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발전에 대한 기회, 우려, 그리고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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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발전에 대한 기회, 우려, 그리고 숙제
  • 김종성 서울대학교·해양학
  • 승인 2021.09.1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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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제 지구온난화가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탄소포비아” 시대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기후 위기가 더 심각하기 때문인 것도 같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9위, 온난화 속도 세계 평균의 2배, 그리고 기후변화 실행지수 최하위권이란 창피한 성적표가 작금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전 세계의 공동목표가 돼 버린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친환경 에너지로의 대전환이 필수적이다. 

지난해 정부는 저탄소 경제 전환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보급계획을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향후 10년간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설비 보급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고 한다. 해상풍력은 작년 말 기준 설치량인 0.14 GW 대비 거의 100배에 달하는 12 GW 규모로 확장될 예정이다. 특히, 전남 신안에 총 48조 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8.2 GW 규모의 세계 최대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세운다는 계획이 눈길을 끈다. 이 계획대로라면 서울시 면적의 4배에 달하는 규모로 전국의 바다에 해상풍력기가 설치되는 것이다. 해상풍력이 세계적 추세라는 점, 그리고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의 한 축이란 점에 이견은 없다. 다만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 개발로 예상되는 사회적 갈등비용이 막대할 것이란 점에서 우려가 크다.

가장 염려스러운 점은 해상풍력 단지 개발에 따른 어장축소 문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상풍력 적지의 대부분은 어업활동이 매우 활발한 지역이다. 따라서 조업구역 상실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고, 이는 곧 어업인의 생계 및 국민의 먹거리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커질 것임은 자명하다. 따라서 해상풍력의 추진과 정착에 있어 사회적 갈등을 줄여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 사업자, 어업인, 그리고 일반 국민과의 충분한 소통과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일반 국민의 해양 개발사업에 대한 신뢰 회복과 지지는 해상풍력 발전의 성공적 정착을 견인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해상풍력 개발사업의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첫 번째 단계인 “해역이용 협의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 해상풍력 건설에 따라 예상되는 환경 피해를 사전에 평가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해역이용 협의가 필수적이다. 해역이용 협의 절차에 따라 해상풍력이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평가하고 예상되는 생태계 피해를 저감하는 방안도 명확히 제시되어야 사업이 승인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다. 현재의 평가항목이 “해상풍력”에 특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해상풍력 개발은 비교적 최근에 시작되었기에 기존 해역이용 영향평가 체계에서 고려하지 못한 다른 압력 요인이 대두된 것이다. 예를 들면, 수중소음과 전자파, 그리고 구조물에 의한 피해 등은 현재의 해역이용 영향 평가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던 항목이다. 아울러 해상풍력에 의한 생태계 및 사회경제적 영향 평가에 있어 해양포유류, 바닷새, 그리고 경관에 대한 영향은 거의 다루지 않아 왔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해상풍력 사업의 단계에 따른 영향을 구분해서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해상풍력 단지의 건설, 운영, 해체 단계에서 발생하는 압력 요인과 생태계 영향이 각기 다른데, 이를 구분하여 평가하지는 않고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 해역은 서로 다른 독특한 해양환경 특성을 가지는데 현재 해상풍력 단지의 입지 선정은 해역별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전반적으로 해상풍력에 특화된 해역이용 영향 평가항목의 보완과 새로운 기준 제시가 시급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해양수산부는 “과학기술기반 해역이용 영향평가 기술개발” 사업에 착수하였다. 본 사업을 통해 해양생태계 중심의 해역이용 영향평가 체계가 정비되고, 미흡한 부분에 대한 지침과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예정이다. 해양환경 영향평가 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회복하고, 사회적 갈등비용도 절감하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해역이용영향평가 방안이 도출되기를 바란다. 

현재 우리나라 해상풍력 산업은 과학, 기술, 정책 등 모든 면에 있어 세계 풍력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영국, 덴마크, 미국 등에 비하면 초보적인 수준이다.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성공적 정착이 전 지구적 탄소배출 제로 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종성 서울대학교·해양학

서울대 해양학과를 나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캐나다 사스캐처원주립대 연구원, 고려대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 갯벌연구센터장을 역임했고, 현재 독도·울릉도해역연구센터장과 해역이용영향평가연구단장직을 수행하며 우리 바다와 생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해양과학 국제학술지(SCI)에 200여 편의 논문을 게재해 우리나라 해양학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공헌했다. 2020년 Elsevier에서 발간하는 30여 개 해양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의 첫 한국인 총괄편집장이 됐고, 2021년 환경모니터링 분야 세계 상위 0.01% World Expert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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