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강사를 초단시간근로자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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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강사를 초단시간근로자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9.06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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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과 정보라 작가가 31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강사 처우 개선과 관련 법제도 개정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 2003년부터 법원은 대학강사의 강의시간 외 노동을 인정하며 
일정 요건을 갖춘 대학강사에게 퇴직금 지급 판결을 내려왔고 
최근에는 주휴수당과 연차수당 지급 판결들도 나왔다 -


지난달 31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과 정보라 작가가 지난 4월 연세대에 퇴직금, 주휴·연차수당, 노동절 급여를 지급하라고 제기한 청구소송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이들은 재판에 앞서 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대학강사 퇴직금과 주휴·연차수당 지급 판결을 촉구한다”며 “교육부는 즉각 모든 대학강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토록 강제하면서 예산을 확보하라”고 밝혔다. 

한교조는 9월 6일 이 소송과 관련해 ‘대학강사의 퇴직금과 주휴•연차수당에 관한 그동안의 법원 판결 요지와 이번 재판에서의 주요 쟁점’을 5문 5답 형식으로 제공하는 추가 설명자료를 냈다.

이번 설명자료는 <소장>의 청구취지와 청구내용, 핵심 주장, 쟁점들에 대한 해설, 즉 대학강사가 초단시간근로자인지 아닌지, 퇴직금 지급 대상인지 아닌지, 관련 판결들은 어떤 게 있는지, 대학강사들은 학교의 지휘감독을 받는지 안 받는지, 강의노동시간은 어떻게 계산하는지. 주휴•연차수당은 무엇인지, 퇴직금과 주휴•연차수당 지급 기간과 금액은 어느 정도 산정하고 있는지 등 상세한 내용을 담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과 정보라 작가가 31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강사 처우 개선과 관련 법제도 개정을 촉구했다. ⓒ정보라 작가 제공

대학강사의 퇴직금과 주휴•연차수당에 관한 
그동안의 법원 판결 요지와 이번 재판에서의 주요 쟁점


1. 정보라 박사의 퇴직금 및 주휴연차수당 등에 관한 자료(사건번호: 2022가단229526  퇴직금 등)

1.1. <소장>의 청구 원인

원고(정보라)는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및 노어노문학 학사 졸업생으로서 박사학위(석사 예일대, 박사 인디애나주립대) 취득 후 2010년부터 모교인 연세대에서 강사생활을 시작하였고 지난 11년 동안 6번이나 우수강사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원고는 강의와 관련 없는 일을 강요당하는 등 불편함 또한 겪어 왔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 고등교육법 개정, 판데믹 등의 시기에 대학은, 교원이 된 강사를 제대로 대우하거나 다양한 강좌를 개설하거나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물질적 지원을 하기 보다는 강좌를 대폭 축소하여 강사인원을 절반 정도로 줄여버렸다. 학생 수는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강사가 맡은 학생 수는 배 정도 늘어나고,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수업뿐만 아니라 출결·과제·시험 등 학사행정업무도 상당히 늘어났음에도 대학은 그에 따른 보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연세대측은 자르지 않았으니 감사해하고 더욱 노력하라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였다. 이에 원고는 더 이상 연세대에서의 강사생활을 견딜 수 없어 2021년 2학기 수업을 끝으로 연세대에서의 강의활동을 접는다고 사직의사를 학교에 밝혔다.

하지만 이후 원고는 피고(연세대)로부터 퇴직금을 한 푼도 지급받지 못 하였다. 이에 2003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하급심 판례들을 검토하여 퇴직금뿐만 아니라 원고가 근로자로서 지급받을 수 있었던 미지급 연차휴가수당, 주휴수당, 노동절 유급휴일수당을 청구하는 본 소에 이르게 되었다. 퇴직금만이 아니라 이 모두를 합산하여 5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청구다.

1.2. <소장>의 청구 취지 내용

(1)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3.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2)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라는 판결을 구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퇴직금, 연차휴가수당, 주휴수당, 노동절 유급휴일수당으로 총 153,892,954원(=49,665,754 + 35,193,600 + 67,680,000 + 1,353,600) 및 이에 대하여 퇴직일(2022. 3. 1.) 이후 14일이 지난 2022. 3.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시간강사의 경우 연차휴가수당, 주휴수당, 노동절 유급휴일수당의 지급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고, 설령 그 지급여부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단시간근로자로서 통상의 근로자의 근로시간 비율에 따라 위 수당들을 산정하여야 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에 위 수당들에 대해 우선 5천만 원만을 일부 청구하고, 소송진행경과에 따라 추후 청구취지를 확장하도록 하겠다. 

