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학술연구지원의 현황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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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학술연구지원의 현황과 과제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9.2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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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네트워크 교육현안보고서]_ 정책분석 편

AI 시대의 도래, 코로나19로 야기된 문명전환의 시대는 우리에게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그리고 진정한 인간이란 무엇인지 묻고 있다. 미래는 성장 중심사회에서 강조되어온 과학입국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가 많으며 이의 해결을 위해 인문사회분야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는 지난주 <인문사회 학술연구지원의 현황과 과제>라는 제목의 교육현안보고서 2021년 6호를 발간했다(작성자: 이강재 서울대 교수·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 본부장).

             이강재 서울대 교수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과학기술분야와 인문사회분야의 국가 연구비 차이나 조직과 제도의 뒷받침은 모두 과학기술 중심으로 가 있어서 양자 사이에는 심각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국가 R&D 100조 원 시대를 말하지만, 민간의 투자는 대부분 응용과 개발 등의 현실적인 문제에 치중하고 있으며, 정부 예산조차도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여 순수 인문사회 연구비는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또한 학령인구의 감소와 고등교육 기관의 위기는 인문사회 학술기반의 붕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학문후속세대에 대한 지원을 비롯하여 인문사회분야 학술생태계를 건전하게 만들기 위한 학술연구지원의 올바른 방향이 조속히 논의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보고서는 정책제언으로 첫째, 중장기적인 학술정책을 위한 정책연구기관 설립. 둘째, 기초학문 학술지원의 중점 이동. 셋째, 기초연구 중심의 대학 내 연구소에 대한 지원의 확대. 넷째, 인문사회분야 학술단체를 대표할 민간기구 설립 및 지원. 다섯째, 예산배분 원칙 등 기초학문 연구의 안정적 기반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 여섯째, 융합연구에 대한 지원 확대. 일곱째,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지원사업을 비롯한 학문후속세대에 대한 안정적 지원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 현안

▶ 코로나19로 야기된 문명의 위기와 인문사회분야의 역할

• 2019년 말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보건의료 문제로 시작하였지만 인간과 사회의 큰 변화를 야기함. 즉, 문명전환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 코로나19 시대는 세계 각국의 여실한 모습을 드러냈으며, 그동안의 신자유주의 및 개발과 성장위주의 국가가 갖는 한계를 보여줌
• 우리에게 재난 사회, 언택트 사회, 수축 사회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음. 또한 AI 시대의 도래는 진정한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묻고 있음.
• 문명전환시대는 인간이 과거처럼 단순히 경제적 성장과 과학기술만으로는 미래를 영위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음. 이제 전통적으로 강조된 성장이 아닌 성숙한 삶을 요구하고 있으며, 성숙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음.
• 여전한 과학만능주의는 또 다른 성장 중심주의로의 길을 가면서 인간성을 돌아보지 못할 위험성이 큼.
• 미래는 성장 중심사회에서 강조되어온 과학입국의 시대를 넘어 인문사회 학술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할 때이며, 과학과 인문사회 학술이 융합하여 학술로서 나라를 다스리는 학술경국(學術經國)의 시대를 열어야 함.

▶ 지난 1년간 인문사회 분야는 많은 일이 있었음. 

• 국회에 “인문사회분야의 안정적인 연구교육 기반 조성을 위한 청원서”를 제출했고 그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수의 인문사회분야 연구자의 서명을 받아낸 일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 주도의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일어난 인문사회분야 연구자의 집단적인 반발
• 인문사회분야 연구자의 오랜 숙원이었던 학술기본법에 대한 논의와 기초학술기본법의 발의
• 인문사회분야를 총망라하여 학계를 대표하는 민간기구인 인문사회총연합회의 출범
• 최근의 이런 과정은 인문사회분야가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할 자리를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음
• 코로나를 넘어 진정한 선도국가, 성숙한 한국을 만드는 길에 인문사회 학술의 역할이 있으며, 이를 위한 인문사회분야 학술지원은 더 강조되어야 하며, 올바른 학술지원을 위한 다양한 문제해결에 노력해야할 것임.

■ 문제 진단

▶ 심화되어만 가는 기울어진 운동장

• 과학기술분야와 인문사회분야의 국가 연구비 차이나 제도적 논의에서 거의 모든 것이 과학기술 중심으로 가 있음.
• 인문사회분야의 학문성 특성과 다양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현재의 제도와 정책은 장기적인 국가발전에 인문사회분야가 해야 할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음.
• 2021년 1월 1일자로 시행된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은 인문사회분야를 소외시킨 채 진행한 것이며, 이로 인하여 인문사회 학술연구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임.

