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R&D 패러독스’ 근거 없고 실체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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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R&D 패러독스’ 근거 없고 실체 불분명하다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4.04.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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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I 과학기술정책포럼]
- 과기정책연, 「제457회 과학기술정책포럼」
- 코리아 R&D 패러독스라 할만한 연구개발성과 측면에서의 비효율이나 부진 발견되지 않아
- 연구성과 질적 수준 도약 위한 증거기반 관리 전략 필요

 

우리나라 연구개발투자와 관련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1, 2위 수준으로 R&D 투자를 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이른바 ‘코리아 R&D 패러독스’는 그 근거와 실체가 불분명한 것으로 판단되며 그 용어와 논의의 유효성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하 STEPI)은 지난 4월 24일(수), 나인트리 프리미어 로카우스 호텔 5층 하모니스홀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국가 R&D 회고와 전망”이란 주제로 「제457회 STEPI 과학기술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코리아 R&D 패러독스’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것에 대해, 다각적 측면으로 검토하고 나아가 국가 R&D 시스템의 효율화 방향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첫 발제를 하는 장필성 R&D혁신연구단장(STEPI)

□ ‘R&D 패러독스를 넘어 질적 도약으로’란 제목으로 발제를 한 장필성 R&D혁신연구단장(STEPI)은 지난 10여 년간 제기되어온 ‘코리아 R&D 패러독스’ 담론에 대해 "이 용어는 2013년에 언론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2021년 이후 기사 수가 크게 증가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R&D 활동에 대한 효과분석 연구 100여편을 분석한 결과, 생산성, 효율성, 경제적 효과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로 분석된 결과들이 대다수(약 75%)였으며 논문, 특허, 첨단산업 수출액, 지적재산권 수출액, 기술료 등 각종 성과지표들의 효율성을 개별적으로 따져봐도 주요국가와 비슷하거나 우수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민간 R&D와 비교한 정부 R&D의 효과성에 대해서도 기술료를 포함한 정부 R&D 성과들의 투입 대비 효율성이 점진적으로 향상 중이며, 파급효과 측면을 고려할 때, 정부 R&D의 지식 파급효과와 경제적 파급효과가 창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장 단장에 의하면, 경제적 성과를 보여주는 공공연구기관의 연구비 대비 기술료 수준은 미국과 독일을 제외하면 한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이 대부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나라 논문 생산은 주요국 효율성 수준과 비슷했으며, 특허 생산관점에서는 주요국 대비 가장 우수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 단장은 지난 20여 년간 R&D 투자액 대비 피인용 상위 10% 논문 수를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는 미국, 프랑스, 독일과 비슷한 수준의 투입 대비 논문 산출 효율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피인용 상위 1%인 우수 논문 비율은 미국, 중국, 영국, 독일 등 주요국에 비해 낮았지만, 생명·의료 분야와 전기·전자·컴퓨터 분야에서는 상위 1% 우수 논문의 한국 점유율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우수논문의 점유율 측면에서 다소 약점이 존재하지만 점유율 수준(상위 1%논문 점유율: 2002~2006년 0.8% → 2017~2018년 1.7%) 및 우수논문 생산 비율(상위 30% 논문 대비 상위 1% 논문의 상대비율: 2002~2006년 53% → 2017-2018년 77%)이 크게 향상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장 단장은 "한국은 공공 R&D가 민간 R&D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유형"이라며 "정부 R&D에 참여한 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미참여 기업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장 단장은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 할 수 없으면 개선 할 수 없다”는 경영학 용어를 인용하면서 국가과학기술혁신 수준의 질적 고도화를 위해, 국가연구개발사업을 포함한 국가과학기술혁신 체제 전반을 포괄하는 증거기반의 진단과 평가 환류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올바른 처방은 올바른 진단에서 시작될 수 있다"며 "R&D 투자 규모에 맞는 효과와 효율 증대를 위한 다양한 점검과 개선이 지속해 이뤄져야 하지만, 이는 부진한 지점과 영역에 대한 객관적 증거와 분석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과학기술혁신체제의 실증적 진단과 도출된 증거 기반 정책 방안들이 실효성 있게 환류되기 위한 정책 체계 마련 ▲연구개발 및 혁신활동, 혁신성과, 지식확산, 연구개발 파급효과 등 다각적 검토를 수행하기 위한 데이터 및 체계 구축 ▲연구개발투자의 경제적 성과에 대한 증거기반 접근 가능성 강화 ▲증거기반 실효적 정책 방안의 지속적 발굴 및 제언 등을 증거기반 관리 전략방향으로 제안했다.