원고는 전업 시간강사로서 생업인 근로자이다. 따라서 법정 퇴직금뿐만 아니라 일반근로자와 마찬가지로 근로자로서 당연히 지급받았어야 할 연차휴가수당, 주휴수당, 노동절 유급휴일수당을 모두 지급받을 수 있도록 귀원의 선처를 당부드린다.

1.3. 핵심 주장

퇴직금은 퇴직시에 발생하는 금품이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1항에 따르면 퇴직금은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으로 산정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원고의 퇴직금 청구 기간은 근로기간의 단절 없이 계속 강의한 기간이다. 이에 원고가 퇴직당시 초단시간 근로자가 아니어서 퇴직금 지급대상이라고 인정된다면, 피고는 원고들이 근로기간의 단절없이 계속하여 근무한 기간 전체에 대해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고, 임의로 계속근로기간의 일부를 인정하여 퇴직금을 산정하는 것은 위법하다. 

휴가·휴일과 관련하여서도, 원고의 11년(총22학기) 근무기간동안 1주 7시간 이상 강의한 기간은 총 14학기로 원고가 1주 7시간 이상 강의한 기간이 더 많다. 그렇다면 원고가 연세대에서 강의하는 동안 1주 7시간 이상의 근로관계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초단시간 근로자가 아니라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차휴가수당 등이 모두 지급되어야 한다. 

2003년 법원의 판결(서울지방법원 제6민사부 사 건 2002나55815 퇴직금)과 이후의 여러 판결(광주지방법원 2013가단36984 조선대 강사건, 대구지방법원 2017가단10642 대구대 강사건,  서울북부지방법원 2019가단135915 고려대 강사건)에서도 시간강사의 퇴직금이 인정된 이후 지금까지도 원고를 비롯하여 아직 승소하지 못한 시간강사들은 대학으로부터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 하였고, 소송을 통하여 법정 공방 끝에 겨우 퇴직금을 받고 있다. 한 학기마다 반복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시간강사인 원고가 퇴직금, 연차휴가 등의 권리를 주장했다면 더 이상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설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에 아예 스스로 사직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법률상 계약 종료 후 3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퇴직금 지급 기간은 조건에 따라 그 이전까지 가능하다. 20년이나 그 이상의 기간에 대한 퇴직금 지급 판결도 여럿 있다.

 원고가 소장에서 밝힌 바와 같이 최근 시간강사의 주휴수당, 연차수당 등을 인정하는 판결(서울북부지방법원 2019가단135915 고려대 강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합593188 국립 부산대,부경대강사들건)이 났고, 이로 인해 원고도 동일한 시간강사로서 주휴수당, 연차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본 건 청구에 이르게 되었다. 서울북부지방법원(2021. 12. 1. 선고 2019가단135915)의 판결에 대해 쌍방이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서울북부지방법원 2022나30066)에서 조정이 성립하여 종결되었다. 주휴수당, 연차수당 지급은 인정되었다.  위 판결은 시간강사에 대한 최초의 주휴수당, 연차수당 등을 인정한 판결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정보라 원고는 지난 판례들을 참고하여 이미 퇴직금과 함께 주휴수당·연차수당 등을 청구하였지만 좀 더 확장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강의 1시간에 준비노동과 평가노동이 1~2시간밖에 안 든다고 보는 판례들의 기준점이 너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학강사가 전임교원과 동일자격을 갖추고 같은 과목을 같은 학점을 부여하며 강의와 연구 그리고 때로는 학과와 학회노동도 하는데 전임교원에 비해 차별적으로 협소하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학강사를 차별하고 수탈해 온 대한민국 대학들과 이를 조장하거나 방조해 온 대한민국 정부, 지금도 거대 로펌들을 영입해 대학강사들에게 시간강사 시절의 퇴직금과 그동안 일해온 기간 동안의 주휴수당과 연차수당을 안 주려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대학강사를 비롯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 싶다.


