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정신건강 대책 마련 시급…31% 우울증 진단 · 20% 극단적 선택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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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정신건강 대책 마련 시급…31% 우울증 진단 · 20% 극단적 선택 생각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4.02.1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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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학생연구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 “학생과 노동자의 경계…사회적 인식 부재”

 

                                                            이미지 출처 = KBS 뉴스

대학원생 5명 중 1명이 최근 1년간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생이면서 동시에 연구노동자인 신분 탓에 이중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대학원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의 '학생연구노동자의 정신건강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원생 10명 중 3명이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었고, 5명 중 1명은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민영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임상강사가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9월 15일부터 10월 20일까지 석사 과정 이상의 전일제 대학원생 3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와 같은 해 5월부터 11월까지 대학원생 10명의 면접조사로 진행됐다.

다만 예체능 계열 전공자, 의·치·약학, 법학, 경영 전문대학원, 교육·사범 특수대학원 재학생은 일반 대학원생들과 특성이 매우 다를 것으로 보고 조사에서 제외했다.

설문에 성실히 응답한 365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30.7%는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서 20대의 우울증 진단 경험률이 4.8%, 30대 4.7%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라고 연구진은 전했다.

불안장애, 수면장애, 강박장애 진단율도 각각 23.0%, 19.5%, 9.6%였다.

실제로 설문을 통해 우울 증상을 측정한 결과 측정 대상 중 34.8%에서 임상적 우울증이 의심될 정도로 높은 수치가 확인됐다. 29.0%는 중등도 불안, 14.8%는 불면증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특히 현재 고정소득이 없거나, 노력과 보상의 불균형이 심할수록, 업무시간으로 인해 가정과 사회생활의 양립에 어려움을 겪을수록 우울 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한 적 있는 응답자도 20.2%나 됐다. 이는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나타난 20대 평균 5.8%, 30대 5.1%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최근 1년간 실제로 자살을 계획했거나 시도한 대학원생들의 비율도 각각 7.7%, 2.2%였다. 전체 응답자의 18.1%에서 번아웃 증후군이 확인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자살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 년 전 고통받는 대학원생들의 실상을 그려 공감을 자아낸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에서처럼 언어폭력이나 모욕적 행위를 경험한 비율은 각각 19.9%, 23.5%에 달했다. 특히, 모욕적 행위와 언어폭력을 경험한 대학원생 가운데 53.5%, 61.7%는 지도교수로부터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40.4%는 지도교수와 갈등 혹은 불화가 발생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대학원생 10명을 대상으로 한 심증 면접조사에서도 장시간 노동과 보장받지 못하는 휴식시간, 등록비와 생활비 부담,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교수와의 관계 등을 호소한 이들이 많았다.

연구진은 대학원생이 '배움과 노동의 경계'에 서 있어 "노동자로서의 대학원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재하다"며 그간 학생연구노동자의 정신건강 악화에 대한 조직적 원인을 찾아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구진은 ▲ 사용자로서 지도교수와 학교의 책임 강화 환경 조성 ▲ 안전한 연구활동을 위한 서면 협약 및 계약 체결 ▲ 경제적 지원 ▲ 신체적·정신적 회복을 위한 시간 보장 ▲ 정신건강 위기 개입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제외된 의학계 대학원생의 경우는 언어·신체폭력 경험 비율이 다른 계열보다 두드러지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인권센터와 사회발전연구소가 지난해 11월 22일부터 한 달간 인문사회예술계·자연계·공학계·의학계 등 서울대 대학원 재학생 17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학계 대학원생은 4명 중 1명꼴(24.8%)로 ‘재학 중 폭언, 욕설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체 평균(15.6%)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다른 계열은 자연계 18.9%, 공학계 14.4%, 전문대학원 13.7%, 인문사회예술계 12.1%였다.

연구소는 “특히 의학계의 경우 연구실의 폐쇄적 분위기와 수직적 위계질서로 인한 문제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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