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상 속 편견과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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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상 속 편견과 차별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1.18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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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공격: 삶을 무너뜨리는 일상의 편견과 차별 | 데럴드 윙 수·리사 베스 스패니어만 지음 | 김보영 옮김 | 다봄교육 | 408쪽

 

‘미세공격’이란 특정 집단(유색인, 여성, 성소수자 등)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개인들을 향해 적대감, 경멸, 반감 등 모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상적이고 단편적인 발언 또는 행동을 말한다. 짧은 시간 안에, 그러나 흔히 일어나는 이러한 공격은 언뜻 무해하거나 순수해 보여도 오랜 시간 공격 대상에게 상처로 누적되어 그들의 정신적 에너지를 떨어뜨리고, 자아존중감을 낮추며,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 책은 미세공격에 관한 최신의 질적, 양적 연구 결과를 검토하고 이를 통합해 미세공격이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명쾌하게 설명한다. 조직적이고 사회적인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거대공격’을 미세공격과 대비함으로써 미세공격의 실체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낸다. 미세공격의 가해자는 누구이며 이들은 왜 미세공격을 저지르는지, 미세공격의 대상은 어떤 피해를 얼마나 입는지 등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미세공격이 끼치는 영향을 사례와 검증된 연구 결과를 가지고 밝힌다.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교육 현장과 상담 및 치료 장소에서 만나는 미세공격을 분석해 심리학, 교육학, 사회복지학 등 관련 분야 연구자 및 실무자에게 유용한 팁을 제공한다. 더불어 미세공격과 거대공격 모두에 대응할 전략(미세개입)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실용적 역할 또한 다하고 있다.

미세공격의 공통점은 1)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일이라는 것, 2) 무례를 범한 사람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또 상대방이 그로 인해 상처를 입었는지 모른다는 것, 3) ‘정상’이라고 스스로 그리고 사회가 평가하는 다수가 그 반대의 소수에게 행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공격하려는) 의도가 없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소수집단을 향한 무시와 모욕’. 이것을 칭하는 용어가 ‘미세공격microaggression’이다. ‘미세micro’는 작다거나 무해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 공격 행위가 개인과 개인 사이, 즉 미시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이며, ‘공격aggression’은 의도의 유무와 관계없이 타인을 배제하거나 타인의 평판을 훼손함으로써 상대방에 위해를 가하는 간접 공격을 뜻한다.

미세공격 개념이 처음 제안되었을 때는 인종차별 미세공격에만 초점이 맞추어졌지만 이제는 사회의 여러 소외집단(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종교적 소수자, 빈곤층)과 다양한 상황(교실, 공공장소, 직장)에도 적용되고 있다. 미세공격 이론은 심리학, 교육, 법, 의료, 공공정책 등 여러 전문 분야에서 다루어지고 있으며, 인쇄 매체, 텔레비전, 라디오 등의 주류 담론은 물론 블로그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이 책은 4부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미세공격의 심리와 작동 원리〉는 미세공격 이론의 개념적 틀을 제공하고, 여러 소외집단 구성원들에게 가해지는 미세공격의 표출 형태와 작동 원리, 영향을 설명한다. 2부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미세공격이 끼치는 영향〉은 미세공격 피해자의 내적 투쟁 및 그들의 신체와 정신의 안녕에 일어나는 피해를 이해하기 위한 모델을 제공한다. 미세공격 가해자와 미세공격이 그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 6장은 지금까지 피해자 중심의 연구에만 머물렀던 미세공격 연구를 가해자에게로 넓히며 연구의 질과 폭이 한 단계 더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3부 〈실천: 조사연구, 교육, 상담〉은 세 가지 상이한 관점에서 미세공격을 논의하는 세 장으로 구성된다. 7장은 미세공격에 관한 조사연구는 무엇을 밝혔으며, 미세공격 연구에 어떤 연구 방법이 사용될 수 있는지를, 8장은 교육자가 미세공격 문제를 다루거나 가르치는 일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를, 9장은 정신 건강 전문가가 다양한 문화 배경을 지닌 내담자를 상대할 때 미세공격과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각성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를 다룬다. 한 장으로 이루어진 4부 〈미세공격과 거대공격을 무장해제하기〉는 피해자, 협력자, 방관자가 미세공격을 무장해제하거나 무력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직접적으로 제시한다.

책은 미세공격의 개념부터 작동 원리, 대응 방법까지 열 개의 주제를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미세공격을 입체적으로 통찰할 수 있게 구성했다. 또한 각 장을 관련 사례로 시작함으로써 독자들이 미세공격이 이루어지는 상황과 분위기,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까지 구체적으로 접하고 공감하게 만든다. 거기에 시사적인 사회·정치적 사건과 오늘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건을 예로 들어 현실에 기반한 이론서임을 증명한다. 무엇보다 개선과 예방을 위한 개입을 촉구하기 위하여 각 장의 마지막 절인 ‘향후의 과제’에 독자들이 우리 사회의 미세공격 빈도와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개입의 지침과 전략, 전술을 담았다. 뿐만 아니라 10장 전체를 할애하여 미세개입의 개념 틀과 구체적 전술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소외집단 구성원들을 겨냥한 미세공격에 관한 조사 데이터와 이론을 소개하고 개인, 조직, 사회 수준에서 미세공격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미세공격은 모든 소외집단을 겨냥하여 일어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주변화된 집단들은 사회의 바람직함과 사회의식의 가장자리에 존재한다. 사회는 그들을 부정적으로, 즉 바람직하지 않은 존재로 바라보거나 그들의 존재와 삶의 경험을 망각할 수 있다. 장애 유무, 계급(빈곤), 종교에 따라 규정되는 여러 집단은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체계의 가장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배제, 불평등, 사회적 불공정을 경험한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미세공격이 일어날 때, 거기에는 공격 대상이 소외되어 있다는 사실, 그들이 열등하고 바람직하지 않고 비정상이라는 그 사회의 암묵적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다. 미세공격을 저지르는 사람은 자신의 공격이 자신의 무의식 속에 쌓인 사회화된 가치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모른다. 그러므로 그것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는 공격인지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의 의미는 두 가지다. 첫째는 우리가 모르고 저질렀던 무례와 모욕과 경멸과 반감과 적대의 표현에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혹은 선의로 포장되어 이루어진 수많은 만행이 ‘미세공격’이라는 이름을 얻고 비로소 세상에 제 모습을 드러냈다. 공격이 됨으로써 공격을 하는 가해자와 공격을 당하는 피해자가 분명해졌고, 이로써 가해자는 사과와 반성을 하고 피해자는 아픔을 드러내고 호소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는 행동 지침을 마련해 준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공격 대상은 그러한 상황을 피하거나 당해도 어찌할 줄 몰랐다. 미세공격의 여러 유형을 제시하고 각 유형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이 무엇인지 이 책은 그 방법을 피해자의 손에 쥐여 준다. 자신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이 왜 가해인지 정확히 짚어주고, 사전 예방책과 사후 수습법을 가르쳐준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방관자에게는 미세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적극적 협력의 방안 또한 마련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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