2. 쟁점1 – 대학강사의 강의노동은 강의시간에만 국한되는 것인가? (1주일 한 대학에서 15시간의 강의를 하지 않으면 초단시간근로자라고?) 전혀 그렇지 않다.

강의에 부수하는 제반 업무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따라서 강의시간만 인정하여 초단시간근로자로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며 지난 20년간 법원의 판결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대학강사의 강의노동은 강의시간에 국한될 수 없으며 준비와 진행 및 평가 등 강의관련 시간이 포함되어야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법원도 2003년도부터 지금까지 강사법 이전의 시간강사의 강의노동에 대해 이렇게 판단하고 판결해 왔다. 대학강사는 퇴직금 지급대상에서 빠지는 초단시간근로자가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이걸 알면서도 대학들은 소송 당해서 졌을 때만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다. 감히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할 강사들이 거의 없을 거라고 보고 말이다.

대학교가 시간강사에게 강의를 배정할 때에는 강의뿐만 아니라 교재연구·자료제작 등 강의준비, 시험출제 및 평가 등 강의에 필수적으로 부수하는 제반 업무도 수행하는 것을 전제한다. 지금까지 대학교 시간강사 퇴직금 청구사건에서 법원은 ‘강의라는 근로는 그 업무의 성격상 필연적으로 강의를 준비하기 위한 연구와 자료 수집, 수강생의 평가 및 그와 관련한 학사행정업무의 처리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서 그 근로시간을 강의시간만으로 한정할 수 없는 점’을 긍정하면서 퇴직금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고 있다. 

최초의 판결은 2003년에 나왔다. 서울지방법원 제6 민사부 판결이고 ‘사건 2002나55815 퇴직금’이다(제1심 판결 서울지방법원 2002. 10. 23. 선고 2002가소70985 판결. 변론종결 2003. 10. 9. 판결선고 2003. 10. 30.) 대학강사의 강의노동이 강의시간만으로 한정되지 않으므로 초단시간근로자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결문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원고가 단시간 근로자여서 퇴직금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근로기준법상의 단시간 근로자라 함은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현저히 짧은 근로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를 의미하고, 이러한 단시간 근로자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의 일부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며(근로기준법 제25조 제3항), 같은 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은,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자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중 퇴직금 규정(제34조)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원고가 한성대학교에 각 출강한 시간은 1992. 9시간, 1993. 9시간, 1994. 15시간, 1995. 12시간, 19996. 12 시간, 1997. 12시간, 1998. 12시간, 1999. 1학기 9시간으로, 그 각 학기별 1주간 강의시간은 통상 6시간 내지 9시간 정도였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원고가 피고에게 제공한 근로가 ‘강의’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업무의 성격상 강의를 준비하기 위한 연구와 자료수집, 수강생의 평가 및 그와 관련한 학사행정업무의 처리 등에 상당 시간이 소요되리라는 점은 경험칙상 쉽게 예견할 수 있고, 갑 제1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실제로 원고를 비롯한 시간강사들은 1시간 강의를 위해 적어도 2시간 이상 강의 준비와 연구를 하고, 특히 수강생이 많은 교양과목을 담당할 경우 수강생의 답안지와 보고서를 평가하고 전산입력을 하는 데에 수일이 소요되는 사정을 엿볼 수 있는바, 이러한 점은 피고 이사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는 한성대학교 사학과 전임교수들의 강의시간, 즉 한성대학교 사학과 전임교수들의 경우 1992년부터 현재까지, 보직교수의 경우에 연간 책임 강의시수는 1년당 5내지 6시간이고, 학과장, 연구소장, 대학원 주임 등은 연간 13내지 16시간이며, 일반교수의 경우 연간 15내지 18시간인 사실, 그에 따라 보직교수를 제외한 일반 교수의 경우 원고의 재직기간인 1992년부터 1999년 1학기까지 통상 1년에 15내지 21시간을 강의하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고 할 것이다(전임교원들의 경우 강의 이외의 연구 업무나 학사행정업무도 모두 교원의 업무에 포함시켜 강의가 없는 때에도 보수를 지급하는데, 시간강사들의 근로가 대학 전임교원들이 제공하는 근로와 그 양적인 면에서는 다소 차이가 난다고 할 지라도, 그 질적인 면에서는 본질적으로 다르게 평가될 아무런 근거가 없으므로, 시간강사의 근로시간을 반드시 강의시간에 한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에게 제공한 근로시간은 강의 자체에 소요되는 시간 뿐만아니라 강의를 준비하고, 수강생의 성적평가 및 기타 강의와 관련된 학사행정업무에 소요되는 시간도 포함하여 평가되어야 할 것이고, 단순히 원고의 1주당 강의시간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고, 나아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강의 준비 등에 강의 시간의 2배 정도가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여 원고의 1주당 근로시간을 계산해 보면, 그 근로시간은 원고의 1주당 통상 강의시간의 3배(= 1주당 강의 자체에 소요되는 시간 + 강의 준비시간)인 18내지 27시간에 이르렀다고 보이므로, 원고는 단시간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더구나 원고의 경우에는 피고와 사이에 1년 단위로 대우전임강사, 대우조교수, 대우교수 등의 임용계약을 체결하여 그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비록 원고가 피고로부터 받은 근로의 보수는 강의시간을 기준으로 하여 산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지 보수를 지급하는 기준에 불과하고, 근로계약기간 자체는 피고와 체결한 임용계약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그와 같은 점에서도 원고의 근로시간을 단순히 원고의 강의시수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원고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서, 근로시간이 현저히 짧은 단시간 근로자라고 할 수 없고, 1년 단위의 재임용을 통해서 1992. 3월 초순부터 1999. 8. 31까지 7년 6개월에 걸쳐 근로의 단절됨이 없이 피고에게 계속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계속근로연수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서 지급하여야 한다.”