▶ 정체된 예산과 열악한 연구 환경

• 인문사회분야를 포함한 기초학문에는 민간의 지원이 거의 없으므로 정부의 예산을 통한 지원이 절실함. 그럼에도 최근 5년간 국가 전체의 R&D 예산은 연평균 8.9% 증가했으나 인문사회분야 순수 연구비는 1.3% 증가한 데에 그쳤고 이에 따라 국가 전체의 R&D 예산 중 인문사회분야 순수 연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함.
• 예산의 부족은 학술연구 지원사업에 있어서 선정률이 매우 낮은 결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사업 참여 자체를 포기하는 연구자가 많아지고 있어서 학술연구의 활성화에 어려움이 되고 있음. 또한 낮은 선정률은 선정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에 어려운 구조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국가적인 경쟁력에도 장애가 될 것임.
• 학술연구 지원사업에서 학문간 균형발전과 연구비 수혜자의 지역균형을 이루고 여성연구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 등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사업의 재편성과 연구비의 증액을 통해 일정 비율 이상의 선정율이 가능하도록 예산 배분이 이루어져야함.

▶ 고등교육기관의 위기와 학술생태계의 위기

• 학령인구의 감소와 고등교육기관의 위기에 따라 대학 전임교원의 수가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인문사회분야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남. 이에 학문후속세대의 진로가 불투명하며 인문사회 학술생태계가 붕괴될 위험에 처해있음.
• 2020년부터 학문후속세대를 지원하기 위하여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지원사업을 시작하였으나 매우 높은 관심과 지원자에 비하여 여전히 낮은 선정률이라는 한계가 있음. 학문후속세대의 지속적 양성을 위한 투자를 통해 학술생태계를 건강하게 회복함은 물론 인문사회분야가 국가와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함.
• 국가 전체의 R&D 비용은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지만, 대학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연구비 매우 열악한 형편임. 이는 대학 내 연구소에 소속된 연구원과 학술행사 등에서 확인됨. 대학의 연구소는 상당 부분 기초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대학연구소의 열악함은 그대로 인문사회분야와 기초과학분야를 포괄하는 기초학문의 어려운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
• 인문사회분야 학술정책을 추진할 주체가 부재한 가운데, 학술연구의 안정적 기반도 어렵고 학문후속세대 역시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임. 이를 제도와 조직, 예산으로 뒷받침해주고 이를 통해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이끌어갈 힘을 길러야할 것임.


■ 정책 제언

▶ 학술정책 연구기관 설립

• 과학기술분야의 경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의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두 기관이 있어서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학술정책을 수행하고 있음. 또 과기부 산하에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두어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관한 제도와 정책을 추진함. 인문사회분야는 학술정책을 수행하는 연구기관이 전혀 없으며, 그동안 인문사회분야 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학술정책기관을 제안한 바 있음.
• 인문사회분야와 기초과학분야를 포함한 학술정책을 연구할 “(기초)학술진흥원”(가칭)을 설립하여 장기적인 학술정책을 수행하도록 함. 새로운 학술정책 연구기관을 통하여 정립하고자 하는 학술정책의 방향을 나타내면 다음과 같음.

▶ 학술지원 담당부서의 중심 이동

• 현재 주요 R&D 예산 및 정책과 과기부의 혁신본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이곳은 주로 응용과 개발 부분에 집중하며 기초학문에 대한 학술지원에는 한계가 있음. 단기적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전망과 교육을 통해 학교 내외에 확산해야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학술지원의 중심이 교육부 중심으로 전환되어야할 필요성이 있음.
• 향후 국가교육위원회가 발족할 경우 교육부는 고등교육을 더욱 중점적으로 담당하며 기초학문의 학술지원에 대해 더욱 중시할 필요가 있음. 다만 현재의 교육부 학술진흥과가 이를 주도적으로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학술진흥과를 기초학술지원국으로 격상시켜 학술정책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함.
• 국가교육위원회에 몇 가지 전문위원회를 둘 경우, 고등교육전문위원회와는 별도로 학술연구전문위원회를 둘 필요가 있음. 고등교육과 동등하거나 서로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학술연구를 바라보아야함. 따라서 국가교육위원회에 학술연구전문위원회를 통해 인문사회분야와 기초과학분야를 아우르되 교육과 연구가 서로 보완적으로 작용하도록 해야 할 것임.
• 교육부보다 상위 기구인 총리실 산하에 국가인문사회학술자문회의를 두는 것에 대해서도 좋은 방안임. 현재처럼 교육부의 특정 부서에 학술을 담당하게 할 경우 예산편성과정부터 해당 부처의 전체 입장이 반영되어 인문사회 학술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총리실 산하에 두고 특정 부처의 이해관계를 벗어나서 국가 전체를 우선 고려한 학술정책과 예산수립이 필요함.

