급으로 정의한다. 즉 ‘경험’에 집중해 다양한 사고실험과 연구를 수행하고 분석한다. 지각-반응 검사, 착시 현상과 환영 실험, 좀비 행위자, 뇌 분할 실험과 뇌 연결 실험, 15년간 식물인간 상태에 있던 테리 샤이보 사례, 의식장애가 있거나 뇌 일부가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예, 라이프니츠 방앗간 사고실험, 인실리코 진화 게임 등을 언급하며 ‘경험’에서 시작하여 ‘뇌’로 나아가는 양적 이론인 ‘통합정보이론’의 정당성을 역설한다.

이러한 코흐의 관점은 매우 도전적이고, 의식 이론을 지탱하는 특수하고 단단한 지반이기도 하다. [의식적] 경험은 다섯 가지 부인할 수 없는 속성을 가진다. 첫째, 경험은 관찰자 없이 본질적으로 “그 자체로 존재”한다(내재적 존재 공준). 둘째, 어느 경험이든 “구조화되어” 있다. 청각과 후각, 느낌과 감정을 포함한 감각적 측면이 복잡하게 직조되어 있다. 이 경험의 구조는 시냅스와 뉴런, 뇌의 활성화라는 물리적 기반을 지닌다(구성 공준). 셋째, 어느 경험이든 매우 정보적이며 “구체적 내용”을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다(정보 공준). 넷째, 경험은 통합적이다. 경험을 요소별로 분할하여 설명할 수 있지만 실제 경험은 “내 몸을 포함한 전체”를 경험한다(통합 공준). 다섯째, 어느 경험이든 “내용 및 시공간 면에서 제한적”이다. 나의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 내 경험에서 제외된다(배제 공준).

이렇듯 경험의 다섯 공준은 통합정보이론을 가능하게 하는 기초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모든 동물이 삶의 광경과 소리를 경험한다고 추론하고,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어떤 프로그램 모델도 진정한 경험과 의식을 지닐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뇌의 완벽한 소프트웨어 모델조차 의식이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블랙홀을 시뮬레이션하는 천체물리학자들이 왜 슈퍼컴퓨터로 빨려 들어가지 않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그들의 모델이 실재에 그렇게 충실하다면, 왜 모델링을 하는 컴퓨터 주위에 시공간이 닫히지 않는지, 왜 블랙홀이 생성되지 않는지를 묻는다. 즉 ‘존재’는 계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흐는 통합정보이론을 통해 의식은 ‘자연의 영역’, 의식은 ‘존재’에 관한 것임을 확실히 한다.

통합정보이론은 의식을 분석하기 위한 ‘수학적 모델’을 제안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뇌라는 물리적 시스템이 의식에 관여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코흐가 주장하는 통합정보이론에 따르면, 시스템 “의식”(주관적으로 어떠한가)은 시스템의 “인과적 힘”(객관적으로 어떠한가)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물리적 시스템의 완전한 “인과적 힘[속성]”을 전개함으로써 물리적 시스템의 의식적 경험을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이렇게도 볼 수 있다. “미약하더라도 인과적 힘이 있다면 의식이 있다.” “인과적 힘을 복제하면 의식이 뒤따라 나온다.”

저자는 말한다. 통합정보이론에 따르면, 포유류, 파충류, 양서류, 조류는 물론이고 무척추동물인 곤충, 문어, 단세포 미생물, 박테리아도 의식이 있다. 식물 또한 의식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모든 주체(생명체)의 도덕적 지위를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성의 나르시시즘(인간 예외주의)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가?” 이러한 물음은 다음의 열망으로 뻗어 나간다. “의식을 완벽하게 측정할 수 있다면!” 저자는 2028년 말까지 완벽한 의식 측정기 연구가 완료될 것이라 장담한다. 그는 의식장애를 지닌 뇌손상 환자의 임상사례분석을 통해 이들의 ‘세계와 단절된 상태의 절망’에 공감하고, 물고기의 복지를 옹호한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미끼로 물고기를 낚고 고통스럽게 질식사시키는 인간의 잔학 행위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 주장한다.

의식은 우주 전체에 얼마나 퍼져 있을까? 통합정보이론에 따르면 [의식적] 경험은 크거나 작은 모든 동물들, 박테리아, 원자, 어쩌면 식물과 ‘무생물’에도,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도 존재할 수 있다. 통합정보이론의 윤리적 맥락은 인간이 우주의 중심에 있지도 않고 자연이 인류의 목적에 부합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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