그 후에도 비슷한 판결들이 이어졌다. 의정부 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사건 2012나14426 퇴직금(원고 경민대 강사 2명. 피고 학교법인 경000)에 대하여 제1심 판결하였다(의정부지방법원 2012. 10. 5. 선고 2012가단8840 판결. 변론종결 2013. 3. 28. 판결선고 2013. 5. 16.). 그 핵심내용은 다음과 같다.

“살피건대,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지 여부는 그 산정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3도5169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에다가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들이 피고에게 제공한 근로가 강의라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 그 업무의 성격상 강의를 준비하기 위한 연구와 자료수집, 수강생의 평가 및 그와 관련한 학사행정업무의 처리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리라는 것은 쉽게 예견할 수 있는 점, 전임교원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강의 이외 업무 처리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한다고 보이는데 시간강사의 근로시간을 전임교원의 근로시간과 달리 산정해야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는 점, 학기 중 강의 배정시간만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며 수업준비시간, 성적산출을 위한 채점에 소요되는 시간 등은 근로시간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시간강사 임용계약서(갑 제3호증)’의 기재는 위와 같은 시간강사의 실질적인 노무 제공 실태와는 부합하지 않은 점, 원고 조OO의 마지막 학기 강의시간은 1주당 8시간이고, 원고 이OO의 마지막 학기 강의시간은 1주당 10시간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시간강사인 원고들의 근로시간을 반드시 담당 강의시간에 한정할 수 없고 위 마지막 학기 강의시간에다가 위와 같은 제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합산하여 산정할 경우 원고들은 그 산정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특히 2010년 대학강사에 대한 차별과 대학사회의 비리를 고발하며 자결한 조선대 故 서모 선생님의 유족들이 진행한 퇴직금 지급 판결문(2014년 선고)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당사자가 사망한 이후라도 그 전에 일한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다. 2017년의 대구대 박모 선생님의 퇴직금 지급 판결에도 앞의 판결 취지와 같은 내용이 반복된다. 2021년 창원지방법원 김해시법원에서도 인제대 이 모 선생님의 퇴직금 지급 판결을 하였다(2021.5.20.판결선고). 

즉, 대학강사의 강의노동은 강의시간에만 국한될 수 없으며 이 때문에 당연히 대학강사는 퇴직금 지급대상에서 빠지는 초단시간근로자가 아니다. 