 

                        두 번째 발제를 하는 김현철 혁신전략MD(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

□ 또다른 발제자로 나선 김현철 혁신전략MD(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는 ‘국가 R&D 시스템의 효율화 방향과 과제’란 주제로 국내외 R&D 혁신정책 동향 분석 및 진단을 통해 '우리나라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높은 위상을 차지할 정도로 발전했으나, 앞으로 이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전환점에 서 있다"고 강조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자국 중심의 산업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환경에서 우리나라도 R&D 체계 개편을 통한 효율화, 인력과 기술 유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 MD는 이를 위해 ▲산업기술혁신의 목표 전환 ▲세계시장 선점 핵심기술 전환 ▲글로벌 기술기업 중심 투자전환 ▲데이터 기반 정책을 위한 디지털 전환 산업기술 거버넌스 전환 등 중장기 Core-Agenda(5G-X)를 제안했다.

□ 오태석 교수(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이강우 본부장(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이인환 본부장(국가과학기술연구회), 조선학 국장(과학기술정보통신부), 최영진 본부장(한국연구재단), 홍성주 본부장(과학기술정책연구원)가 참여하여 연구개발투자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효율성 제고를 위한 성공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토론에서는 ‘코리아 R&D 패러독스’의 실체에 대한 논평과 함께 과학기술과 산업기술의 차이에 따른 정책의 일관성 문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대형 임무 중심 운영방안, 환경과 위상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R&D 정책 관점의 변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최영진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장은 "그동안 연구자들을 짓눌러 온 멍에같은 표현이었던 '코리아 R&D 패러독스'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발제는 연구자 입장에서는 감사한 말이지만, R&D 예산 확대에 따른 비효율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연구재단의 경우 크게 기초연구본부와 국책연구본부가 각각 연간 2조5천억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데, (개인 창의성 중심의) 기초연구와 (집단적 국가임무수행 중심의) 국책연구사업이 지원 취지나 관리 방식이 달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연구 수행 과정을 보면 차이가 거의 없다"면서 "국책 사업에 대한 실효성 있는 관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코리아 R&D 패러독스'라는 유령이 등장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최 본부장은 "국책연구본부 예산이 5년 사이에 무려 60%가 증가하고 사업 수는 무려 25배가 증가한 반면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재단 인력은 26%밖에 늘지 않았다. 직원 1명이 300억원이 넘는 예산을 관리하고, PM 한 명이 200개의 과제를 관리하면서 매년 40개 정도의 과제를 기획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각종 제도적 견제 장치를 과도하게 두어서 PM이 책임감을 가지고 유연한 사업 관리를 할 수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시스템연구본부장은 과학기술정책의 '복잡성' 관리를 앞으로의 정책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 혁신정책은 필요한 걸 빨리빨리 키워야 하는 '결핍모델'을 기반으로 했으나 지금은 선진국형 '비만모델' 또는 '건강관리 모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작년 R&D 예산 삭감 사태도 결핍 논리가 아니라 복잡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R&D 비효율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457회 과학기술정책포럼 참석자 단체사진

□ 양승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간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어왔으나, 지속적으로 R&D투자 대비 경제적 성과가 부족하다는 대내외 지적을 받고 있다”며 "'코리아 R&D 패러독스' 해결을 위한 올바른 처방은 올바른 진단에서 시작될 수 있는 만큼 R&D 투자의 성과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R&D 투자방안과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R&D 시스템의 전환 방향 마련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류광준 과학기술혁신본부장(과학기술정보통신부)은 축사를 통해 ”선도형 R&D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양적인 투자 확대도 중요하지만, R&D 제도와 시스템이 선도형 R&D에 맞게 거듭나야 한다“며 ”오늘 포럼에서 주시는 의견들을 경청하여 향후 과학기술 정책에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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