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과 경제위기의 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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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과 경제위기의 함수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0.04.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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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고등교육]

고등교육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고등교육이 경제 흐름과 정반대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즉, 경기가 침체되면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더 많아진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을 강화하려고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새로운 경기후퇴를 촉발하고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한 현재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2008년 위기와 현재 위기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경제위기 이후인 2010년 기준 미국 대학에 등록한 학생 수는 경제위기 직전인 2007년 1560만 명에서 거의 250만 명이 증가해 1810만 명으로 늘어났다. 내셔널 스튜던트 클리어링하우스 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증가치의 대부분은 고등학교 졸업생이 아닌 나이가 든 ‘어른 학생들’이 차지했다. 이 어른 학생들은 주로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와 피닉스 대학 같은 사이버대학에 등록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트렌드는 당장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18개월이라는 긴 시차가 있었다. 첫째,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그 기간 동안 실업수당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셔널 스튜던트 클리어링하우스 연구소 더그 샤피로 연구원은 “다시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현실이 부딪히자 이들은 대학 진학 진학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이들이 학교를 결정하고 실제로 입학하는데 걸린 시간이 1년 반에서 2년 정도 걸렸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2008년 경제위기 당시 대학 진학을 권고했었다. 저소득층에게는 연방 정부 차원에서 등록금 지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교육 예산은 곤두박질쳤다. 학생들은 몰려오는데 주 정부는 돈이 없었고, 공립 대학 지원예산을 삭감했다. 어번 연구소 샌디 봄 상임 연구원은 “경기회복은 매우 더뎠고 현재도 미국의 경기는 2008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 삭감은 공립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을 유도했다. 4년제 공립 대학의 등록금은 2006년에 비해 2012년에는 19%나 상승했고, 대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했다.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자 대학을 다니던 성인들은 학사 학위를 포기하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갔다. 2008년 2년제 대학에 등록했던 사람 중 39%만이 6년에 걸쳐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슬픈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경기후퇴를 미국 고등교육에 투자할 기회로 전환하고자 했던 정책 결정자들의 선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바람직하지 않았다. 학자금 대출을 받았던 수많은 사람들은 학위도 못 따고 빚만 지는 상황으로 추락했던 것이다.

2020년 현재 미국은 미주리 주에서 뉴저지 주까지 주 정부들이 공립 대학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줄이고 있다. 경기후퇴로 주 정부 예산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지난 2008년 경제위기 때처럼 등록금 대폭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08년 경제위기와 현재의 코로나19 경제위기의 큰 차이점은 경기후퇴에 이르게 된 상황에 있다. 2008년 이전에는 정책 결정자들이 고등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장려하면서 대학 등록이 몇 년 동안 늘어난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경제위기 직전에는 대학 등록이 줄어들고 있는 상태였다. 미국 대학생 인구는 앞으로도 몇 년 동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경제위기로 실업자들이 대학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정을 한다면 가장 큰 수혜 집단은 온라인 대학이 될 것이다. 지난 2008년 위기 동안에는 온라인 교육은 주로 비영리 대학에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 서던 뉴햄프셔 대학, 애리조나 주립대 같은 비영리 사립·공립 고등교육 기관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고등교육의 가장 큰 이슈는 학생들이 가을 학기에 다시 캠퍼스로 돌아갈 수 있는가다. 봄 연구원은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전대미문의 문제들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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