3. 쟁점2 - 대학강사의 노동은 대학의 지휘감독 없이 이루어지는 것인가? (1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시간근로자가 아니더라도 주휴, 연차수당을 받으려면 대학의 지휘감독이 있는 노동시간이라야 하는데 대학강사들은 대학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다고?) 학점을 부여하는 정규교과목을 대학의 지휘감독 없이 성적까지 처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대학강사가 대학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으며 강의를 할 수는 없다. 강의계획서 준비와 입력부터 출결관리, 학생과의 피드백, 수업장소, 평가방식, 채점과 입력 등 세밀한 부분까지 모두 대학의 지휘감독을 받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방식의 범위 내에서 강의노동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게 안내받고 출석부에도 적혀 있으며 학교별로 수업관리지침 같은 것도 있다. 연세대도 시간강사에게 강의와 수업 및 출석 관리, 성적평가 및 제출 등을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강의 업무뿐만 아니라 수업계획서·시험출제·성적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대학강사가 학교 안에서 많은 시간을 머물지 못하는 건 대학이 안정된 공간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은 전임교원들에게는 1인당 1실의 연구실을 주지만 대학강사들에게는 수십 명 당 1개의 휴게실 겸 강의준비실 정도만 제공할 뿐이다. 이 때문에 대학강사들은 주로 집이나 자동차 또는 다른 공간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학교 벤치나 대학원생실 또는 강의실 복도에서 수업준비를 하거나 학생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제대로 공간을 제공하여 차별을 바로잡아도 시원찮을텐데 이런 차별을 해 놓고 오히려 대학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다고 발뺌하는 건 대학답지 못하다. 
또한 대학의 강의료, 특히 연세대의 강의료도 저임금이라 강사들은 한 대학에서의 강의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 기회가 되면 다른 대학에도 강의를 하러 가야하므로 한 대학에 매일 출근해서 머물 수가 없다. 다른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강사들도 많다. 이는 대학강사제도 자체가 갖고 있는 특징이자 결함이다.

대학강사는 초단시간근로자가 아니고 대학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수업준비, 강의계획서입력, 정해진 장소에서 수업 진행, 학교 지침에 따른 평가, 성적입력 등 수많은 일을 수행하므로 당연히 주휴•연차수당 지급의 대상이 된다. 대학강사에게 주휴•연차수당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도 최근 이어지고 있다. 2021년 고려대 강사에 대해, 2022년 부경대와 부산대 강사들에 대해 주휴•연차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이 나왔다. 고려대 강사건은 2심에서 조정종결(1심처럼 주휴•연차수당 지급)되었고 부경대와 부산대 강사들건은 2심에 들어갈 예정이다. 물론 결론은 같게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정보라 박사는 앞의 대학강사들과 같은 노동을 수행하였다. 연세대의 전임교원과 같이 박사의 자격을 갖추고 학점을 부여하는 동일노동을 수행하였다. 지난 11년간 학교로부터 6번이나 우수강사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동일임금 적용을 대학의 차별에 의해 받지 못했다. 동일임금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임교원 연봉의 절반, 아니 1/3도 받을 수 없었다. 연세대의 강의료는 국립대에 비해 60%도 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거의 동결수준이다.  이는 차별이고 정의롭지 못하다. 공정하지도 공평하지도 않다. 


4. 쟁점3 - 강사법 시행 전과 시행 후 대학강사의 강의노동은 다른가(2019년 8월1일부터 시행된 강사법 적용 기간만 퇴직금을 지급하겠다고?) 그리고 강의 외의 일을 하면 강의노동시간이 얼마 안 드는가?

대학강사들은 1940년대에 교육법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법적으로 교원이었다. 이후 군사정권에 의해 교원 법적지위를 박탈당했다가 지난 2019년 8월1일자로 강사법 시행에 의해 교원지위를 회복하였다. 강사법 시행 전에도 대학강사들의 대학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강의준비-대면 또는 비대면 강의-평가로 이루어진 강의노동을 수행하였고 강의노동을 강의시간에만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는 법원의 판례들이 2003년부터 쏟아져 나왔다. 강사법 시행이전에도 시간강사의 근로시간은 강의시간의 2~3배로 인정하는 판례들이 쌓여 있다. 강사법은 일정 요건을 갖춘 강사에게 퇴직금 지급 의무를 대학에 부여한 것이지 이전의 시간강사들의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내용이 전혀 아니다. 따라서 강사법과 관계없이 대학에서 정규교과목을 담당한 시간강사들은 2003년부터의 판례에 따라 퇴직금과 주휴수당 및 연차수당 등을 받을 수 있다. 강사법 이후에 국한되는 퇴직금만 지급하겠다는 것은 강사법을 오독하고 오용하는 것이다. 만일 강사법이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면 위헌적인 법률이 될 것이다.