▶ 대학연구비 지원 확대

• 기초과학과 인문사회의 기초학문은 단기적인 성과 위주의 연구가 아니라 장기적인 기초를 탄탄하게 하는 연구가 중요한데, 이는 국책연구기관이나 기업이 아닌 대학에 근거한 연구를 중시할 필요가 있음. 따라서 기초학문의 발전을 위해서 내학 내 연구기반을 확대하고 이를 위한 대학 내 연구비를 대폭 증액하여 대학 내의 연구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음.
•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의 한 형태로 (가칭)“대학원 혁신지원 사업” 신설하여 대학 내 연구소를 지원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것임. 즉, 대학(원)재정지원사업을 기초학문(기초과학 포함)의 실질적인 기반구축, 연구지원으로 운영하자는 것임. 혹은 대학 내의 연구진흥기금를 마련하여 기초학문 육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음. 

▶ 인문사회 학술단체 대표기구 설립 및 지원

• 학자, 학계를 중심으로 학문정책을 논의하는 것은 학문의 자율성 확보 차원에서 중요함. 인문사회분야의 학술단체의 대표기구가 설립되어야할 필요가 있음. 이 단체가 제 역할을 하게 된다면 현재 한국연구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학술단체 지원사업(학술지 발간 지원, 학술대회 지원 등)을 직접 학계의 연구자들이 수행하도록 지원할 수 있을 것임. 
• 최근 인문사회총연합회의 설립은 학계의 자율성을 높여주어 궁극적으로 학문의 발전과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됨. 교육부나 한국연구재단은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활동에 제약이 많으며 인문사회분야 학계의 의견을 정책에 제대로 반영하기에 한계가 있음. 따라서 민간조직이 출범하여 국가기관에서 할 수 없는 영역을 맡아준다면 이는 인문사회분야 학술발전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됨.
• 인문사회총연합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할 것임. 교육부에서 이 조직이 우리 학계에 제대로 자리 잡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함. 이 조직의 발전은 인문사회 연구자와 교육부의 공통 관심사를 해결하도록 도와줄 것이며, 궁극적으로 인문사회분야 학술연구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임.

▶ 기초 학문 연구의 안정적인 기반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

• 국가 R&D 예산의 일정 비율을 기초 학문에 배정하는 원칙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음. 이는 2020년 국회청원에 들어있는 내용이며, 최근 발의된 기초학술기본법에도 포함되어 있음. 
•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생각하여 정부 R&D 예산 중 절반을 기초학문에 대해 투자하되 이 중 다시 10%는 인문사회분야의 순수학술지원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임. 이는 정부 R&D 예산의 5%에 해당됨. 이 순수학술지원 예산에는 대학연구소에 대한 장기 지원사업도 포함됨. 
• 인문사회분야 학계는 오랫동안 인문사회분야 순수학술예산에 정부 R&D 예산 중 2.5% 배정원칙을 주장한 바 있고,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인문사회분야 배정 원칙을 강조한 바 있음. 대형 국책사업의 5% 이상을 ELSI(Ethical, Legal and Social Implications)에 투자할 것을 주장하였음. 위 주장을 종합하면 정부 R&D 예산 중 5%를 인문사회분야 학술지원에 투자하는 원칙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임.

▶ 융합연구 지원의 확대

•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영역의 융합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 AI는 인문학과의 융합을 통해 인간을 위한 인공지능의 시대를 열 수 있으며, 탄소중립의 시대는 사회과학과의 적극적인 융합이 필요함. ESG(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 즉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 구조의 건전성 등의 실현은 인문사회분야와의 연대를 통해서만 가능함.
• 융합화의 방향은 첫째, 인문사회 분야의 콘텐츠를 비롯한 많은 요소가 산업화 가능한 것을 찾아내는 것이며, 둘째, ELSI 원칙의 실현이나 ESG에 대한 연구임. 향후 모든 과학기술분야에서 이 두 가지가 포함된 기술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 될 것이으므로, 전체 기술개발 영역에 대하여 ELSI나 ESG가 실현될 수 있는 방안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과제를 정하는 것임. 
• 인문사회분야와 과학기술분야의 융합연구지원은 과기부나 교육부 사업 모두에서 가능한 일임. 이런 과정을 거쳐 장기적으로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이 융합하여 이루어낼 수 있는 현실적 결과를 찾아낼 수 있음

▶ 학문후속세대에 대한 안정적 지원

• 학령인구의 감사, 고등교육기관의 위기 등은 대학전임교원의 수가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나며 학문후속세대가 안정적인 연구자로서 살아갈 대학교원으로서의 길이 어려워지고 있음. 국가의 미래 발전의 동력이 될 우수한 연구자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는 일임. 
• 학술지원사업에서 학문후속세대를 위한 고려가 더 강조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2020년 시작된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지원사업의 안정적 운영이 중요함. 인문사회분야에서 평생을 독립연구자로서의 길을 가려는 연구자가 늘어나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규모와 지원 연수의 확대가 필요함.
• 향후 인문사회분야에 대한 안정적인 학술지원예산을 확보하고 또 증액되는 예산을 학문후속세대에 대한 지원에 중점을 두어야할 것임. 인문사회분야 학술연구지원의 상황이 무척 어렵기는 하지만,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지원사업을 비롯한 학문후속세대를 위한 사업은 규모를 더욱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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