유명한 작가가 강의 외의 다른 일을 하면 강의관련노동시간을 많이 투여하기 어려울 거라는 주장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첫째, 정보라 박사는 지난 11년 동안 무려 6번이나 우수강사로 선정되었다. 남들보다 강의노동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는 방증이다.
둘째, 정보라 박사가 유명해진건 이번 소송에 해당하는 기간이 아니라 그 이후인 2022년부터이다. 그 이전에는 주말이나 휴일 그리고 방학 등 짬이 날 때 작품활동을 하였다.
셋째, 정보라 박사의 수업자료와 노동시간 산정 계산을 보면 물리적으로 엄청난 양의 강의노동시간을 투입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객관적인 사실이 있음에도 마치 유명인이 잠시 강의실을 방문하고 떠나는 것처럼 강의노동시간이 짧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 호도이자 물타기에 불과하다.

정보라 강사는 강의 외에도 작품 집필, 번역, 논문 작성 및 게재, 학회 활동 등 다양한 일을 활발하게 열심히 하였다. 정보라 강사는 연세대에서 방학 중에 계절학기 강의를 전혀 하지 않았고 학기 중의 강의료만 지급받았기 때문에 생활을 위해 다른 학교 강의를 하고, 글을 쓰고 번역하는 등의 작업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사는 대학강사들은 도처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인문학 계열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입시 학원에서 강의하는 사람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양한 활동은 자유로움 추구와 자기계발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와 학문적 특성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먹고 살면서 대학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사 상당수는 투잡, 쓰리잡을 뛰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죽하면 맥도날드잡이 대학강사라는 직업보다 해 주는 게 더 많다는 얘기가 담긴 『나는 지방대학 시간강사다』(김민섭 저)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겠는가. 

대학강사들은 초장시간 저임금노동에 직면해 있는 존재들이지 강의노동시간이 짧은 사람들이 아니다. 방송통신대 특강이 겹치거나 학회활동이 겹치거나 마감이 임박하거나 학기말 등 바쁠 때는 주말 없이 1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활동이 불가능한 게 아니다. 그걸 하지 않으면 생계가 곤란하거나 대학 강단에 계속 서기 어렵기 때문에 건강을 헤쳐가면서 ‘과로노동’에 시달리는 존재들이 대학강사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강의료를 적게 줘야 한다거나 강의 관련 노동시간이 짧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의와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대학강사들은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다방면에서 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게 대한민국이 애써 외면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5. 정보라 박사의 강의노동시간 산정(1시간 강의를 위해 4배에서 10배쯤의 강의준비노동, 평가노동이 필요하다)

정보라 박사는 수업준비와 관련하여, 원고는 PPT를 만들어 수업을 진행하였다. 러시아어 과목의 경우 단어의 뜻을 사진과 함께 슬라이드에 넣고, 문법 설명을 정리해서 넣고, 교재 페이지에 맞추어 연습문제 해설, 정답을 넣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특히 토론식 수업의 경우에는 학생들의 강사의 준비가 더욱 철저해야만 하기에 PPT 등의 수업자료 준비에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원고는 연세대에서 강의한 11년 동안 총 6년에 걸쳐 우수강사로 선정되어 총장상을 수상하였다. 원고가 상당한 기간 동안 우수강사로 선정되었던 것은 그만큼 강의준비를 성실하게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강의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음은 합리적으로 추론 가능하다.

강사라면 강의준비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미리 찍어둔 같은 영상을 그냥 틀어주는 것이 아닌 이상 동일한 강의는 없다. 또한 강의대상자인 학생에 따라 강의내용과 준비·평가 등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1시간 강의를 위해 최소 몇 시간의 관련 노동이 필요함은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또한 대학교는 강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에 기초해 성적으로 산출한다. 대학평가지표에도 관련 내용이 있고 대학들은 성적이의신청 과정까지 두고 있다. 동일한 교과목이라 하더라도 당시 사회적 상황, 수강생 규모, 수강생 구성 등에 따라 수업내용은 달라져야 한다. 수강생 규모, 장애인 학생 포함 여부, 외국인학생 포함 여부 등은 노동시간 확대에 영향을 준다. 초고속정보사회에서 동일한 시험문제 출제는 어렵다. 출석관리, 과제 채점, 시험채점에도 별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시험문제를 어떻게 내고 평가하느냐, 과제물에 대한 피드백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소요 시간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강의업무는 정신적 노동이 주된 것이고, 이는 무형적인 것이어서 근로시간을 정확히 계산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개인의 능력에 따라 같은 강의라도 강의준비 등 관련 업무에 할애하는 시간이 다를 수밖에 없다. 신규 강의자 뿐만아니라 신규 개발된 교과목의 경우 그 시간이 더욱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시간강사의 퇴직금 소송을 했던 재판부는 시간강사의 근로시간에 강의 시간 이외의 강의준비시간 등 관련 시간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근로시간 산정과 관련하여서 정확한 기준까지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시간강사의 퇴직금 소송에서는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청구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확한 근로시간을 반드시 산정하여야 필요성이 없었고 1주 15시간 이상인지 여부만 판단하는 것으로 족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구체적이고 객관적이며 사실에 부합하는 기준 마련이 필요해졌다.

정보라 박사가 연세대에서 주로 강의하였던 러시아어1(3학점), 러시아 문학(3학점), 러시아문화체험(3학점) 강의를 기준으로 강의와 관련하여 소요된 시간을 산정하여 보면 아래와 같다. 

러시아어1(3학점) 강의의 경우, 1주 2회 각 100분 수업을 하였으므로 한 학기에 강의한 시간만 계산하면 총 49.5시간이다. 강의시간 이외에도 매주 수업 내용과 관련된 러시아 주요 시사문제 정리를 위해 인터넷·신문 검색, 수업교재연구, PPT 수업자료제작, 과제 점검 등의 수업준비와 관련하여 한 학기에 총 150시간 정도가 들었다. 또한 중간고사·기말고사 출제, 감독, 채점, 성적입력 등을 위해 한 학기 동안 총 31시간이 필요했다. 이처럼 강의시간과 수업준비 시간, 시험출제 등의 시간을 모두 산정하면 한 학기 강의노동시간은 총 230.5시간 정도였다. 

러시아 문학(3학점) 강의의 경우, 1주 2회 각 50분 수업을 하였으므로 한 학기에 강의한 시간만 계산하면 총 37.5시간이다. 강의시간 이외에도 매주 수업 내용과 관련된 러시아 주요 시사문제 정리를 위해 인터넷·신문 검색, 수업교재연구, PPT 수업자료제작, 조별 발표 자료 점검 등의 수업준비와 관련하여 한 학기에 총 210시간 정도가 들었다. 또한 중간고사·기말고사 출제, 감독, 채점, 성적입력 등을 위해 한 학기 동안 총 51시간이 필요했다. 이에 강의시간과 수업준비 시간, 시험출제 등의 시간을 모두 산정하면 한 학기 강의노동시간은 총 298.5시간 정도였다. 

러시아문화체험(3학점) 강의의 경우, 1주 2회 각 50분 수업을 하였으므로 한 학기에 강의한 시간만 계산하면 총 37.5시간이다. 강의시간 이외에도 매주 수업 내용과 관련된 러시아 주요 시사문제 정리를 위해 인터넷·신문 검색, 수업교재연구, PPT 수업자료제작, 조별 발표 자료 점검 등의 수업준비와 관련하여 한 학기에 총 172.5시간 정도가 들었다. 또한 중간고사·기말고사 출제, 감독, 채점, 성적입력 등을 위해 한 학기 동안 총 51시간이 필요했다. 이러한 강의시간과 수업준비 시간, 시험출제 등의 시간을 모두 더하면 한 학기 강의노동시간은 총 261시간 정도였다. 

이처럼 정보라 박사가 3학점짜리 한 과목을 강의한 시간은 1학기에 32.5시간 내지 49.5시간에 불과하나 실제로 위 한 과목을 강의하기 위하여 투자한 총 강의노동시간은 강의시간을 포함하여 230.5시간 - 298.5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따라서 전임교원처럼 1주당 9시간을 강의한다고 가정했을 때 정보라 강사의 1년 강의노동시간은 약 1,200시간으로 추산된다(1강좌 200시간×3강좌×2개 학기). 1주당 평균 강의노동시간은 40시간이다(1강좌 200시간÷한 학기 15주). 이처럼 보라 강사의 근로시간은 1주 15시간 이상이 됨이 분명하고 1주 40시간 노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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